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 원내대표, 국회 연설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 중단해야”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실 왜곡”…김 대표의 ‘국정화 추진’ 제동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실 왜곡”…김 대표의 ‘국정화 추진’ 제동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3일 “정치적 목적을 위해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숨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무성 대표가 전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바로가기 : 김무성 “역사 교과서 국정화…교육감 직선제 폐지 추진”)
독립운동가의 후손인 이 원내대표가 부친의 친일 행적 은폐 논란에 휩싸인 김 대표에게 ‘역사’ 문제로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 여당이 우리 미래세대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줘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역사교과서 국정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진보와 보수 사이에 역사에 대한 해석은 다를 수 있지만 어떻게 친일·독재·인권유린·우리 민족이 당한 수탈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느냐. 또 어떻게 숨기겠느냐”며 “(우리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는 동일한 시각으로 이 문제를 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은 아직도 2013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 검정파동을 잊지 않고 있다”며 “(당시에) 친일과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내용상 많은 오류가 있어도 검정을 강행하다가, 교육현장에서 외면 당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해를 ‘건국 67주년’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1910년 일제의 주권 침탈 이래 36년 동안 가열차게 전개됐던 우리 민족의 치열한 항일투쟁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것이자, 헌법에도 규정된 상해 임시정부의 법통을 훼손하는 잘못된 역사의식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우리 현대사를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굴욕의 역사’라고 억지를 부리는 주장은 이 땅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한 정면 반박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전날 교육개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측면에서, 즉 역사를 통해 미래를 만들어가는 의미에서 자학의 역사관, 부정의 역사관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학생들이 편향된 역사관에 따른 교육으로 혼란을 겪지 않도록 사실에 입각하고 중립적인 시각을 갖춘 국정 역사교과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반 논란을 주도하고 있는 이 원내대표와 김 대표 두 사람이 각각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의 손자와 친일행적 은폐 논란에 휩싸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의 할아버지인 이회영 선생은 구한말 여섯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전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해 항일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서전서숙’ ‘신민회’ ‘신흥무관학교’등 국외 항일운동의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 전 회장은 일제 때 경북도회 의원을 지내고 조선임전보국단 간부로서 ‘황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운동을 펼치는 등 친일 경력이 있으나, 최근 김 대표가 책을 펴내면서 ‘극일로 이겨낸 망국의 한’이라는 내용으로 부친을 애국지사로 묘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공동취재 사진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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