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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재인은 무얼 할 수 있는가

등록 2015-11-06 19:47수정 2015-11-07 11:34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왜 못 잡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반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A href="mailto:jijae@hani.co.kr">jijae@hani.co.kr</A>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왜 못 잡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 반대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3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확정 발표된 이후에도 국정화 반대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6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정화 반대-찬성 여론 격차는 지난주 13%포인트에서 17%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그러나 정당 지지율은 별로 차이가 없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여전히 40% 안팎을 오가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은 20%대에서 오르내린다. 여론이 국정화 반대로 빠르게 돌아서는 동안 새정치연합은 반대 운동에 올인하고서도 지지율 반등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교과서 국정화 문제는 정치가 아니라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사회문화적 이슈로 시민들 사이에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다수의 학부모와 아이들이 국정 교과서에 진저리를 치는 이유는 ‘후지다’라는 단 한마디로 설명된다. 친일·독재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는 새정치연합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나, “컬러텔레비전 보다가 갑자기 웬 흑백텔레비전이냐”는 말이 귀에 더 쏙쏙 박힌다.

이런 상황을 인식한 시민단체들은 공동 투쟁기구를 꾸리자는 새정치연합의 제안을 사양했다. 교과서 문제가 정쟁화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냉정한 판단에서였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총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가장 걱정했던 것은 교과서 사태가 세월호 국면처럼 진영논리에 빠져드는 거였다. 야당을 불신해서가 아니다. 큰일이 있을 때 야당이 무조건 장외로 나간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정당은 정당대로 할 일이 있다.”

그렇다면 야당은 뭘 할 수 있을까? 여론은 우호적이나 유권자들은 야당에 쉽사리 눈길을 주지 않는다. 시민단체와 함께 교과서 이슈를 선봉에서 이끄는 것도 어려워졌다. 섣불리 심판론을 꺼내들었다간 진영 싸움의 덫에 걸려든다. 우선, 당내에서 나오는 대안은 이렇다. “제대로 된 민생을 얘기해야 한다. 정부가 노동개혁을 하겠다고 할 때 이를 맞받아 재벌개혁 하자는 건 설득력이 없다. 저쪽이 임금피크제를 하자고 하면 우리는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 대안을 내놔야 한다.”(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 추상적인 구호 대신 우선 구체적인 민생 프로그램으로 맞붙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는 실력의 문제다. 시간이 필요하다. 부족했던 역량이 하루아침에 쌓이진 않는다.

두번째는 당내 소통과 포용, 즉 실천의 문제다. 비주류들은 “문재인 대표는 국정화 문제를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려고 한다”며 불편해하고, 주류 쪽에선 “비주류들은 틈만 나면 흔들어댈 뿐 비협조적”이라며 불만이다. 이는 교과서 투쟁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대표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문 대표는 비주류에게 문을 열어 투쟁의 공간을 공유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 6일 예정된 국정화 저지 거리 문화제를 앞두고, 모처럼 ‘좋은 그림’을 만들고 싶었던 당직자들은 문 대표에게 “안철수 의원한테 직접 전화를 걸어 문화제 참석을 요청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실무진들끼리의 절차가 먼저”라며 안 의원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았고, 안 의원은 “지역구 사정으로” 불참했다.

이유주현 정치부 정치팀장
이유주현 정치부 정치팀장
물론 같이 앉아 사진 찍는다고 계파 갈등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교과서 정국이 끝나고 나면 공천을 둘러싼 치열한 싸움이 펼쳐질 터이다. 그러나 ‘모양새’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새누리당은 내부에선 치열한 권력투쟁을 벌이지만 ‘적’과 전선이 그어지면 일단 뭉치는 모습을 보인다. 사실 새정치연합 지지자들에겐 장외투쟁이냐 원내투쟁이냐는 중요하지 않을지 모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한 팀’으로 보이느냐가 문제다. 당 밖의 심상정·천정배 의원하고도 ‘교과서 연대’를 했는데 당내 인사들과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이유주현 정치부 정치팀장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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