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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의혹의 핵’ 정윤회 “누구 불장난인지 다 밝혀질 것”

등록 2014-12-10 20:56수정 2014-12-11 00:03

‘그림자 권력’ 의혹을 사고 있는 정윤회씨가 10일 오전 ‘국정 개입 보고서’ 수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양복 단추를 여미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그림자 권력’ 의혹을 사고 있는 정윤회씨가 10일 오전 ‘국정 개입 보고서’ 수사와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며 양복 단추를 여미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정윤회, 검찰 출석…국정개입 등 “사실 아니다”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또 그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 생각합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줄곧 박근혜 대통령 뒤에 어른거리는 ‘그림자 권력’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59)씨가 마침내 얼굴을 드러냈다.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그는 자신의 국정 개입 의혹 제기를 ‘불장난’에 빗대어 일축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청와대 관계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없다”고 답한 그는 검찰 직원들에게 이끌려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무성한 소문의 주인공이면서도 철저히 잠행을 하던 그가 공식적인 자리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는 오전 6시께부터 취재진 200여명이 몰려들었고, 일본과 중국 등 외국 언론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출석 예정 시각보다 12분 이른 9시48분 서울중앙지검 청사 로비 앞에 도착한 그는 검은색 코트에 하늘색 넥타이를 매고 안경을 썼다. 최근 언론에 공개된 사진 속 흰머리와 달리 짙은 갈색으로 염색했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긴장한 듯 굳은 표정이었다. 법률대리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동행했다.

정씨 소환에 앞서 검찰은 이례적으로 피조사자 ‘보호’에 나서기도 했다. 정씨의 신변 보호 요청에 검찰은 출입기자들에게 “포토라인이 무너지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하고,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한다며 취재진 사이에 직원 8명을 배치했다. 정씨는 화물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으며, 정씨가 조사를 받은 4층(형사1부)과 박관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경정)이 조사받는 11층(특수2부)은 평소와 달리 그 층 자체에 출입이 통제됐다. 검찰은 “(정씨와) 같이 있던 직원이 처음이라 당황해서 보안검색대를 거치지 않고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라고 설명했다.

1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정윤회씨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0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정윤회씨가 취재진에게 둘러싸여 질문을 받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의혹의 핵’ 정윤회 “누구 불장난인지 다 밝혀질 것”

고소인이자 피고발인 신분
문체부 인사·국정 개입 의혹에
굳은 표정으로 사실 부인
박대통령·청와대 접촉도 “없다”

보고서 경위 파악위한 연락과정 등
박 경정과 진술 엇갈려 대질 조사

박대통령 정계 입문때부터 ‘보좌’
현정부 출범뒤 ‘그림자 실세’ 지목
조사실 부근 통째 기자출입 통제
검찰, 피조사자 신변보호 이례적

정씨는 국정 개입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고소인이자, 새정치민주연합으로부터 국정을 농단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하는 형사1부(부장 정수봉)는 정씨를 밤늦게까지 조사했다. 검찰은 보고서에 등장하는 ‘십상시’ 모임의 진위, 비슷한 형식의 모임이라도 있었는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비서진과 접촉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그는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이지(EG) 회장 미행설 보도와 관련해 조응천 당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게 해명하려고 이재만 비서관에게 연락한 적은 있지만, 그 외에는 일절 접촉이 없었다고 거듭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정씨와 박 경정이 <세계일보> 보도 이후 보고서의 경위 파악을 위해 연락한 과정 등을 놓고 진술이 엇갈리자 두 사람을 대질 조사했다. 검찰은 또 문건을 언론사와 기업 정도 담당 직원에게 유출한 혐의를 받는 최아무개, 한아무개 경위에 대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국민적 관심 인물이 된 정씨는 박 대통령과 1970년대 말부터 새마음봉사단, 1980년대 말에는 그 후신인 근화봉사단을 함께 운영한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다. 박 대통령이 대구 달성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1998년부터 보좌 역할을 했다.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가 되고 난 뒤에는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이명박 후보 쪽이 정씨가 비리 의혹이 많은 최 목사의 사위라고 폭로하자, 박 대통령은 “능력이 있는 분이기 때문에 나중에 당선되면 쓸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정씨는 ‘강남팀’을 이끌며 박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도왔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씨는 박 대통령이 2012년 대선에서 승리한 뒤 다시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박지만씨 미행 배후에 정씨가 있다는 의혹을 <시사저널>이 제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4월16일) 행적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고, 이와 관련한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이 조사받고 기소되기도 했다. 정씨는 미행설 및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과 관련해 검찰에 비공개 출석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도 얘기를 좀 해야겠다”며 ‘공격적 방어’ 전술을 택하면서 은둔에서 벗어났다.

정씨는 야당을 대상으로 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정씨가 조사실로 향한 뒤 이경재 변호사는 기자실을 찾아, 국정 개입 의혹을 이유로 정씨를 고발·수사의뢰한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들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거대 야당에서 허위 내용을 바탕으로 고발해 민간인에게 법적 공격을 가하고 있다. 정씨 입장에서는 매우 용기를 가지고 시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씨 소환조사와 별개로 검찰은 ‘십상시 모임’ 정보를 최초로 발설한 이를 추적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검찰은 보고서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에게 ‘십상시 모임’을 제보한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강원도에서 가끔 올라와 성수대교 남단 부근 음식점에서 청와대 비서진을 만난다’는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광고업체 대표 등 복수의 인사한테서 들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인사들을 상대로 발언 근거가 무엇인지 파악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박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보고서 유출 경위를 수사하는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박 경정을 다시 소환했다.

하지만 검찰은 휴대전화 통화내역 조사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십상시 모임’은 없었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다음주 이재만 비서관 등을 소환조사한 뒤 문건의 진위 확인 수사를 마무리하고, 문건 유출 수사를 진척시키면서 <세계일보> 보도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에 대한 법리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경미 정환봉 기자 kmlee@hani.co.kr, 사진 김태형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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