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정치 정치일반

우버는 서울과 공존할 수 없었나

등록 2015-03-13 19:42수정 2015-03-14 15:29

우버엑스는 택시기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영업이 정지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택시기사들의 시위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우버엑스는 택시기사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영업이 정지됐다. 사진은 지난해 11월18일 서울 중구 시청광장 앞 택시기사들의 시위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며칠 전 우버(Uber)로부터 메일을 하나 받았다. ‘우버엑스 서비스 중단’을 알리는 메일이었다. 곧이어 ‘자가용 택시영업’이란 논란이 거셌던 우버가 사실상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기사들이 나왔다. ‘택시 공급과잉’인 한국에서 우버가 잘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택시 잡기가 정말 힘든 미국과는 달리, 손만 내밀면 서는 것이 서울 택시니까.

서울은 전세계에서 우버에 가장 가혹했다. 우버 영업을 신고만 해도 포상금 100만원을 줬으니. 9만명에 가까운 서울 택시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면 ‘우버 금지’는 당연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우버가 서비스 중단을 밝히던 날 과연 기뻤을까? 전세계 어느 시장보다 빠르게 지난 2012년 ‘공유서울’을 선포했던 박 시장의 우버를 향한 태도는 좀 의아스럽기는 했다. 물론 우버를 ‘내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공유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오히려 기존 대중교통의 불편과 불친절에 진절머리를 내던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로 파고드는 교통망기업(Traffic Network Company)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우버와 서울이 ‘공존’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은 떠나지 않는다. 미국 시애틀 시의회는 지난해 우버 등과 같은 자가용 택시 서비스에 대해 운전기사를 150명으로 제한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기존 택시도 보호하면서, 시민들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도 열어놓은 것이다. 핀란드 헬싱키는 지난해 12월 촘촘한 대중교통망 안에 우버와 같은 주문형 택시와 버스를 조화시켜 2025년까지 ‘자가용이 필요 없는 도시’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많은 도시들이, 많은 정치인들이 기득권과 이를 넘으려는 새로운 도전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왜 이런 고민이 이뤄지지 못했을까?

저성장 시대와 1~2인가구 시대로 향하는 한국에서 ‘공유경제’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공유를 촉진하는 공유기업들의 서비스를 통해 4인가족 위주로 만들어진 시스템의 상당수를 1~2인 시대에 맞춰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를 위해서는 기득권에 언제든지 도전할 수 있는 상상력과 실천력, 그리고 이를 돕기 위해 규제도 허물 수 있는 정치권의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 그러나 전세계 도시 중에서 가장 단호하게 우버를 금지한 서울과 대한민국 국회를 보며, 이제 누가 한국에서 그런 ‘과감한 상상’을 할 수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얼마 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포용적 성장’을 새로운 경제담론으로 제시했다. 미국 민주당과 영국 노동당에서 비롯한 담론을 한국형으로 바꿨다고 한다. 한국형 포용적 성장은 ‘소득 주도 성장과 창업 주도 성장 그리고 일하는 복지’를 3대 축으로 한다고 했다.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개인적으로는 이를 완결하기 위해선 ‘역동성의 회복’을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국가파산(IMF) 위기에서 우리를 구해준 것이 바로 역동성이었다. 가슴 뛰는 청춘과 쉼 없이 뛰는 중·장년이 함께 만든 힘이었다. 이를 절절히 느낀 김대중 정부는 국가 브랜드를 ‘다이내믹 코리아’(역동적 한국)라 정했다. 이를 중단한 것이 이명박 정부였다. 역동적이란 단어가 얼마나 싫었으면 굳이 뺐을까 싶다. 그 탓은 아니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경제는 역동성을 잃고 있다.

지금 야당이 희망이 되려면 그 ‘역동성의 회복’을 외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큰 꿈을 꾸고 있다는 문재인 당대표에게, 박원순 시장에게, 안철수 의원에게, 안희정 지사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의 상상은, 정책은 충분히 역동적입니까? 사람들의 심장을 뛰게 합니까?”

이태희 정치부 정치팀장 herme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정치 많이 보는 기사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1.

‘부정선거 전도사’ 황교안, 윤 대리인으로 헌재서 또 ‘형상기억종이’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2.

선관위 “선거망 처음부터 외부와 분리” 국정원 전 차장 주장 반박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3.

오세훈, ‘명태균 특검법’ 수사대상 거론되자 ‘검찰 수사’ 재촉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4.

이재명 “국힘, 어떻게 하면 야당 헐뜯을까 생각밖에 없어”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5.

이재명, 내일 김경수 만난다…김부겸·임종석도 곧 만날 듯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