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친박근혜계 의원들의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평택상공회의소에서 현장최고위원회의를 한 뒤 제2연평해전 기념식장으로 가는 당 버스에 올라 무거운 표정으로 넥타이를 매고 있다. 평택/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최경환 “추경 당정협의 안 나오게”
김무성 대표 요구로 운영위도 무산
유승민 “전혀 압박 느끼지 않는다”
김무성 대표 요구로 운영위도 무산
유승민 “전혀 압박 느끼지 않는다”
청와대와 친박근혜계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당정 협의 등 주요 공식업무에서 배제하며 노골적인 ‘유승민 고사작전’에 들어갔다. 김무성 대표도 이에 동조하면서, 유 원내대표가 갈수록 고립되는 모습이다.
유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관한 당정 협의에 애초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원유철 정책위의장에게 맡기고 불참했다. 정부 대표로 이 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전날 한 친박계 의원을 통해 “유 원내대표가 참석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한 결과로 알려졌다. 최 부총리는 친박계 핵심으로 통한다.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출석한 가운데 2일 열기로 여야가 지난달 합의한 국회 운영위원회도 무산됐다. 청와대는 운영위 여당 간사이기도 한 조해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지난 30일 전화로 “2일 운영위에 불참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번 운영위는 청와대 업무보고와 결산을 위한 것으로, 경호실에서는 관련 자료까지 국회에 보내온 상황이었으나 사실상 청와대 요구로 취소된 것이다. 국회 운영위는 여당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맡는 상임위로,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인 셈이다. 김무성 대표도 기자들에게 “운영위는 내가 연기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해, 청와대와 같은 견해임을 밝혔다.
원내대표 소관인 국회 운영위 일정에 김 대표가 개입한 것은 사실상 ‘월권’으로, 유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해가 안 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유 원내대표는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가 업무 배제로 사퇴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압박을 느끼지 않는다”며 “상황이 변한 게 없고, 드릴 말씀이 없다”고 사퇴 뜻이 없음을 거듭 밝혔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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