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노근, 김진태, 김태흠, 이장우 새누리 의원.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린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체로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침묵하는 가운데, 일부 초선 의원들이 국회 긴급현안질문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호위무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노근·김진태·김태흠·이장우 의원 등이 대표적인데, 당 안팎에선 여당 의원으로서 박 대통령을 다소 옹호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들의 발언은 도를 넘은 ‘막말’ 수준으로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게다가 이들은 평소에도 ‘거친 입’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고, 몇몇 의원은 야당에 적개심에 가까운 태도를 보여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발언은 의도와는 달리 박 대통령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박 대통령을 더 욕되게 한다는 평가가 당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노근, 최민희 새정치 의원 향해
“요새 정치인들 버릇부터 고쳐야”
김진태·김태흠 ‘찌라시’ 주장 일관
“온 나라가 이성 되찾아야 한다”
이장우, 박지원 방북에 때아닌 ‘색깔론’
이노근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향해 “공상 소설을 쓰고 있다. 요새 정치인들 진짜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이 청와대 제2부속실에서 지난해 5월 시계형 몰래카메라 2대를 구입한 사실을 언급하며 “최근 불거지고 있는 청와대 내 권력 암투 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인사까지 좌지우지하는 안봉근 제2부속실장이 ‘정윤회 문건’에 나와있는 VIP 눈 밖에 난 사람을 감시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 아닌지 의심이 된다”고 말한 것을 두고 이렇게 얘기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 “문서 유출과 관련해 ‘십상시’니 ‘만만회’니 이런 것 전부 혹세무민의 단어로 치부할 수 있다. 일부 정치인 중 미확인된 이상한 의혹을 구상하고 검찰 수사와 국정조사, 특검을 요구하는 것이 바로 혹세무민의 프로세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완구 원내대표의 권유로 이날 오후 최 의원에게 사과했지만, 발언 자체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전날 현안질문 등에서 독설을 퍼부은 김진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종북 숙주”), 김태흠 의원(“국정 농단의 주범은 근거 없는 찌라시로 실체적 진실을 왜곡한 조응천과 새정치연합”)은 이날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김진태 의원은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정씨 등의 국정 개입 의혹은)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며 “보통 사람이 죽으면서 한 말은 믿어줘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긴 유서에서 청와대의 수사 개입 의혹을 제기한) 최 경위 말만 그대로 믿고 회유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3인방 등의 퇴진 요구를 두고선 “우리가 언제부터 이런 마녀사냥에, 미친 바람에 휩쓸리고 있나. 이제라도 온 나라가 이성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태흠 의원은 “(정윤회씨 동향보고서는 ‘찌라시’ 수준을 짜깁기한 건데, 이런 부분을 특검하자고 하느냐. 우리나라에서 특검을 11번인가 했는데 한번도 제대로 나온 게 없고 시끄럽기만 했다”며 야당의 특검 도입 요구에 날을 세웠다.
원내대변인인 이장우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3주기 추도식에 이희호씨의 조화를 전달하려고 방북한 박지원 새정치연합 의원을 두고 색깔론을 제기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박 의원은 풍설로 여러 가지 의혹을 재생산하는데 앞장서고, 그동안 여러가지 문제가 있어서 사법처리 된 분”이라며 “수시로 북한을 드나드는 그 분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북한 정권에 이용당하지 않느냐는 의혹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대표적인 ‘저격수’로 꼽히는 박 의원은 ‘만만회’ 의혹(박지만 EG 회장,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이번 사건이 불거진 뒤에도 여러차례 박 대통령을 비판해왔다.
이들 의원 4명의 공통점은 2012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일 때 총선 공천을 받아 당선된 초선으로, 대야 공세에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긴급현안질문에 대비해 이완구 원내대표가 이들을 질문자로 선택한 것도, 이들의 ‘화력’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 노원구청장 출신인 이노근 의원은 ‘막말 파문’에 휩싸인 김용민씨를 꺾고 당선돼 주목받았고, ‘안철수 저격수’를 자처해왔다. 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 때 박 대통령의 방패막이로 나섰고, 이완구 원내대표가 충남지사 때 정무부지사를 지낸 김태흠 의원은 국회에서 농성하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노숙인’에 비유해 물의를 빚었다. 대전 동구청장을 지낸 이장우 의원도 지난해 대선개입 의혹 관련 국정조사에서 “종북 얘기할 때 반론하는 사람은 종북세력의 한 분이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며 ‘종북몰이’를 하는 등 청와대 감싸기에 앞장서왔다.
당 안에선 이들이 원조 친박들보다 수위 높은 발언으로 ‘대통령 보위’에 나서는 것은, 존재감을 드러내려고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다음 총선 ‘공천’을 염두에 두고 최대 주주인 박 대통령의 눈에도 들고, 보수층 유권자들에게도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행보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자기 정치’도 중요하지만 먼저 자신들의 행동이 당에 도움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현안질문만 해도, 야당에 ‘한 방’이 없는 상태여서 그냥 두면 조용히 지나갈 일이었는데 괜히 막말을 해 일을 키웠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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