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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대통령이 와도 아닌 사람은 아냐” “그래도 대통령…”

등록 2016-03-11 19:21수정 2016-03-12 00:00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고산동 신매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이경미 기자
10일 오후 대구 수성구 고산동 신매시장에서 주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 이경미 기자
[르포] 박 대통령 방문 대구민심 보니

“대통령과 가깝다고 찍지는 않아”
‘진박 후보’에 대체로 부정적 반응
“경상도는 바뀌는 거 없다”도 여전
유승민·김부겸 최대관심
10일 오전, 대구시 동구 고속버스터미널 한 귀퉁이에 자리한 구둣방. 고속버스 기사 김아무개(54)씨가 들렀다. 터미널에서 500m 떨어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해 보고를 듣던 시각이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효과를 물으니 김씨가 단호하게 말했다. “대통령이 온다 해도, 아닌 사람은 아니야. (대통령이) 직접 누구 뭐 정종섭이 손들고 (사진) 찍어준다 해도 아니야.” 김씨는 이른바 ‘진박(진실한 친박) 마케팅’에 대해 “대구 민심이 예전보다 마이 달라졌어요. 대통령하고 가깝다고 무조건 찍어주는 거 아이라 한케네”라고 말했다. 이때 열심히 구두를 닦던 사장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왕창 다 갈고 새로운 얼굴 시키봐야 해.”

박 대통령이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전격적으로 대구를 방문한 10일, 대구 민심은 꽃샘추위만큼 쌀쌀한 기운이 돌았다. 박 대통령이 거쳐간 지역은 동구, 북구, 수성구인데, 모두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들이 박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선거운동을 하는 지역구다. 하지만 이곳 시민들은 ‘진박 후보들’에게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동구 동구시장에서 만난 교육업체 대표 정순태(58)씨는 “‘진박’ 마케팅이 먹힌다는 건 후보들이나 청와대의 착각일 수 있어요. 지역인을 청와대 멋대로 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의지하려는 후보들은 안 돼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민심이 현역 의원들에 대해 썩 만족하는 것도 아니었다. 북구 칠성시장에서 식료품을 판매하는 박성진(46)씨는 “누가 의원이 되든 대구에 해준 게 뭐 있습니까. 누가 되든 관심없어요. 진박, 비박 하는데 같은 당에서 갈라지는 거는 결국 밥그릇 싸움 한다는 뜻 아입니까”라고 했다. 대구에서 지역활성화 사업을 하고 있는 전충훈(42)씨는 “‘물갈이론’은 시민이 만드는 게 아니고 새누리당이 만드는 거예요. 당에서 현역 의원을 바꾸는 명분으로 물갈이론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어 찍힌 유승민 의원에 대한 주민들의 마음은 더욱 복잡한 듯했다. 동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신아무개(69)씨는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신씨는 “유승민씨가 국민 뭐시기 제1 어쩌고 이칼 때(유 의원이 원내대표에서 물러날 때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들며 박 대통령을 비판한 일) 약이 오르더라고. 박근혜 때문에 지가 컸는데”라면서도 “대통령만 생각하면 이재만(전 동구청장)이 찍어야 하는데, 유승민이 또 열심히 하는 게 보여. 참 아까븐 인물인데 우짜다가 박근혜한테 저리 돼뿠는지 모르겠어”라고 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유 의원이 이 전 청장을 크게 앞선다. 신씨는 “이틀 전 여론조사 전화가 와서 일단은 유 의원을 지지한다고 답했는데, 이재만이 공천되면 이재만이를 뽑을 거야. 근데 신랑은 무조건 유승민 찍어줘야 한다고 하데”라고 말했다. 함께 있던 배아무개(71)씨는 “내막은 모르지만 나를 만들어준 대통령한테 그렇게 반발을 하면 안 되지. 그거는 배신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잘하잖아. (잘)할라꼬 노력하는 사람이잖아”라고 했다.

총선에서 대구의 최대 관심사 하나가 ‘유승민이 공천받느냐’라면, 또 하나는 ‘김부겸이 당선되느냐’는 것이다. 대구의 부촌이자 고학력층이 주로 모여 사는 수성구에선 ‘이번에는 바꿔야 한다’는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됐다.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뛰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성구 고산동 신매시장 부근에서 만난 변정수(55)씨는 “50·60대는 좋은 게 좋은 거라 해도 젊은이들은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아요. 내 아들도 ‘찍는 건 내 마음이다’라고 해요. 젊은층이 바뀌는 과정”이라고 했다. 이 지역 고령층에도 대구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려면 이제는 야당 의원도 나와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반면 뿌리깊은 ‘무조건 새누리당’ ‘무조건 박근혜’ 정서도 만만찮다. 이병구(50)씨는 “경상도는 바뀌는 거 없다. 초창기엔 김부겸이 지지율 높아도 막상 (투표소에선) 도장이 여당으로 갈 끼다”라고 했다. 누구를 지지하든 이날 만난 주민 대부분은 “4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이 어떤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이 지역 후보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새누리당 당원은 “박 대통령 방문을 선거운동에 활용하려다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 하지만 대구 민심은 그래도 대통령을 따라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 비박계 예비후보는 “박 대통령 방문 효과가 옛날과 같을지는 모르겠다. 지식인층과 서민층 생각이 다르니까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대구/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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