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왼쪽부터) 2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대통령이 질 순 없다” 밝혀
유승민 사퇴 쪽으로 기울어
“두 사람은 ‘순망치한’” 지적
유승민 사퇴 쪽으로 기울어
“두 사람은 ‘순망치한’” 지적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도 결국 등을 돌렸다. 박근혜 대통령과 당내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이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는 가운데 김 대표의 선택이 주목을 받은 상황에서, ‘비박’(비박근혜) 투톱으로 손발을 맞춰온 유 원내대표의 손을 놓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29일 유 원내대표의 거취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사퇴를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김무성 대표 본인도 종국적으로 그런 방향(유 원내대표 사퇴)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전날인 지난 28일 밤, 보수언론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기자들을 따로 만나 “대통령과 여당 원내대표가 싸우면 대통령이 질 순 없다는 게 의원들의 생각”이라며 유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사실상 ‘사퇴’로 정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유 원내대표와 공무원연금 개편 등 여야 협상을 함께 진두지휘해왔다. 김 대표는 이번 ‘거부권 정국’에서도 ‘의원들의 뜻’을 앞세워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유도해왔다. 지난 25일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유 원내대표의 재신임을 주장하는 다수) 의원들의 의견도 존중돼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친박계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윤상현·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를 물밑에서 부단히 접촉한 것도 이런 점을 증명한다.
그러나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과 이후에도 ‘함께 갈 수 없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김 대표도 유 원내대표를 포기하는 수순으로 들어간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로서는 ‘유승민 이후’의 카드가 없다는 것이 곤혹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이정현 등 ‘친박’ 최고위원을 비롯해 김태호·이인제 등 ‘범박’(범박근혜)계 최고위원들로 둘러싸인 지도부에서 외롭게 고립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당내에서는 ‘유승민 다음 타깃은 김 대표’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면 친박 원내대표가 들어설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김 대표는 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다”며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는 ‘순망치한’(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관계다. 유 원내대표가 물러나면 그다음에는 김 대표 흔들기가 가시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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