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태’ 해결에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 사태에 국민연금공단이 주요 주주로서 ‘해결사’ 구실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관치경영 논란 등을 이유로 연기금이 주주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실제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롯데그룹 사태는 집안싸움이지만 이번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신씨 일가가 아니라 국민연금에 노후자금을 맡긴 우리 국민들”이라며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을 지켜낼 수 있도록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에서 롯데그룹 계열사에 총 6.9%(의 지분이) 투자돼 있다고 한다”며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 계열사 시가총액이 1조5000억원이 빠져나갔고 앞으로 얼마가 더 빠져나갈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롯데푸드(13.31%)의 단일 최대 주주이자, 롯데칠성음료(12.18%)와 롯데하이마트(12.33%)의 2대 주주다. 주가 하락 때 국민연금이 보유한 자산의 평가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은 대주주로 롯데 경영진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지만, 롯데 외에도 지금까지 주주권 행사 등을 통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경영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전례는 없다. 경영 간섭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런 국민연금의 태도는 재벌 총수 일가에 대한 견제보다는 그들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기보다는 총수 일가의 ‘거수기’에 그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공단이 국민연금에 재산상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이번 롯데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이 이런 관행을 일부 바꿀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실제로 여당 정책위원회는 김 대표 발언 직후 즉각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는 11일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롯데그룹에 대한 지분보유 현황과 주주권·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보고를 받고 대응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도 이날 ‘국민연금이 실질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가 어려운 만큼 여당에서 의결권 행사를 지원해줄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롯데 사태에 국민연금이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힘을 받고 있다. 지난 3일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국민연금이 임시주주총회 소집, 이사후보 추천 등의 주주 제안, 나아가 주주대표소송 제기 등의 방법으로 경영진을 압박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영식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과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각각 5일과 6일 “롯데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연금과 국내 주주들”이라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쪽은 “롯데그룹 관련 주주권 적극 행사에 대해 검토한 바 없다”며 “내부적으로 (롯데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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