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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김부겸 “친노는 노무현의 열정을 가두지 말고 공유해야”

등록 2016-06-02 16:44수정 2016-06-03 10:03

정치BAR_차기 대선 주자 인터뷰 #2.김부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낸 책이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다. 강고한 분열 구도를 뛰어넘어야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는 거다. 그래서 최근 얘기되는 ‘새판’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김 의원에게 더 다급한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의 관계다. 둘 사이의 갈등을 풀고 신뢰를 회복해 힘을 모으는 데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그 과정을 통해 역량을 인정받으면 직접 대통령 후보로 뛰는 거고, 아니면 그저 중매쟁이에 그칠 거라는 게 스스로 내리는 진단이다. 지난 1일 <한겨레>는 원희룡 제주지사에 이어 두번째 차기 대선 주자 인터뷰 대상으로 김부겸 의원을 만났다.

Q. 선거가 끝났는데도 계속 대구에만 있다. 너무 대구에만 매달리는 것 아닌가?

A. “대구 사람들이 31년 만에 작심하고 야당을 뽑아줬다. 강렬한 소망이 있는 거다. 내 꿈에 취해서 당권 도전해요, 대권 나가요, 떠들면 짜증 낸다. ‘너 출세하려고 우릴 이용했구나’ 하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 겨우 뿌리를 내렸는데 대구 말로 ‘나불대고’ 다니면 곤란하다. 대구 분들이 ‘뭔가 기대해도 좋다’ ‘정치하는 태도가 다르네’ 하고 어느 정도 인허증을 줄 때까지는…. 나에겐 그게 더 급하다.”

Q. 그래도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닌가? 안희정 충남지사는 직접 슈팅을 할 수 있다고 나섰다.

A. “대구 분들이 내게 전적으로 신뢰를 보낸 게 아니다. 조건부 기회를 준 거다. 그래서 대구에서는 초선인 거고, 초보 운전자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자기를 극단까지 몰고 가보고 싶은 야심이 왜 없겠나. 그러나 이름 좀 떴다고 진로를 성급히 얘기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

Q. 좋다. 그래도 그냥 대선 후보로 전제하고 묻는다. ‘정치판을 바꾸고 싶다’고 늘 말했는데.

A. “한국 정치의 제일 큰 병이 진영 논리의 갈등이라고 본다. 정치를 좀 더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혁명이나 운동이 아니다. 과거 혁명운동하던 철학과 정체성 문제를 먹고사는 빵의 문제로 치환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Q. 생각이 유승민 의원과 비슷하다. 라이벌인가?

A. “라이벌 이전에 서로 많이 의지한다. 대구에 저만 있었다면 기괴한 놈으로 비쳤을 거다. 유승민은 중부담 중복지나 헌법 제1조를 얘기한다. 나도 작년에 <공존의 공화국을 위하여>란 책을 냈다. ‘왜 정치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고민에서부터 일치점이 많다. 그래서 우리 둘은 만나면 전혀 긴장감이 없다. 오늘도 어느 행사에서 둘이 나란히 같이 앉아 있었다.”

Q. 손학규·정의화도 ‘새판’을 얘기한다.

A. “그분들은 진영 대결, 패거리 정치, 이념 과잉의 정치투쟁을 그만두자고 주장하는 분들이다. 그 합리성 때문에 국민들이 신뢰를 하는 거다.”

Q. 공감한다는 건데, 함께할 의향이 있는 건가?

A. “그 정도까지는 아직 서로 조심스럽다. 저를 당선시켜준 우리 당에 대한 도리가 있다. 게다가 아직은 꺼내놓은 그림들이 약하지 않나. 너무 쉽사리 이상적 그림만 가지고 각자의 카드를 맞춰보자고 하기엔 조심스럽다.”


미 대선, 샌더스 지지자들이 클린턴을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있듯
정권교체 앞에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개인이 우선일 수 있나

노무현 대통령과는 보수언론 대응 방법 놓고 갈등 있었다
보수세력 흔들리는 거 같지만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유승민 의원은 라이벌이 아니라 서로 의지하는 사이


Q. 국민의당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A. “두 야당 사이의 신뢰가 무너져 있다. 지지자들끼리 인터넷 공간에서 원수처럼 싸우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요구하는 건 정권 교체하라는 것 아닌가. 그 기대 앞에서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개인이 우선일 수 있나? 두 당이 입법이든 정책이든 공동의 성과를 자꾸 내야 한다. 심지어 필요하면 여당과 타협을 해서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면서 함께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만들어가야 한다. 원래 한솥밥 먹던 사이잖나. 미국 선거를 보면 민주당이 승리하느냐 여부는 샌더스 지지자들이 클린턴을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다. 지금은 클린턴을 못 믿겠다는 거잖나. 샌더스가 던진 화두를 클린턴이 받아들이면 같은 팀이 되는 거고 못 받으면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거나 트럼프를 찍을 거다. 지금처럼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열정적 지지를 보내는 팬덤만으로는 이 문제를 못 푼다.”

Q. 지금 분위기 봐서는 내년 대선이 3자 구도로 치러질 것 같은데.

A. “1년6개월이면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거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지 말자. 정기국회라는 큰 무대도 있고, 많은 변화가 있을 거다. 사람들이 지혜를 짜낼 거다. 절박한 상황이고 여소야대를 만들어낸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두 야당뿐만 아니라 범야권이 한국 사회가 다음에 어디로 갈 것인지 몇 가지 합의를 해야 한다. 개헌, 선거구제, 다당제 문제 등. 그러면 양당의 간극이 확 좁혀진다. 문재인과 안철수 두 사람의 개인적인 매력의 문제만 남는다. 지금처럼 죽일 놈 살릴 놈 하지는 않을 거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Q. 당신의 역할을 거기서 찾는 건가?

A. “신뢰할 만한 정치세력을 묶어내고 합의점을 만들어내고 필요하다면 빅딜도 할 만한 그런 정치적 역량이 있는 집단을 만드는 데 김부겸이 플레이어(대표 선수)로 나서든 매치메이커(중매쟁이)가 되든 해내라는 것 아닌가. 내가 그런 정도도 하지 않고 이 국면을 지나갈 순 없잖나. 그 정도 각오는 돼 있다.”

Q. 노무현 전 대통령 얘기를 해보자. 당신은 노무현과 개인적인 인연도 깊고 지역주의 극복, 통합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정신도 비슷하다. 그런데 왜 ‘친노’와 거리가 있나?

A. “현재 친노라고 불리는 분들이 노무현이라는 강력한 정치적 자산을 독점하려고 해서 그런 것 같다. 아니, 독점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들의 테두리에 가둔 것 같지 않나? 그러다 보니 노무현을 좁게 해석하게 된다. 그러지 말자는 거다. 현실을 타개하는 노무현의 열정을 독점하려 하지 말고 공유해야 한다. 노무현은 좁은 틀에 갇힌 사람이 결코 아니다. 그러니까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에 살아 있는 활화산으로 타오르는 거다.”

Q. 더 직접적으로 묻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당신에게 장관 자리 하나 안 줬나?

A. “언론관에서 갈등이 있었다. 난 개혁은 다급한데 보수 언론과 싸워서 이기기엔 시간이 없다고 봤다. 최소한 휴전을 해야 한다고 본 거다. 그래서 이부영, 유인태, 원혜영 이런 분들과 보수 언론을 만나 문제를 풀려고 했다. 노 대통령은 그 점이 못마땅했던 거 같다. 노 대통령에게 언론개혁은 절대적인 과제인데, 유인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젊은 김부겸까지 거기 가서 그놈들에게 아부하면서 정치를 하다니, 이놈이 서울대 다니고 이러면서 좀 불철저하다, 그런 게 있었던 것 같다.”

Q. 그래도 당신이 큰 뜻을 펼치려면 이른바 친노·친문 세력을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것 아닌가?

A. “고스란히 받는다는 건 어려울 거고, 시너지 효과도 나지 않는다. 우리끼리 많은 논쟁을 해야 할 거다.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인정해줄 부분이 많아져야 한다. 내가 그분들을 설득할 매력이 있는지, 감당할 역량이 되는지 지켜봐달라. 감당할 수 있다면 내 역할이 커질 거고….”

Q. 새누리당의 친박-비박 갈등이 심하다. 갑자기 약체가 된 듯하다.

A. “한국을 지탱해온 보수의 튼튼한 뿌리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외환위기라는 혁명적 상황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주류와 타협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 때문에 불철저하다고 비판받았지만 그러지 않았다면 결과가 어땠을까? 노무현 대통령은 특유의 돌파력과 배짱으로, 한번 해보자고 덤벼들었다. 그런데 152석을 얻고도 어디선가 모르게 조금씩 샅바가 잡혀가면서 무너져 버렸다. 보수세력이 흔들리는 거 같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 애국이고, 사회경제적 토대가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Q. 친박-비박 갈등이 회복된다고 보나?

A. “지금 무대 위에 올라 있는 배우만 봐선 안 된다. 뒤에 있는 연출자, 심지어 제작자까지 다 봐야 한다. 그걸 다 보면 우리 역량이 저쪽을 압도할 정도는 결코 아니다.”

김의겸 선임기자, 김원철 기자 kyu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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