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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새정치 전대엔 왜 희망이 없나

등록 2015-01-09 19:53수정 2015-01-09 21:08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대표와 최고위원후보 예비경선이 열린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박지원(왼쪽부터), 문재인, 이인영 후보가 박수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 대표와 최고위원후보 예비경선이 열린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박지원(왼쪽부터), 문재인, 이인영 후보가 박수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무한도전> ‘토토가’(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를 보는 기분은 남달랐다. ‘보는 내내 울었다’는 후배의 말로 뒤늦게 찾아본 토토가는 ‘울컥’하는 느낌이 있었다. 95년에 20대를 시작한 그 후배가 토토가를 보며 운 이유는 ‘모든 것이 희망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이, ‘모든 것이 불안해 보이는’ 지금과 겹쳐 보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1990년에 20대를 시작한 나로서도 토토가를 보면서 비슷한 감정에 휩싸였다. 토토가에 흥겨워하는 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지금의 불안에 힘들어 ‘그 좋았던 시절’을 간절히 그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그런 토토가에 반드시 나왔어야 할 가수가 있었다면 ‘서태지와 아이들’이었다. 90년대의 상징이자, 엑스(X)세대라 불리던,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알리던 신호가 바로 서태지와 아이들이었기 때문이다. 그 세대, 그리고 그 이후 세대까지 통칭하자면 나는 ‘다양화 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토토가는 그 다양화 세대에 헌정된 프로그램이었다.

지금 천만 관객을 향해 가고 있는 <국제시장>이 산업화 세대에게 바치는 영화였다면, 천만을 넘은 <변호인>은 민주화 세대를 위한 영화였다.

지난 네번의 대선은 그 두 세대가 집단화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회전이었다. 네번만을 보면 우리 국민은 민주화 세력에 두번, 산업화 세력 두번 평등하게 기회를 준 셈이다.

한창 레이스가 진행 중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에선 여전히 민주화 세대, 민주화 세력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반에 나온 ‘민주당’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었다. 전대 주자들은 ‘사람들이 이미 그렇게 부른다’, ‘민주당의 정체성을 되찾자’는 주장을 한다. 당원 중심의 전당대회니 그런 주장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내 귀에는 다음번 집권을 포기하겠다는 주장같이 들렸다.

2007년 대선부터 지난해 지방선거까지 현재는 새정치연합인 민주당 계열의 정당은 모두 ‘이명박근혜’ 또는 ‘이명박·박근혜 심판’ 중심의 구도로 치렀다. 민주 대 반민주, 민주화 세력과 산업화 세력의 대결 구도는 다른 다양한 주장들이 설 자리를 없애 버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산업화 세대의 인구수나, 영남 인구수가 더 많다는 근거로 이름 붙여진 ‘기울어진 운동장’ 이론을 주장하던 이들이, 선거 때만 되면 스스로 운동장이 기울어지는 구도를 만들어 가는 이유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는 민주당 계열 정당의 패배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패배가 뻔히 보이는 구도를 만드는 이유는 결국 그 구도 속에서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인들의 ‘생존전략’은 아니었을까? 2005년 지방선거 이후 10년간 전국단위 선거에서 대부분 패배한 민주당 계열의 정당이 세력교체, 세대교체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면서 드는 의심이었다.

물론 패배의 근본적인 이유는 민심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배가 토토가를 보면서 울컥했던 이유는 희망의 상실, 불안 때문이라고 했다.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 세대도, 그 이후의 세대도 불안하고, 불행하다. 정치인들은 이제 이 지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많은 정치인들이 되묻곤 한다. “그럼 그 방법이 뭐냐”고. 그 질문엔 이제는 다양화 시대를 위한 정치와 정책, 다양화 시대에 맞는 구도를 내놓으라고 답하고 싶다. 산업화 세대도, 민주화 세대도 그 생각과 욕구가 다양해졌다.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그들만의 리그’로 진행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당대회가, 그리고 그 뒤에 구성될 지도부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그런 다양화 시대를 위한 정치와 정책을 고민하고 답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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