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5차 공천 명단을 발표하려고 회견장으로 향하다 여성 우선공천을 요구하는 부산여성총연대 대표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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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4·13 총선 공천장을 받기 위해 부산 중·영도에서 경선을 치르게 됐다. 김 대표와 함께 ‘살생부 파문’에 연루됐던 비박근혜계 정두언(서울 서대문을)·김용태(서울 양천을) 의원은 단수후보로 추천돼 공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서울 지역의 다른 비박계인 이재오(은평을), 김성태(강서을) 의원과, 친박 핵심에서 멀어진 진영(용산) 의원 등의 지역은 발표에서 제외됐다. 초선 길정우(서울 양천갑)·이이재(강원 동해·삼척) 의원은 공천에서 배제되고 박성호(경남 창원 의창) 의원은 여론조사 경선에서 패배해, 새누리당 지역구 현역 의원 공천 탈락자는 모두 6명으로 늘었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13일 저녁 서울 영등포구 새누리당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우선추천 지역 3곳, 단수추천 지역 19곳, 경선 지역 18곳을 포함한 ‘5차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선 “다른 거(논의)를 해봐야 한다”며 김 대표 지역의 경선 확정을 또 유보했지만, 두 시간여 만에 다시 브리핑을 열어 이를 최종 발표했다. 김 대표의 경선 상대로는 김용원·최홍 예비후보가 결정됐다. 지난 10일 ‘공관위 파행’의 결정적 원인이 됐던 김 대표와 정두언·김용태 등 비박계 의원의 공천 문제를 서둘러 매듭짓지 않을 경우 당내 계파 갈등이 다시 폭발할 것이란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경기 화성갑)·이인제(충남 논산·계룡·금산) 최고위원도 경선을 치르게 됐다. 당 지도부가 경선하게 된 것에 대해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지도부가 국민경선제의 정신을 안 살리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친박 실세인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 공관위원인 황진하(경기 파주을) 사무총장, 김문수(대구 수성갑) 전 경기지사는 ‘본선 직행’이 확정됐다.
“전·현직 의원의 도덕성은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겠다”던 이 위원장의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공관위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의 명단을 공개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조전혁(인천 남동을) 전 의원을 공천했다. 조 전 의원은 지난해 10월 새누리당 역사교과서 개선 특별위원회에 참여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앞장선 바 있다. 또한 논문 표절로 탈당했다가 복당한 뒤 부산 사하갑에서 표밭을 갈다가 불출마 선언까지 했던 문대성 의원도 인천 남동갑의 단수후보로 추천됐다.
앞서 공관위는 ‘1차 경선 여론조사 결과’도 발표했는데 현역 의원들이 정치 신인이나 원외 인사에 견줘 압도적인 강세를 보였다.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은 권오을·권택기·이삼걸 예비후보와의 4파전에서 승리해 본선행을 확정지었고, 김재경(경남 진주을)·박대출(경남 진주갑)·김희정(부산 연제)·이철우(경북 김천) 의원 등도 경선 관문을 통과했다. 성폭행 의혹에 휩싸인 심학봉 의원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된 경북 구미갑에는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처한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이 공천을 받았다.
반면 비박계로 분류되는 박성호(경남 창원 의창) 의원은 현역으로는 처음으로 여론조사에서 친박계 박완수 전 창원시장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공천 탈락했다. 경북 경주에선 정수성 의원이 김석기 전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이번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결선투표’까지 치르게 됐다.
전날 ‘4차 공천 심사’를 통해선 계파색이 옅은 3선의 강길부(울산 울주) 의원과 초선 박대동(울산 북구)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했다. 나경원(서울 동작을)·정우택(청주 상당)·김세연(부산 금정)·권성동(강원 강릉)·오신환(서울 관악을)·이노근(서울 노원갑) 등 현역 의원 14명이 당내 경선 없이 본선으로 직행했다. 권영세(서울 영등포을) 전 의원과 ‘인재 영입 1호’인 변환봉(성남 수정) 변호사 등도 공천장을 받게 됐다.
서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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