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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새정치가 ‘성완종 특검’에 손사래 치는 이유는?

등록 2015-04-15 16:38수정 2015-04-15 17:08

성완종 리스트
성완종 리스트
[더(The) 친절한 기자들]
권력형 비리 때마다 야당이 특검 실시에 앞장서왔는데 이례적
“지금 상황에서 특검 거론하면 논란만 무성하다 시간 다 보내”
‘초대형 이슈’를 총선 국면까지 길게 끌고가겠다는 계산도…
여야가 뒤바뀐 형국입니다. 새누리당 안에서조차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특검을 도입해야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는데,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는 어찌된 일인지 특검에 회의적입니다. 검찰 수사를 지켜본 뒤 특검 실시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겁니다. 권력형 비리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야당이 앞장서 특검 실시를 압박하고, 여당은 버티던 지금까지의 선례에 견줘보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런 새정치연합의 태도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도 깨끗하다는 자신감이 없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돕니다. 성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원을 해왔다는 사실도 이런 추론에 힘을 더해주는 듯합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억측과 비판에는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왜 그럴까요?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14일 광주 서구을 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검찰이 못 미더우면 특검을 해야 하는데, 특검을 한다고 진실이 규명되겠느냐”며 ‘특검 회의론’을 폈습니다. 문 대표는 전날 경기 성남 중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정환석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서는 “검찰이 진실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 경우 국민들이 특검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며 ‘선 검찰 수사, 후 특검 실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같은 당 소속인 이상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지금 단계에서 특검을 거론하면 자칫 정치적 논란만 무성해지고, 실제 특검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일단 검찰이 수사를 하고, 국민들이 미진했다고 판단하면 특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왼쪽)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우윤근 원내대표와 이야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처럼 특검 실시에 유보적인 새정치연합의 속내는 과연 뭘까요? 당의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만들어진 상설특검법(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들여다 보라”고 귀띔합니다. 상설특검법을 보면, 여야가 특검 실시에 합의하더라도 실제로 수사가 착수되기까지는 넘어야할 산이 많습니다. 먼저 수사 범위와 기간 등에 합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면, 이 문제를 놓고 여야 주장이 첨예하게 갈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합니다. 야당은 ‘성완종 리스트’에 언급된 인사들의 권력형 비리를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일 테고, 새누리당은 여야의 2012년 대선 자금 전반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할 테니까요.

특별검사에 누구를 임명할지를 두고도 여야간 ‘샅바 싸움’이 벌어질 공산이 큽니다. 상설특검법에는 여야가 각각 2명,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이 각각 1명씩 위촉한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총 7명)가 후보자를 2명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사실상 정부 입장을 대변하게 될 법무부 차관과 법원행정처 차장의 처지를 고려하면, 야당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새정치연합 고위 관계자는 “특검 실시에 합의하더라도 특검 수사팀을 구성하는 데만 1~2개월이 소요될 것”이라며 “신속한 압수수색과 소환 조사가 필요한 시점에 오히려 증거 인멸의 시간만 벌어줄 우려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 안에선 ‘특검 카드’는 검찰의 엄정 수사를 압박하는 수준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서도 특검 실시 가능성을 의식한다면 적당히 꼬리자르기식 수사에 그치기는 힘들지 않겠느냐는 논리입니다.

새정치연합의 태도에선 이번 사건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겠다는 정무적 판단도 엿보입니다. 당내 일각에선 검찰이 수사를 하더라도 결국엔 특검으로 마무리지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니, ‘리스트 정국’을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내년 총선 국면까지 끌고갈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정권의 정통성을 흔들 수도 있는 ‘초대형 이슈’를 4·29 재보선 같은 작은 선거에만 활용하기엔 아깝다는 것이죠.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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