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국회연설 하루 앞두고 세몰이
“안갯속이던 생각이 정리됐다”, “애국심으로 싸우겠다”, “연구를 집대성해달라”.
26일 새누리당 친박근혜계(친박) 의원 모임인 국가경쟁력포럼 주최로 열린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왜 필요한가’ 토론회장. 친일·독재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의 대표 집필자였던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의 강연이 끝난 뒤 친박 의원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찬사를 보냈다. 강연에서 권 교수는 “검인정제가 계속된다면 우리 학생들은 민중 혁명의 땔감밖에 안 된다”, “현행 교과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인민민주주의가 옳은 길이라고 가르친다”, “민중사관 숙주 노릇 안 된다” 등 검정 교과서에 친박·종북 색깔론을 덧씌우며 과격한 주장을 쏟아냈다. 친박계 의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대에 친일·독재 미화 보고서는 불가능하다”며 균형 잡힌 역사 교과서 집필을 내세우는 정부·여당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교학사’ 책 집필자 권희영 초청토론
“학생은 민중혁명 땔감” 주장에 호응
윤상현 “병든 교과서 고쳐야 한다”
김진태 “좌파는 모두 거짓말” 당 최고위원회서도 황당발언
원유철, 학계·시민단체 우려를 “괴담”
이정현 ‘검인정제=위험한 제도’ 왜곡 그동안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친박들이 집단적으로 ‘국정화 몰이’에 나선 데는 교육부의 확정 고시를 1주일여 앞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국정화 발표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엇비슷했던 찬반 의견은 최근 ‘반대 우세’ 추이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을 억지로 반전시키려다 보니 주장에 무리수가 잇따랐다. 이 모임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가 병들어 있다. 병을 고쳐야 하듯이, 우리는 병든 한국사 교과서를 고쳐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검정을 통과한 현행 교과서를 ‘병든 교과서’로 폄하했다. 김진태 의원은 “길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좌파(의 주장)는 모두 거짓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위와 진실과의 투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좌파와의 전쟁’을 선동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 일정도 친박이 ‘총동원령’을 내린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모임에는 40여명의 친박 의원들이 참석했다. 지난 6월 ‘유승민 파동’과 9월 노동개혁 정국에서도 친박은 긴급모임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친위대’ 역할을 자처했지만, 당시 참석 인원은 20~30명에 그쳤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친박 의원들이 ‘눈도장 찍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국정 교과서’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신친박’을 자처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가 국정제에서 검정제로 바뀌면서 우리 헌법정신은 물론이고 국가안보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며 “친일이니 독재니 하며 거짓 괴담을 퍼뜨리는 세력들의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역사학계·시민사회·학부모의 우려를 ‘괴담’으로 깎아내렸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일본 검인정 교과서에 위안부를, 한반도 침략을 굉장히 미화하고,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교과서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검인정 교과서도 정권이 주도해서 잘못 기술을 하게 되면 이렇게 온 세계인이 치를 떨 왜곡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검인정 교과서 내용을 빌미로 대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검인정제 자체를 ‘위험한 제도’로 왜곡한 것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학생은 민중혁명 땔감” 주장에 호응
윤상현 “병든 교과서 고쳐야 한다”
김진태 “좌파는 모두 거짓말” 당 최고위원회서도 황당발언
원유철, 학계·시민단체 우려를 “괴담”
이정현 ‘검인정제=위험한 제도’ 왜곡 그동안 개별적으로 움직이던 친박들이 집단적으로 ‘국정화 몰이’에 나선 데는 교육부의 확정 고시를 1주일여 앞두고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국정화 발표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엇비슷했던 찬반 의견은 최근 ‘반대 우세’ 추이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을 억지로 반전시키려다 보니 주장에 무리수가 잇따랐다. 이 모임 간사인 윤상현 의원은 “한국사 교과서가 병들어 있다. 병을 고쳐야 하듯이, 우리는 병든 한국사 교과서를 고쳐야 한다”며 박근혜 정부에서 검정을 통과한 현행 교과서를 ‘병든 교과서’로 폄하했다. 김진태 의원은 “길지 않은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좌파(의 주장)는 모두 거짓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허위와 진실과의 투쟁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좌파와의 전쟁’을 선동하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시정연설 일정도 친박이 ‘총동원령’을 내린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모임에는 40여명의 친박 의원들이 참석했다. 지난 6월 ‘유승민 파동’과 9월 노동개혁 정국에서도 친박은 긴급모임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친위대’ 역할을 자처했지만, 당시 참석 인원은 20~30명에 그쳤다. 내년 총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심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친박 의원들이 ‘눈도장 찍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비슷한 시각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도 ‘국정 교과서’ 옹호 발언이 이어졌다. ‘신친박’을 자처하는 원유철 원내대표는 “역사 교과서가 국정제에서 검정제로 바뀌면서 우리 헌법정신은 물론이고 국가안보의 근간이 흔들리게 됐다”며 “친일이니 독재니 하며 거짓 괴담을 퍼뜨리는 세력들의 행태가 참으로 안타깝다”며 역사학계·시민사회·학부모의 우려를 ‘괴담’으로 깎아내렸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일본 검인정 교과서에 위안부를, 한반도 침략을 굉장히 미화하고, 최근에 들어서는 그런 교과서를 더 강화하고 있다”며 “검인정 교과서도 정권이 주도해서 잘못 기술을 하게 되면 이렇게 온 세계인이 치를 떨 왜곡된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검인정 교과서 내용을 빌미로 대다수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검인정제 자체를 ‘위험한 제도’로 왜곡한 것이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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