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이트 계열 지식인들이 주축을 이룬 교과서포럼이 3년여 준비 끝에 2008년에 출간한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서울=연합뉴스)
박근혜 정부가 국정화하려는 한국사 교과서는 어떤 모습일까.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는 모델이 있다. 2008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주축이 된 교과서포럼(공동대표 이영훈 박효종 차상철)이 펴낸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가 그것이다. 일제 식민통치 시절부터 지배 기득권 세력을 적극 긍정하는 내용이어서, 학계에서는 친일반민족세력과 이승만·박정희 반공독재체제를 추수하는 ‘과거 찬양서’라는 비판이 나왔던 책이다.
예를 들면 96쪽 ‘식민지 한국 사회의 역사적 성격’을 논하는 부분에서는 “식민지 한국의 경제통계가 1980년대 말부터 한국과 일본의 경제학자들에 의해 정비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1910~1940년에 한국에서 일본과 동일한 속도로 연간 3.6%의 경제성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라는 대목이 등장한다. 뒷부분 "오늘날 한국 현대 문명의 제도적 기초가 그 과정에서 닦였음을 강조하는 또 다른 시각이 있다(식민지근대화론)”에서도 드러나듯, 일제 ‘덕분에’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박정희를 서술하는 부분도 문제가 많다. 5·16에 대해서는 “군사 쿠데타”라고 서술하면서도 “그는 민주주의 관해 개인의 이기심에 기초한 서양식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민족과 국가에 대한 헌신에 기초한 민주주의로서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민족적 또는 행정적 민주주의이어야 한다고 믿었다”는 대목이 등장한다. 독재의 가림막으로 기능했던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정치적 구호를 비판 없이 전달하는 데 그친다. 또 ‘대한교과서’는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는 한국 사회에 역사적으로 축적되어 온 성장의 잠재력을 최대로 동원하는 역설적 결과를 낳았다”고 기술한다. 일제 덕분에 성장의 기초를 닦고 박정희식 독재로 “고도성장”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대안교과서는 단지 ’대안’이었고, 그 후속편 성격의 교학사 교과서는 여럿 중 하나였다. 그런데 국정화된, 박근혜식 ‘올바른 교과서’는 딱 하나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21세기판 분서갱유’라고 비판하는 데는 그만한 후과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김보협 기자bh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