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려고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에 참석하려고 회의장으로 향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열세 뒤집기 마지막 기회로 판단
‘김무성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여
일각선 ‘최경환 7~8월 복귀’ 관측
‘김무성 길들이기’ 의도도 엿보여
일각선 ‘최경환 7~8월 복귀’ 관측
새누리당의 친박근혜(친박)계가 ‘유승민 찍어내기’에 총력을 쏟는 것은, 당내 비주류로 밀려난 상황을 역전시키고 내년 4월 총선 공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29일 “박근혜 대통령 임기 절반도 안 돼 당내에서 친박의 입지가 좁아지자 이번에 ‘더이상 안 되겠다’며 들고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친박계는 이어진 새누리당 내 주요 선거에서 판판이 비박근혜(비박)계에 패해왔다. 2014년 5월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원을 업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비박계의 정몽준 전 의원에게 패했고, 같은 달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비박계 정의화 의원이 친박계의 황우여 의원을 압도했다. 같은 해 7월 전당대회에서 김무성 의원이 친박 좌장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당대표에 올랐고, 올 2월엔 유승민 의원이 ‘박심’을 낙점받았다던 이주영 의원을 꺾고 원내대표에 오름으로써 이런 흐름에 정점을 찍었다.
새누리당 의원 160명 가운데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는 넓게 잡아 40~50명 선으로, 상대적으로 소수다. 이런 외형적 열세에도 유승민 원내대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것은, 박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친박도 이번 기회가 열세를 만회할 마지막 결정적 기회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 주도권 쟁탈전에 나선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약속한 완전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이 야당의 반대로 100%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보는 게 공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유 원내대표의 정책 노선에 대한 반감도 한 배경이다. 유 원내대표는 지난 4월 국회 연설을 통해 법인세 인상과 복지 확대 등 과감한 개혁을 주장했는데, 주로 보수적인 영남·충청권에 기반한 친박계는 이에 상당한 거부감을 보여왔다.
‘유승민 찍어내기’는 ‘김무성 길들이기’ 성격도 갖고 있다. 친박계는 최고위원 집단사퇴를 통한 김 대표 체제 와해 가능성까지 입에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겪고 나면 김 대표는 청와대와 친박계의 눈치를 더 많이 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7~8월께 당으로 복귀해 친박계 좌장 역할을 맡아 ‘김무성 독주’를 견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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