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오후 자신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해 대표 회의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더민주 비례대표 파동 봉합
“선거 책임감…고민끝에 남기로 해”
문재인 만류등 최고 예우 받았지만
대중적 신뢰 잃어 ‘정치적 패배’ 지적
총선 코앞 당내 마찰 부르며
지지층 이탈 득표율 약화 불러
“선거 책임감…고민끝에 남기로 해”
문재인 만류등 최고 예우 받았지만
대중적 신뢰 잃어 ‘정치적 패배’ 지적
총선 코앞 당내 마찰 부르며
지지층 이탈 득표율 약화 불러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3일 대표직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나흘간의 ‘김종인 파동’은 막을 내렸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과연 여기(더민주)에 남아서 어떤 조력을 해줄 수 있을 것이냐 고민을 하면서, (동시에) 선거가 2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떠나면)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 이에 대한 나름대로의 책임감을 느꼈다. 고민고민 끝에 이 당에 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근본적으로 이번 총선 끝나고 대선에 임하는 마당에 현재(지금) 같은 정체성 논쟁을 해결하지 않으면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이 요원하다고 생각하는바, 국민에게 모든 기운을 다해 이 당의 기본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상화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견에 앞서 비대위 회의를 열어 비례후보 순위를 확정짓는 등 당무에 임했다. 김 대표는 ‘셀프 공천’ 논란에도 비례 2번에 배정됐고, 제자 논문 표절이 드러난 박경미 교수도 비례 1번이 확정됐다.
겉으로 보자면 ‘최고의 예우’를 받아가며 당에 복귀한 김 대표는 당내 반대 세력과의 힘겨루기에서 승리한 듯 비치기도 한다. 경남 양산에 있던 문재인 전 대표가 급거 상경해 사퇴를 만류할 정도로 자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박영선 의원 등 다른 비대위원들의 ‘석고대죄’까지 받았다.
하지만 뜯어보면 다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승리의 모양새만 갖췄을 뿐 정치적으로는 김 대표의 패배”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지도자라면 이견과 갈등이 있을 때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하는데 김 대표는 이를 외면하고 당무 거부, 사퇴 운운하면서 대중적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유창선씨는 “이번 사건은 김 대표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체성, 노선이 달라서가 아니라, 김 대표가 민주적 리더십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며 “김 대표가 과연 야당을 이끌고 갈 지도력이 있는가에 대해 근본적 의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제1야당의 허약한 체력도 드러났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외부 인사를 영입해 위기를 넘긴 한계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비록 중앙위원회를 통해 김 대표의 독주에 제동을 걸었지만, 그를 떠나보내면 아무런 대안이 없다는 현실을 확인시키며 당을 ‘김종인의 인질’로 만들어버렸다. 당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권위주의적 태도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데도 리더십 진공 상태를 피하기 위해 정체성이 전혀 다른 사람에게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창선씨는 “김종인이 있으면 그의 리더십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고, 김종인 없이는 ‘도로 문재인당’ 이미지가 굳어지는 게 더민주의 딜레마”라고 말했다. 전통적 지지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내며 호남에서 더민주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킨 점도 김종인 대표의 과오로 꼽힌다.
김 대표를 달래며 ‘정치적 애프터서비스’에 나선 문재인 전 대표도 흠집이 났다. 몸을 한껏 낮춰 김 대표를 옹호하는 문 전 대표의 곤혹스러운 표정은,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김 대표에게 덜컥 전권을 위임한 그의 책임을 널리 각인시켰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최종 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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