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청와대 사진기자단
검찰 ‘정윤회 보고서’ 수사 결과
‘문서관리 책임’ 김기춘 감싸기
정윤회와 접촉 등
‘문고리 3인방’ 여전히 건재
‘7인회’ 흘리기에 사과도 없어
‘문서관리 책임’ 김기춘 감싸기
정윤회와 접촉 등
‘문고리 3인방’ 여전히 건재
‘7인회’ 흘리기에 사과도 없어
5일 발표된 검찰의 수사 결과를 보면, 한 달 이상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파문의 책임은 오롯이 전직 비서관 1명과 경감 출신 행정관 1명이 떠안는 것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청와대에서는 이번 파문과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지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공식 입장이나 반응을 내놓을 게 없다”고 밝혔다. 파문에 대해 책임질 것이 없는 만큼, 청와대 차원의 사과나 유감 표명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이 청와대 내부에서 만들어진 문건이 유출되면서 벌어진 일이고, 문건을 둘러싸고 공방을 벌인 당사자들도 모두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거나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 측근·인척들이라는 점에서 이런 청와대의 태도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박 대통령의 무조건적인 감싸기가 대표적이다. 김 실장은 최소한 청와대 비서실에서 작성된 문서가 유출된 것에 대한 관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검찰 수사 결과 청와대 문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 등은 모두 김 실장의 지휘 아래 일했다. 파문의 발단이 됐던 ‘정윤회씨 국정개입’ 문건 역시 1년 전 김 실장에게 모두 보고됐던 내용들로, 이번 파문이 커진 것에 대한 김 실장의 책임은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김 실장은 지난 2일 비서실 시무식 때 직원들에게 “비서실의 불충”을 꾸짖는 실력자로 다시 나섰다. ‘법적 책임이 없으니, 정치적 책임을 질 필요도 없다’는 태도인데, 여권의 한 인사는 “김 실장이 ‘검찰 수사’라는 카드를 활용해 정치적 책임 문제를 법적 책임 문제로 교묘히 치환시켜 버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의 문제를 대하는 박 대통령의 태도도 마찬가지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가리켜 “심부름하는 사람들”(지난달 새누리당 지도부 오찬)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번 파문의 와중에서 이들 3인방의 영향력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파견경찰 인사 문제(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와 문체부 인사개입 의혹(이재만 총무비서관)이 대표적이다.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도 외부로 유출된 청와대 문건을 직접 제출 받았다가 되돌려 주는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면담보고를 꺼리는 상황에서, 측근들이 대통령의 뜻을 대신 전달하면서 생기는 ‘인의 장막’으로 각종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여권 내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인적쇄신’을 단행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번 사태로 ‘3인방’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뢰가 더 굳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히려 향후 이들의 입지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청와대는 이번 파문에 대처하는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청와대 특별감찰팀이 검찰이 별다른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이른바 ‘조응천 그룹 7인 모임’의 존재를 언론에 흘린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이날 ‘십상시 모임’(정윤회씨와 3인방 등의 모임)에 실체가 없다며 ‘루머와 지라시의 폐해’를 강조했는데, 이른바 ‘십상시 모임’과 똑같은 ‘조응천 모임’을 퍼뜨린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어떠한 문책이나 해명, 또는 사과를 한 바 없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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