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강행 파문
반대론으로 확연히 기울어
20대 결집 등 영향…일주일새 역전
새누리 지지층 찬성 줄고 반대 9%p↑
“역사학자 대다수 반대가 결정적”
반대론으로 확연히 기울어
20대 결집 등 영향…일주일새 역전
새누리 지지층 찬성 줄고 반대 9%p↑
“역사학자 대다수 반대가 결정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여론 지형이 ‘반대론 우세 국면’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12일 교육부의 국정화 행정예고를 전후로 학계와 정치권, 시민사회의 반대 여론이 신속히 결집하면서 국정화 찬성론은 시간이 갈수록 위축되는 양상이다. 여론 지형의 변화는 국정화에 소극 찬성했거나 판단을 유보했던 수도권 거주자와 무당파층, 중도성향의 새누리당 지지층이 국정화 반대로 입장을 선회한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국정화 찬반 조사에서는 반대론이 52.7%로 찬성론(41.7%)을 두자릿수 격차로 앞섰다.(전국 성인 1000명, 유무선 임의전화걸기, 신뢰수준 ±3.1%포인트) 열흘 전 찬성 47.6%, 반대 44.7%로 팽팽했던 여론 구도와는 차이가 뚜렷하다. 이런 추세는 지난 20일 새정치민주연합이 공개한 여론 흐름과도 일치한다. 새정치연합이 타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당시 조사에서 반대 여론은 일주일 전에 견줘 6.6%포인트 상승한 반면, 찬성 여론은 6.4%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이번 조사는 수도권 거주자와 20대 연령층, 새누리당 지지층에서 여론 변화가 두드러졌다. 인천·경기 지역의 경우 찬성론은 열흘 전에 견줘 7.5%포인트(43.9→36.4) 하락하고 반대론은 11.9%포인트(46.4→58.3)가 올랐다.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찬성론은 8.2%포인트 떨어진 반면 반대론은 9.3%포인트 상승했다. 20대의 ‘쏠림 현상’도 두드러져 찬성론이 17.1%포인트(38.7→21.6) 빠지는 동안 반대론은 20.9%포인트(57.5→78.4) 상승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역사학자들의 압도적 다수가 국정화 반대 집단행동에 나선 게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교육부의 국정화 행정예고 직전까지 팽팽하던 찬반 여론이 13일 연세대를 필두로 전국 역사학과 교수들의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이 이어지면서 반대론 쪽에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역사학자들 내부에서 찬반이 3 대 7 정도만 됐어도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라며 “전문가 집단에서 1 대 9 정도로 일방적으로 찬성론이 밀리니 정부·여당으로서도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대학가에 번진 1인시위와 벽보 부착, 페이스북 캠페인 등 20대의 자발적 참여도 이 연령대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론으로 결집하는 데 힘을 더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정화 반대론이 우세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프레임 경쟁력의 우위”를 꼽았다. 신 교수는 “집권세력과 보수언론이 현행 검인정 교과서 체제를 ‘친북’ 프레임으로 엮어 공격했지만, 학계와 시민사회의 ‘다원주의·반독재 프레임’에 막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국정 교과서로 획일적 역사관을 강요하는 것은 북한 같은 후진 독재국가나 하는 일’이란 논리가 자유주의 성향의 젊은층과 학력 수준이 높은 수도권 중산층, 합리주의 성향의 새누리당 지지층에 호소력을 발휘했고, 이들을 관망층에서 적극적 반대론자로 돌아서게 하는 데 결정적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이택수 대표도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의 자발적 참여가 사안의 과도한 정치화를 막고 이념적 중간지대로 반대론을 확산시킬 수 있었다”며 “지금 추세라면 국정화 찬성론에는 30% 정도의 ‘박근혜 콘크리트 지지층’만 남게 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교과서 국정화 찬반 여론 추이
이슈국정교과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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