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8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전국 시장·군수·구청장과의 오찬에서 지방자치 20주년 동영상을 보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박 대통령, 무얼 얻고 무얼 잃었나
박근혜 대통령은 8일 국정운영의 ‘걸림돌’로 지목했던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내치면서 자신의 정치적 위력과 당내 장악력을 재과시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13일간 이어진 ‘유승민 정국’에서 제왕적이고 비민주적인 인식과 행태를 그대로 드러내, 장기적으로 당내는 물론 중도층의 민심 이탈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겉으론 이겼을지 몰라도, 내상이 상당하고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다음달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 대통령이 레임덕(임기 후반기 권력누수)을 막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국회법에 이은 ‘유승민 정국’을 통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응과 무능으로 수세에 몰렸던 상황을 단번에 국면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메르스가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박 대통령 특유의 ‘갈라치기’ 방식으로 지지층 결집 효과를 끌어낸 덕에 한때 20%대로 떨어졌던 지지율도 30%대로 회복됐다. 박 대통령이 이번 정국에서 얻은 눈에 띄는 가장 큰 성과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박근혜당’으로 재정립한 것이다. ‘유승민 찍어내기’를 통해 비박근혜계(비박계)의 반발도 겪었지만, 올 초 유 원내대표 취임 이후 불거진 증세·복지 논쟁 등 당청간 불협화음 소지를 없애고, 여당을 정부 정책 실현의 든든한 발판으로 삼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 등 비박계 당 지도부의 ‘충성’을 확인받은 것도 성과다.
당청 불협화음 소지 없애고
새누리에 ‘박근혜 색깔’ 강화
“차기 주자 가능성 싹 잘라”
“다수 중도층 기대는 저버려”
레임덕 막기 사정정국 예상도 여권 안에서는 박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차기 대선은 물론 퇴임 이후까지 내다본 계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대구·경북 지역의 ‘묻지마 지지층’인데, 유 원내대표가 ‘따뜻한 보수’를 내세우며 차기 주자로 급성장하자, 그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란 해석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힘은 대구·경북에서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부산·경남, 충청으로 확대된다”며 “유 원내대표가 자신을 대체할 주자로 성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승민 정국’이 장기적으로는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경우에도 30%는 된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지만, 나머지 60%대의 민심 이반은 가속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의 여러 실정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다수 중도층을 실망시킨 무리수였다”며 “박 대통령은 임기 동안 민심과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아버지의 꿈을 완성하고 싶겠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이에 따른 레임덕을 막기 위해 고강도 사정국면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반듯한 사회를 위해 부정부패 척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여권을 ‘충성’으로 줄세우고, 다른 한쪽은 ‘사정’이라는 칼로 압박하며 총선과 대선, 퇴임 이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 때 야권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새누리에 ‘박근혜 색깔’ 강화
“차기 주자 가능성 싹 잘라”
“다수 중도층 기대는 저버려”
레임덕 막기 사정정국 예상도 여권 안에서는 박 대통령의 ‘유승민 찍어내기’가 차기 대선은 물론 퇴임 이후까지 내다본 계획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은 대구·경북 지역의 ‘묻지마 지지층’인데, 유 원내대표가 ‘따뜻한 보수’를 내세우며 차기 주자로 급성장하자, 그 가능성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란 해석이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의 힘은 대구·경북에서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부산·경남, 충청으로 확대된다”며 “유 원내대표가 자신을 대체할 주자로 성장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승민 정국’이 장기적으로는 박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 대통령에 대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어떤 경우에도 30%는 된다는 점을 거듭 확인했지만, 나머지 60%대의 민심 이반은 가속화될 것이란 주장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철학)는 “이번 사건은 박 대통령의 여러 실정에도 불구하고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다수 중도층을 실망시킨 무리수였다”며 “박 대통령은 임기 동안 민심과 역사에 족적을 남기고 아버지의 꿈을 완성하고 싶겠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결국 이에 따른 레임덕을 막기 위해 고강도 사정국면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내리는 것도 이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라는 분석이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7일 인사청문회에서 “반듯한 사회를 위해 부정부패 척결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여권을 ‘충성’으로 줄세우고, 다른 한쪽은 ‘사정’이라는 칼로 압박하며 총선과 대선, 퇴임 이후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내년 총선 때 야권이 승리를 거두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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