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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당무 처리하고서도 거취 ‘함구’…김종인 리더십 큰 상처

등록 2016-03-22 19:29수정 2016-03-22 22:26

깊은 침묵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차량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깊은 침묵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공개 비대위 회의를 마친 뒤 국회를 나서며 차량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종인 당무복귀

“명예 지키려는 사람을 인격모독”
문재인 간곡한 부탁에도 화 안풀어
비대위원들 설득엔 “시간 더 달라”

칸막이 비례명부에 ‘셀프공천’ 분란
무리수 두고선 문제삼자 역정만

‘설득 대신 분노·압박’ 지도력 한계
“표 떨어지는 소리” 선거국면 악재로
‘마음을 풀어 달라’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간곡한 부탁에도, 노기는 여전히 가라앉지 않은 듯 보였다. 22일 오후 3시 서울 구기동 자택을 나선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내가 여태까지 스스로 명예를 지키려고 산 사람인데 그런 식으로 말을 그렇게, 아주 욕보이게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분을 삭이지 못한 굳은 표정을 하고서도 비대위 회의가 예정된 국회로 직행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비례대표 후보 4명의 순서를 정하는 일만 남겨둔 채 1시간10분 동안 나머지 안건을 처리하고 자리를 떴다. 회의장 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갔으나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장고에 들어가는 것처럼 귀가했지만, 그는 이날 밀려 있던 업무를 처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당무에 복귀한 셈이 됐다. 대표 몫의 후보 4명의 순위 확정을 비대위원들에게 일임해 ‘비례대표 2번 셀프 공천’의 모양새도 피했다. 더욱이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해 달래는 모습도 만들어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탄탄해 보였던 김 대표의 리더십은 이번 공천 파동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내용을 뜯어보면 김종인 지도부는 중앙위원회에 사실상 완패했다고 볼 수 있다. 중앙위는 비대위가 비례대표 명부를 세 그룹으로 나눠 순위투표를 하려고 했던 것을 저지했다. 원안은 비대위가 사실상 에이(A)그룹 10명을 모두 공천하는 방식이었으나, 중앙위는 당헌을 근거로 청년·노동·취약지역·당직자 몫을 살려냈다. A그룹에 들어 있던 인물 중 당선안정권(20위)에 든 이는 대표 몫 4명을 빼면 문미옥·이용득 후보 둘뿐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당의 ‘집단지성’에 맡겨두면 문제없었을 텐데 김종인 지도부가 지나친 의욕을 보이며 분란을 빚었다”고 말했다. “당의 체질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은 자질과 아들의 취업 문제로 명부에서 제외되는 등 검증에 소홀함도 드러냈다. 김 대표는 “내가 집어넣은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대표에게 최종 책임이 돌아오는 걸 피할 순 없다. 본인은 ‘수권 정당’을 위해 자신을 비례 2번에 올린 진의를 몰라준다고 속상해하지만, 5번째 비례대표를 스스로 취하는 모습은 누가 보기에도 적절하지 않다. 한 당직자는 “셀프공천을 해놓고도 셀프공천이라고 부르면 화내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설득과 토론 대신 격한 분노를 표출하고 당을 떠날 듯한 태도를 보이며 당 전체를 압박한 것도 향후 그의 리더십에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선거 치르느라 급급해 바짝 엎드리고 있지만 선거 이후엔 이런 ‘협박 리더십’, ‘몽니 리더십’에 반감이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공천파동’이 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호남의 한 중앙위원은 “호남에선 국보위 전력자에게 비례대표 2번을 줘야 하냐는 얘기가 나온다.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김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외연 확장을 얘기한다”며 “이번 사건을 거치며 야권 지지층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낼 동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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