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23일 밤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려고 대구 동구 용계동 자신의 선거사무소에 들어서며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뒤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대구/공동취재사진
새누리 마지막까지 결정 미루자 ‘탈당’…이재오·주호영도
새누리당 4·13 총선 공천의 ‘핵’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3선·대구 동을)이 후보등록일(24~25일) 직전인 23일 탈당 및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유 의원은 이날 밤 10시46분 대구 동구 용계동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보여준 모습은 정의도 민주주의도, 상식과 원칙도 아닌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보복”이라며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의 공천을 미루며 문제 삼은 정체성 문제와 관련해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한 죄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며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진실한 친박), 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회법 파동 때 청와대·친박계의 ‘찍어내기’로 물러날 때 언급한 헌법 1조 2항(“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을 다시 언급하며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와 뜻을 같이했다는 이유로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제가 동지들과 함께 당으로 돌아와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앞서 새누리당은 총선 후보등록 개시일 하루 전인 이날 밤까지도 유 의원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유 의원을 벼랑끝으로 내몰며 끝까지 치졸한 ‘고사작전’을 이어갔다. 후보등록이 시작되는 24일부터는 당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유 의원의 자진 탈당을 압박한 것이다.
이날 오후 5시30분에는 김무성 대표가 기자회견을 열어 “공관위가 유승민 의원 지역구에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으면 무공천해야 한다”고 공관위의 ‘이재만 전 구청장 공천’ 기류에 제동을 걸었으나,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이재오 의원(5선·서울 은평을)과 주호영 의원(3선·대구 수성을), 류성걸 의원(대구 동갑)도 이날 밤 탈당계를 냈다. 두 의원 모두 24일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지도부의 무책임한 공천 행태에 대해 당 상임고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치권에 오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없는 기상천외한 공천은 처음 본다. 공천을 당당하게 해야지 이토록 비틀어가며 비겁하게 하나.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이경미 기자, 대구/김일우 기자 jaybee@hani.co.kr
▶유승민 심야회견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친박 마지막날까지 비겁한 꼼수…공관위 대구 동을 공천 24일로 또 미뤄
<발표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구시민 여러분, 사랑하는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서 서기까지 저의 고민은 길고 깊었습니다. 저 개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은 오래 전에 접었습니다. 그 어떤 원망도 버렸습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민했던 건, 저의 오래된 질문,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였습니다.
공천에 대해 지금 이 순간까지 당이 보여준 모습, 이건 정의가 아닙니다.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상식과 원칙이 아닙니다.
부끄럽고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입니다. 정의가 짓밟힌 데 대해 저는 분노합니다.
2000년 2월 입당하는 날부터 지금까지 당은 저의 집이었습니다. 이 나라의 유일한 보수당을 사랑했기에 저는 어느 위치에 있든 저는 당을 위해 제 온 몸을 던졌습니다. 그만큼 당을 사랑했기에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는 말에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2011년 전당대회 출마선언, 작년 4월 국회 대표연설 다시 읽어봤습니다. 몇 번을 읽어봐도 당의 정강정책에 어긋난 내용은 없었습닌다. 오히려 당의 정강정책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추구하는 저의 가치가 옳았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결국 정체성 시비는 개혁의 뜻을 저와 함께 한 죄 밖에 없는 의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습니다.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비박이라는 편가르기만 있었을 뿐입니다. 국민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권력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2항입니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순 없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힘이 지배하는 세상이 아니라, 원칙이 지켜지고, 정의가 살아있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입니다.
오늘 저는 헌법에 의지한 채 저의 오랜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정의를 위해 출마하겠습니다.
권력이 저를 버려도 저는 국민만 보고 나아가겠습니다. 제가 두려운 것은 오로지 국민 뿐이고, 제가 믿는 것은 국민의 정의로운 마음 뿐입니다. 저에게 주어진 이 길을 용감하게 가겠습니다. 어떤 고난이 닥쳐와도 결코 멈추지 않겠습니다.
보수의 적자, 대구의 아들답게 정정당당하게 나아가겠습니다. 국민선택으로 반드시 승리해 정치에 대한 저의 소명을 다하겠습니다. 오늘 저의 시작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는 새로운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와 뜻을 같이 했다는 이유로 경선 기회조차 박탈당한 동지들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 분들은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온 분들입니다. 제가 이 동지들과 함게 당으로 돌아와서 보수개혁의 꿈을 꼭 이룰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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