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한밤 사퇴’ 무슨일 있었나
20일 밤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완구 국무총리의 사의 표명을 이끌어낸 기폭제는 이날 오전 열린 새누리당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였다. 이 총리는 대통령 부재 기간 동안 “흔들림 없는 국정 수행”을 거듭 다짐했지만, 심상치 않은 여론을 감지한 여권의 전방위 압박에 결국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던 것이다.
이 총리-성완종 217차례 통화기록
언론에 공개된 뒤 급물살
새누리 지도부 “24일 전 사퇴” 뜻모아 김재원 특보가 청와대에 전하고
이 총리에 사퇴 시기 등 ‘조언’ 리마에 간 박 대통령 현지일정 맞춰
이 총리, 전화 걸어 사의 표명
‘구두 결재’ 받은 뒤 공식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4·29 보궐선거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4일 이전에 이완구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완구 총리가 최근 1년간 217차례 통화한 기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총리 사퇴 요구가 빗발쳐, 새정치민주연합의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경우 본회의를 통과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또한 이 총리가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기다렸다가 사퇴하면, 야당 압박에 밀려 총리가 물러났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결국 유일한 출구는 이 총리의 ‘빠른’ 자진사퇴밖에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한 당직자는 “재보선 지역에 가면 주민들이 이 총리가 사퇴를 미루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새누리당이 비호하는 걸로 오해하는 여론도 많았다”며 “사퇴 시기가 늦어질수록 선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가 끝난 뒤 당 지도부의 이런 뜻을 청와대 쪽에 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이 ‘메신저’ 노릇을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 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낼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춘 측근 인사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수행했지만, 새누리당의 비공개회의 내용이 알려지자 오후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5시께 총리공관으로 퇴근했다. 김재원 의원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 총리 거취 문제를 논의한 뒤 이 총리에게 사퇴 시기 등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페루 리마와의 시차가 14시간인 점을 고려해, 현지 오전 시간에 맞춰 밤늦게 박 대통령 쪽에 연락해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이 ‘구두 결재’ 하자 총리실에 연락해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은 21일 자정 이후 언론에 공개됐고, 0시30분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국무총리실의 사의 표명 관련 발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기나긴 하루’가 마무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스스로 사퇴를 결심하고 있었고, 다만 자리가 막중하다 보니 시기를 엿보고 계셨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관련 영상] 하태경 “새누리당 지도부 총사퇴해야” / 정치토크 돌직구
언론에 공개된 뒤 급물살
새누리 지도부 “24일 전 사퇴” 뜻모아 김재원 특보가 청와대에 전하고
이 총리에 사퇴 시기 등 ‘조언’ 리마에 간 박 대통령 현지일정 맞춰
이 총리, 전화 걸어 사의 표명
‘구두 결재’ 받은 뒤 공식화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4·29 보궐선거 지역구인 서울 관악을에서 열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24일 이전에 이완구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이완구 총리가 최근 1년간 217차례 통화한 기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총리 사퇴 요구가 빗발쳐, 새정치민주연합의 해임건의안이 제출될 경우 본회의를 통과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또한 이 총리가 대통령이 귀국하는 27일까지 기다렸다가 사퇴하면, 야당 압박에 밀려 총리가 물러났다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었다. 결국 유일한 출구는 이 총리의 ‘빠른’ 자진사퇴밖에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 지도부의 판단이었다. 한 당직자는 “재보선 지역에 가면 주민들이 이 총리가 사퇴를 미루는 것에 대한 불만이 많았고, 새누리당이 비호하는 걸로 오해하는 여론도 많았다”며 “사퇴 시기가 늦어질수록 선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비공개회의가 끝난 뒤 당 지도부의 이런 뜻을 청와대 쪽에 전했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임하고 있는 김재원 의원이 ‘메신저’ 노릇을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이 총리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낼 당시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춘 측근 인사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까지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공식 일정을 수행했지만, 새누리당의 비공개회의 내용이 알려지자 오후 업무를 일찍 마무리하고 5시께 총리공관으로 퇴근했다. 김재원 의원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이 총리 거취 문제를 논의한 뒤 이 총리에게 사퇴 시기 등에 대해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 총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머물고 있는 페루 리마와의 시차가 14시간인 점을 고려해, 현지 오전 시간에 맞춰 밤늦게 박 대통령 쪽에 연락해 사의를 표명했고, 박 대통령이 ‘구두 결재’ 하자 총리실에 연락해 사의 표명을 공식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의 사의 표명 사실은 21일 자정 이후 언론에 공개됐고, 0시30분께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국무총리실의 사의 표명 관련 발표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기나긴 하루’가 마무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총리 스스로 사퇴를 결심하고 있었고, 다만 자리가 막중하다 보니 시기를 엿보고 계셨던 것”이라고 밝혔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관련 영상] 하태경 “새누리당 지도부 총사퇴해야” / 정치토크 돌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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