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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평양시민 “뭐가 침몰해도 우리 탓, 뭐가 날아와도 죄다 우리 탓”

등록 2015-08-23 19:52수정 2015-08-23 23:02

22일 오전 평양역 광장 전광판에 전쟁과 관련된 노래 영상이 가사 자막과 함께 나오고 있다.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유소년 U-15(15세 이하) 축구대회에 참가한 남쪽 선수단을 취재 중인 <연합뉴스> 기자 찍었다. 
 평양/연합뉴스
22일 오전 평양역 광장 전광판에 전쟁과 관련된 노래 영상이 가사 자막과 함께 나오고 있다.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유소년 U-15(15세 이하) 축구대회에 참가한 남쪽 선수단을 취재 중인 <연합뉴스> 기자 찍었다. 평양/연합뉴스
국제유소년축구대회 취재진이 본 평양
“제 집안 불상사를 우리와 억지로 연결하는 게 남쪽의 주특기”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던 지난 22일 평양 시내는 비교적 평온하고 활기찬 모습을 보였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시민들 삼삼오오 모여 웃으며 대화
“지뢰폭발 사건은 날조극” 남쪽 비난
전광판엔 전쟁 관련 노래영상 나와

국제유소년 U-15(15살 이하) 축구대회에 출전한 남쪽 선수단 취재차 평양을 방문중인 <연합뉴스> 기자는, 북한 당국의 허용 아래 이날 오전 평양역 광장을 둘러본 뒤 “시민들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이 ‘대북 방송 중단 거부 시 공격 시점’으로 정한 ‘22일 오후 5시’를 몇 시간 앞둔 때였지만, 시민들은 거리를 바쁘게 걸어다녔고, 일부는 삼삼오오 광장 구석에 모여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청량음료를 파는 매점 앞에서는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아이스크림과 음료를 제대로 삼키지 못할 정도로 크게 웃기도 했다.

다만 남쪽을 향한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연합뉴스>가 광장에서 만난 평양 시민 리주현씨는 “그들은 바다에서 함선이 침몰해도 북 어뢰 때문이고, 정체불명의 무인기가 날아들어도 북의 소행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교전이 일어난 날) 우리는 그 어떤 훈련도 한 것이 없으며 포탄도 발사한 것이 없다. 철저한 날조극이고 기만극”이라며 남쪽에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따금씩 광장에는 긴장감도 흘렀다. 평양역 앞 로터리로 군용차량이 지나갔다. 광장 한쪽에 세워진 대형 전광판에는 전쟁과 관련된 노래영상이 쉴 틈 없이 흘러나왔다. ‘육중한 강철 대포 우리는 길들였다네’, ‘조국을 지키는 방패 우리가 되리’ 등 가사 자막이 화면에 나왔다. 평소 모란봉악단 공연 장면 등 일반적인 노래영상이 나오던 것과 달라진 분위기였다. 남북 상황을 고려해 강한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트는 것 같다고 북쪽 안내원이 설명했다.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은 기자들이 군복을 입은 채 역시 군복을 입고 일하고 있는 원산구두공장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도하는 등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서 전국 각지의 청년 학생들이 잇따라 입대 지원 모임을 열고 있다며, 인민군 입대와 복대를 탄원한 청년이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북한은 대남 선전용 누리집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남쪽에서 △주가 50% 이상 폭락 △사병 탈영 급증 △외국행 항공권 가격 10배 이상 급등 등 큰 혼란이 일어났다는 허위사실을 인용 없이 전했다. 이 기사는 전쟁 공포로 인천 백화점 등에서 라면·식수 등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평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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