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부, 대우조선 ‘5조원 이상 부실’ 사전 인지 드러나
김종인 “이번 사태는 엔론과 유사…산은 철저 조사” 지적
김종인 “이번 사태는 엔론과 유사…산은 철저 조사” 지적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지난해 10월22일 청와대 서별관회의(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에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을 논의한 안건 자료를 4일 오후 공개했다. 이에 앞서 <한겨레>는 4일치 기사(▶[단독] 청와대·정부, 대우조선 분식 알고도 쉬쉬)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을 알고도 눈감았다는 사실을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 회의자료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등이 ‘경제현안회의’라는 명목으로 참석한 이 자리에서 대우조선해양 처리 방안을 두고 논의가 진행됐다는 사실과 함께, 여러 대안 가운데 특히 “국책금융기관 주도로 정상화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실제 일주일 뒤인 10월29일 산업은행은 국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자금 지원 방안을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으로 발표했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 의혹과 관련해 “대우조선에 5조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되어 사실관계 규명을 위해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를 공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회계분식 의혹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대로 4조2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해양 지원 방안을 일주일 뒤에 발표했다.
이번 문건 공개를 계기로, 야권은 서별관회의에 대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국민의당 손금주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여론을 달래기 위해 금융당국은 감사하고 검찰은 책임자 몇 명 처벌하고 정치권에서는 공세가 이어지다 다른 이슈가 발생하면 슬그머니 묻히는 식이 돼선 안 된다”면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정의당 한창민 대변인도 “회계부정을 감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할 정부가 오히려 이를 묵인하고 은폐하는데 앞장 선 것은 직무유기를 넘어선 불법행위 공모다”며 역시 국정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미국의 엔론 사태와 유사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엔론 사태 역시 분식회계의 결과였고, 엔론 경영자는 형사상 엄청난 중죄로 처벌을 받았으며 회계법인도 처분됐고 자문을 담당했던 회사는 회사 자체가 해체됐다”며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차원의 조사를 철저히 해서 이 문제를 계기로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구조조정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경화 이정훈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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