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출신 참모들 부실대응 도마
김 실장 ‘국정개입 문건’ 보고받고도
대통령에 보고도 진위확인도 안해
문건 유출 확인 뒤에는 회수도 못해
실체 없는 ‘조응천 7인그룹’ 제기에
감찰 과정서 강압조사 반발 불러
‘회유설’ 규명 통화 기록 조사 촉각
김 실장 ‘국정개입 문건’ 보고받고도
대통령에 보고도 진위확인도 안해
문건 유출 확인 뒤에는 회수도 못해
실체 없는 ‘조응천 7인그룹’ 제기에
감찰 과정서 강압조사 반발 불러
‘회유설’ 규명 통화 기록 조사 촉각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 와중에서 확인된 청와대 참모들의 무책임, 무능, 무리수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번 파문 국면에서 청와대 대응을 주도한 참모 라인은 ‘김기춘 비서실장-김영한 민정수석-우병우 민정비서관’인 것으로 보인다. 3명 모두 검찰 출신이다. 김 실장의 총괄 아래 공안검사 출신인 김 수석이 상황 관리를 맡고 특수통인 우 비서관이 직접 특별감찰 등을 이끄는 구조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 주변 사람들을 보호하고 과거 청와대의 부실 대응을 만회하기 위해 노골적인 개입과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검찰 수사 진행 중 ‘돌출됐던’ 청와대 개입 흔적이 오히려 수사 결과 발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애초 지난 1월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을 보고받은 김기춘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고, 적극적인 진위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놔뒀다. 자신의 사퇴설, 정윤회씨 국정개입, 십상시 모임 등이 허위라고 판단했다면 소문의 진원지라도 파악해야 했으나 이마저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때의 무대응이 지금의 사태를 키운 원천인 셈이다.
그 문건 작성 얼마 뒤 청와대에서 밀려난 박관천 경정(전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청와대를 떠날 때 문건을 대량으로 반출했는지도 몰랐다. 4월 <세계일보> 보도로 문건 유출 사실을 파악한 뒤로도 유출자를 찾거나 문서를 회수하지 못했고, 6월에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한테 유출 문서 중 일부인 이른바 ‘박지만 문건’이 전달됐을 때도 별다른 후속조처가 진행되지 않았다. 의심 가는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들만 대거 복귀시켰을 뿐이다. 무책임과 무능이 그대로 드러났다.
지난달 말 정윤회씨 문건 공개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번엔 무리한 수사 개입과 강경대응으로 일관했다. 문서 공개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근거 없는 이야기”, “문서 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단정해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청와대가 우병우 비서관 주도로 뒤늦게 다시 특별감찰에 나서 이른바 ‘조응천 그룹 7인’을 사건의 주도 세력으로 지목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 대표적 무리수였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조응천 그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조응천 그룹’을 만들어냈던 특별감찰 과정에서 강압적인 조사를 벌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박지만 문건’을 청와대에 전달한 오아무개 행정관 조사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은 진술서 내용을 미리 다 작성해 놓고, 중간에 주어가 들어갈 부분만 괄호로 비워 놓았다고 한다. 특별감찰반은 오 행정관에게 그 괄호에 조 전 비서관 이름을 쓰고 본인 서명을 하라고 요구하다 오 행정관의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부인하지만, 수사 중 목숨을 끊은 서울경찰청 소속 최아무개 경위가 유서에서 “민정비서실의 회유”를 언급한 대목도 청와대의 ‘무리한 개입’에 대한 의혹을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지만, 회유 당사자로 지목된 한아무개 경위의 태도 변화에 따라 심각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남아 있는 상황이다.
검찰이 회유 의혹과 관련해 민정비서관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통화기록 조회 등 적극적인 조사에 나설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이다.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가늠자’일 수 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