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당 원내대표단 회동 20대 국회 원구성을 위해 19일 오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단 회동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 셋째)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넷째),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오른쪽 둘째) 등이 손을 맞잡아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우 대표, 정 대표, 박 대표,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민주, 누리, 국민. 세 친구가 학교 끝나고 누리네 집에 놀러 가기로 했습니다. 시원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하나 사서요. 가격은 2만원. 지갑이 두둑한 민주가 9000원을 냈고 부모님한테 거짓말했다가 들통나 용돈 많이 깎인 누리가 8500원을 냈습니다. 최근에야 용돈 받기 시작한 국민이는 2500원을 냈고요. 그렇게 다양한 맛으로 구성된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사서 누리네 집에 도착했습니다. 케이크 위에는 큼지막한 초콜릿이 얹어져 있었습니다. 민주가 말했습니다.
“내가 돈 젤 많이 냈으니까 초콜릿은 내가 먹을게.” 국민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민주가 씩 웃으며 초콜릿을 집으려고 하니 입맛 다시던 누리가 민주의 손목을 잡았습니다. “야, 여기 우리집이잖아. 우리집이니까 초콜릿은 내 거야.”
“헐.” 어이가 없던 민주와 국민이는 누리의 손을 뿌리치려 했으나 좋은 것만 먹어 힘이 센 누리는 밀리지 않았습니다. 민주는 누리가 제일 좋아하는 ‘체리 주빌레’ 조각을 양보하겠다고 꼬셨지만 누리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스크림 케이크가 조금씩 녹기 시작하자 셋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누리가 “초콜릿에 연연해하지 않겠다”며 그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엄마는 외계인’, ‘아몬드 봉봉’, ‘피스타치오 아몬드’, ‘슈팅스타’ 조각을 먹겠다고 했습니다. 민주는 “오케이” 했습니다. 속으로 ‘초콜릿을 얻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을 보고 이런 동화를 상상해 봤습니다. 새누리당이 갑자기 국회의장을 먹겠다고 나오니 신경이 온통 거기에 쏠리고, 결과적으로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중요 상임위원장 자리를 다 잃은 게 아닌가 하는. 물론 ‘각각의 상임위도 여소야대로 구성될 텐데 위원장이 뭐 그리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사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일을 진행시키는 의사진행 권한은 상임위원장에게 있습니다. 국회법에서는 의사진행을 “의결로 한다”고 돼 있지만 관례상 일반적인 의사진행은 상임위원장의 권한이 존중됩니다. 상임위원장은 중요한 일이 생기면 상임위 차원에서 속도를 낼 수도, 반대로 뭉갤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의석 비중에 따라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각각 8곳, 국민의당이 2곳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19대 국회와 비교해 새누리당은 2곳의 상임위원장을 잃었죠. 그러나 전략적으로 사수해야 할 상임위원장은 거의 다 방어했습니다. 법안 통과의 중요 관문인 ‘상원 상임위’인 법사위는 일찌감치 확보했고요. 대한민국 최고의 무소불위 권력기관인 ‘박근혜 청와대’ 사람들을 국회로 불러낼 수 있는 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새누리당은 사수했습니다. 공정위와 금융위 등을 담당하며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이슈를 처리해야 할 정무위원장, 공영방송과 종편, <연합뉴스> 등 언론기관의 공정성을 회복시켜야 할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도 19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의 몫입니다.
새누리당은 외교통일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위원장 자리를 더민주에 줬습니다. 더민주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 위원장 자리를 국민의당에 넘겼고요. 예결위는 정부가 가져온 예산안을 심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예산 편성 과정에서 영향력이 큰 곳입니다. 그러나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심사 기한이 지나면 정부 예산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올리는 조항이 생겼기 때문에 더민주가 차지한 예결위원장의 권한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국민의당이 더민주로부터 받은 교문위는 학교와 문화체육 시설의 유치가 원활한 곳으로 꼽히며 산자위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이 50곳이 넘는 ‘꿀 상임위’입니다. 국민의당으로서는 민원 해결이 편리한 ‘알짜 상임위’를 가져간 거죠.
케이크 위 고명에 집착했던 민주가 입에 넣은 초콜릿의 맛은 달았을까요?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10일 <시비에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남이 가진 떡이 커 보일 수는 있죠. 의장까지 양보받은 입장에서 상임위원장 한두 석 때문에 국회를 공전시킬 수 없었습니다. ‘우리가 집권을 하겠다는 정당이면 밥그릇 싸움 하는 것으로 보이지 말자’(며 내부를) 설득해 협상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습니다.”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기 위해서는 통 큰 양보가 필요했다는 말이네요. 여튼 다음엔 정말로 맛난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길 바랄게요. 지금까지, 발랄한 전복을 꿈꾸는 정치 놀이터 <정치BAR>의 ‘모범 바텐더’ 김태규였습니다.
김태규 정치에디터석 정치팀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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