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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역대 내각 사죄했다”…아베, 직접 사죄 안해

등록 2015-08-14 20:35수정 2015-08-15 10:30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2차대전 패전 70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오후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패전 70년 담화, 식민지배 진정성 없이 ‘과거형 반성’
“일본 전후세대 80% 넘어 …사죄 계속하게 해선 안돼”
위안부 관련 “상처 입은 여성들 있다” 에둘러 언급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의 패전 70년을 맞아 ‘아베 담화’를 발표했다. 한국·중국 등과의 외교 관계, 국내외 비판 여론 등을 고려해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어구를 모두 포함하기는 했지만, 한국이 요구해온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과거형 사죄’에 그친 실망스런 내용이었다.

아베 총리는 14일 오후 특별각의를 열어 담화의 내용을 각의결정(국무회의 의결에 해당)한 뒤 이 내용을 30여분에 걸쳐 발표했다. 우선 한국·중국 등이 주목해온 ‘사죄와 반성’에 대해서는 “일본은 지난 대전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해서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표명해왔다. 그 마음을 실제 행동으로 보이기 위해 동남아시아, 한국, 중국 등 주변에 있는 아시아 국민들이 걸어온 고난의 역사를 마음에 새기고 전후 일관되게 그 평화와 번영을 위해 힘을 기울여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러한 역대 내각의 입장은 이후에도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국·중국 등과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무라야마 담화(1995년)와 고노 담화(1993년) 등 기존 정부의 과거사 관련 담화를 부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지만, 자신의 분명한 의지를 담지 않고 역대 정부의 활동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사죄와 반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는 데 그친 것이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전쟁 속에서 명예에 깊은 상처를 입은 여성들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간접적 형식으로 두 차례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역시 (무라야마 담화의 주요 표현이) 인용이라는 형태로 담겼다. 아베 총리 자신의 표현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에이피>(AP) 통신도 “아베가 과거의 사과를 언급했지만, 스스로 공식적 사과는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의 핵심 열쇳말(식민지배, 침략, 사죄, 반성)을 모두 거론은 했지만, 침략에 대해선 “힘에 의한 곤궁의 타개를 시도했다” 등 에둘러 표현해 일본의 지난 행위가 명확한 침략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았다. 식민지배와 침략의 주체를 일본으로 명시하지도 않았다.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에서 대폭 후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베 담화의 내용 가운데 한국이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식민지배에 대한 역사인식이다. 담화는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과 식민지배의 가해 역사에 대해 직접 사죄와 반성을 하는 대신 “식민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해 모든 민족의 자결과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그와 함께 “러일전쟁이 식민지배 아래 있던 많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에게 용기를 줬다”고 러일전쟁을 미화하는 표현을 담았다. 러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만 한국 입장에선 용인하기 힘든 역사인식이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아베 총리 특유의 ‘역사수정주의’다. 그는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과정을 언급하며 “일본이 세계 공황에 휩쓸리면서 경제가 큰 타격을 입었고, 힘의 행사에 의해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다. 그로 인해 만주사변 등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1931년 만주사변 이후 일본이 전쟁에 빠져드는 과정에 대한 반성은 있지만, 그 이전에 이뤄진 조선 강제병합과 식민지배는 제대로 반성하지 않은 것이다. 또 그는 “일본에서는 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인구의 8할이 넘는다. 전쟁과 관련이 없는 우리들의 아이와 손자, 그 뒤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할 숙명을 지워선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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