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단순한 정치인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갈등을 지켜보는 대구 시민들의 마음은 그래서 유난히 복잡하다. 대구시 동구 용계동에 자리한 지역구 사무실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 사진이 걸려 있다. 사진 허재현 기자
[토요판] 커버스토리 / 유승민을 말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지역구 ‘대구 동구을’ 르포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지역구 ‘대구 동구을’ 르포
동대구역에서 버스를 타고 30여분 동쪽으로 가 대구시의 젖줄 격인 금호강을 건너면 경산시와 대구 도심 사이에 자리한 작은 도시가 나온다. 대구 도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되어 왔고, 공군기지의 소음까지 품고 살아 주민들의 원성이 잦은 곳. 선거관리위원회가 ‘대구 동구을’이라고 분류하고 있는 곳.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다. 유승민 의원은 17대 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내리 세번째 이곳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은 화랑로라고 불리는 10차선 대로 옆 4층 건물의 3층에 자리하고 있다. 8일 오전 유 원내대표의 사무실을 찾았다. 언론에선 대구에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거나 그를 응원하는 ‘펼침막 전쟁’이 요란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됐으나, 이날 거리의 펼침막은 철거돼 찾아볼 수 없었다.
사무실 출입문을 열자 100㎡(30평) 남짓 되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유 대표의 집무실, 사무국장의 집무실, 사무실 중앙의 책상 네 개, 손님맞이 공간 정도가 있는 단출한 사무실에서 남태진(46) 사무국장과 여직원 한 명이 일하고 있었다. 중앙의 벽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다. 텔레비전에서는 새누리당 의원총회가 진행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었다. 조용한 긴장감이 감돈다.
남 사무국장이 기자를 맞았다. “동구 주민들이 그렇게 막 대립하거나 그러는 것도 아닌데 외부에 그렇게 알려졌네요. 종편 방송사들이 너무 선정적이에요.” 남 사무국장은 요 며칠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듯 보였다.
지난달 29일 ‘동구 주민 일동’ 명의로 용계동 인근 도로, 방촌시장, 각산네거리에 ‘은혜를 모르는 유승민 의원은 즉각 사퇴하라’는 펼침막 20개가 걸렸다. 이어 30일 방촌동, 용계동 일대 안심로에는 ‘동구 주민·동호포럼 회원 일동’ 명의로 ‘유승민 의원 힘내십시오’라고 적힌 펼침막이 걸렸다. 대구 동구청은 이들 펼침막을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이라며 철거했다.
유승민 찬반 ‘펼침막 전쟁’
그의 지역구는 조용했다
동구청, 펼침막 모두 철거
“극우단체가 대구 주민 이간질” 대구의 인물 박근혜·유승민 사이
한쪽 편들기보단 복잡한 감정
방촌시장 상인들 유승민 사퇴에
“그래도 득이 많을 것” 전망도 남 사무국장은 동호포럼이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 맞다고 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펼침막은 누가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자유청년연합이라는 단체가 ‘동구 주민 일동’ 명의로 제작한 펼침막이었다. 자유청년연합은 지난해 9월 일베 회원들을 초청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 반대 치맥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정치단체다. 대구 동구 주민 ㄴ(53)씨는 자유청년연합이 동구 주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구 동부경찰서에 이 단체를 고발했다. ㄴ씨는 “김요한이라는 사람이 자유청년연합 대구지부장이라고는 하던데 그 사람이 정말 주민인지 모르겠다. 동구 주민을 사칭해 주민들 이간질하는 것이 괘씸해 고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을 보좌하는 남 사무국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유 의원의 아버지인 유수호 전 의원(민주자유당 등)을 먼저 보좌했던 이다. 지금은 대를 이어 유씨 집안의 정치를 돕고 있다. 왜 유승민 의원을 돕는지 묻자 즉각 답이 나왔다. “4월에 유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로 연설한 내용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의원님이 오랫동안 갖고 계셨던 정치철학을 담은 거지요. 지켜보면서 저는 정말 가슴 뭉클했어요. 의원님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나라를 만드는 ‘따뜻한 보수’가 되고 싶어했어요. 저는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고요.” 남 사무국장의 바람은 거리 민심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사무실을 나왔다. 거리는 한산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 직전이었다. 드문드문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유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립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가버린다. 겨우 인터뷰에 응해도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곳 대구 주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한 존재다. 한 주민은 박 대통령을 “이름을 듣는 순간 눈물짓게 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유 원내대표는 10년 넘게 ‘대구 동구을’에서 뛰었다. 주민들은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어느 한쪽을 편들며 입에 올리는 게 쉽지 않다. 80살의 한 여성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대통령과 싸우면 안 된다”고 했고, 58살의 한 남성은 “메르스 위기를 돌파하려고 대통령이 무리수를 둔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유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1㎞ 정도 떨어진 방촌시장을 들렀다. 시장 상인들의 눈이 손님이 아닌 텔레비전 화면에 닿아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는 중이었다. 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도장집 주인 김아무개(60)씨가 텔레비전을 보다 나지막이 말한다. “대통령과 사와서(싸워서) 결과적으론 손해본 거 항게도(하나도) 없을기라. 유승민에게 아마 득이 안 되겠능겨? 이번 일로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었으니까예. 그전에는 대구에서나 좀 아는 사람이었지 다른 데서 유승민을 알기나 했나. 인자 대통령감이 될 것 같다.”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중 19.2%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았다. 김무성 대표(18.8%)를 제친 수치다. 유승민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을 뿐이다. “헌법 제1조”를 부르짖는 그의 정치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대구/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그의 지역구는 조용했다
동구청, 펼침막 모두 철거
“극우단체가 대구 주민 이간질” 대구의 인물 박근혜·유승민 사이
한쪽 편들기보단 복잡한 감정
방촌시장 상인들 유승민 사퇴에
“그래도 득이 많을 것” 전망도 남 사무국장은 동호포럼이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 맞다고 했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한 펼침막은 누가 걸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뒤늦게 확인해보니 자유청년연합이라는 단체가 ‘동구 주민 일동’ 명의로 제작한 펼침막이었다. 자유청년연합은 지난해 9월 일베 회원들을 초청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유가족 단식 반대 치맥 파티’를 열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정치단체다. 대구 동구 주민 ㄴ(53)씨는 자유청년연합이 동구 주민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대구 동부경찰서에 이 단체를 고발했다. ㄴ씨는 “김요한이라는 사람이 자유청년연합 대구지부장이라고는 하던데 그 사람이 정말 주민인지 모르겠다. 동구 주민을 사칭해 주민들 이간질하는 것이 괘씸해 고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에 나섰다. 유승민 의원을 보좌하는 남 사무국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유 의원의 아버지인 유수호 전 의원(민주자유당 등)을 먼저 보좌했던 이다. 지금은 대를 이어 유씨 집안의 정치를 돕고 있다. 왜 유승민 의원을 돕는지 묻자 즉각 답이 나왔다. “4월에 유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로 연설한 내용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에요. 의원님이 오랫동안 갖고 계셨던 정치철학을 담은 거지요. 지켜보면서 저는 정말 가슴 뭉클했어요. 의원님은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실현하는 나라를 만드는 ‘따뜻한 보수’가 되고 싶어했어요. 저는 그런 세상을 함께 만들고 싶고요.” 남 사무국장의 바람은 거리 민심에 제대로 전달되고 있을까. 사무실을 나왔다. 거리는 한산했다.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직을 사퇴하기 직전이었다. 드문드문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유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의 대립을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대부분 손사래를 치며 가버린다. 겨우 인터뷰에 응해도 이름을 쓰지 말아달라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이곳 대구 주민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특별한 존재다. 한 주민은 박 대통령을 “이름을 듣는 순간 눈물짓게 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유 원내대표는 10년 넘게 ‘대구 동구을’에서 뛰었다. 주민들은 박 대통령과 유 원내대표 어느 한쪽을 편들며 입에 올리는 게 쉽지 않다. 80살의 한 여성은 “아무리 불만이 있어도 대통령과 싸우면 안 된다”고 했고, 58살의 한 남성은 “메르스 위기를 돌파하려고 대통령이 무리수를 둔다”고 말했다. 오후 1시께 유 원내대표 사무실에서 1㎞ 정도 떨어진 방촌시장을 들렀다. 시장 상인들의 눈이 손님이 아닌 텔레비전 화면에 닿아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전파를 타는 중이었다. 시장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도장집 주인 김아무개(60)씨가 텔레비전을 보다 나지막이 말한다. “대통령과 사와서(싸워서) 결과적으론 손해본 거 항게도(하나도) 없을기라. 유승민에게 아마 득이 안 되겠능겨? 이번 일로 전국구 국회의원이 되었으니까예. 그전에는 대구에서나 좀 아는 사람이었지 다른 데서 유승민을 알기나 했나. 인자 대통령감이 될 것 같다.” 10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를 보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 중 19.2%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새누리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꼽았다. 김무성 대표(18.8%)를 제친 수치다. 유승민은 원내대표직을 사퇴했을 뿐이다. “헌법 제1조”를 부르짖는 그의 정치인생은 현재진행형이다. 대구/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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