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지도부 성주 방문
주민들, “박대통령 성주 방문하게 건의해달라”
국방부엔 “평가기준 공개한다더니 왜 안 하냐” 질타
정진석 “공감대 없인 사드 추진 어려워” 민심 달래
주민들, “박대통령 성주 방문하게 건의해달라”
국방부엔 “평가기준 공개한다더니 왜 안 하냐” 질타
정진석 “공감대 없인 사드 추진 어려워” 민심 달래
“우리의 마음에서 박근혜는 죽었다”, “사드 대안이 있냐고? 박근혜 탄핵이 대안이다!”, “배신의 아이콘 개누리당!(개+새누리당) 그 수장은 박근혜!”….
26일 오전 경북 성주를 찾아간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맞이한 것은 원색적인 박근혜 대통령 비판 펼침막들이었다.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성주 배치를 지난 13일 발표한 직후에는 볼 수 없던 격한 문구들이다. “박 대통령은 하야하라”는 표현도 있었다.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의 방문에 맞춰, 성주 주민 400여명은 성주군청 앞에서 “새누리당을 마음에서 떠나보낸다”는 뜻으로 ‘새누리 장례식 행위극’을 준비했다. 상복을 입은 주민들은 상여를 메고 “평화로운 성주 땅에 사드 배치 들여오니, 떠나갔네 떠나갔어 성주 민심이 떠나갔네”라며 노래를 불렀다. 정 원내대표 일행은 군민들을 피해 옆문으로 들어가려다 주민들이 “떳떳하면 정문으로 들어오라”고 항의하자 정문으로 발길을 돌렸다. ‘사드 배치 철회 성주투쟁위원회’가 성주군청 앞마당에 설치한 새누리당 탈당 신청서 접수처에는 현재까지 1000여명이 탈당계를 냈다.
정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김명연·김정재 원내대변인, 이철우·이완영 의원, 백승주 의원(경북도당위원장 대행), 황희종 국방부 기조실장, 오균 국무조정실 1차장,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항곤 성주군수 일행은 군청 대회의실에서 주민 200여명과 간담회를 했다. 한 주민은 “지난 13일 국방부에 항의방문 갔을 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사드 배치 지역 평가기준을 제출하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괌 사드 배치 보고서는 인터넷에서도 열람 가능하다”며 공개를 요구했다. 황희종 국방부 기조실장이 “제가 실무자로서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장관께 보고하겠다”고 하자 주민들은 흥분해 “장관이 공개하라고 했다!”, “(권한도 없으면서) 여기 왜 왔느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정 원내대표는 성난 주민들을 달래느라 진땀을 뺐다. 정 원내대표는 “정부도 무조건 성주 군민에게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며 “성주 군민 입회하에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성주 군민들과의 공감대 없이는 사드 배치가 실현되기가 매우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대화협의체를 구성해주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주민들이 사드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자 정 원내대표는 “청문회 이상이라도 조치가 필요하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성주 방문을 간곡히 건의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몇 차례 간접적으로 요청된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80여분의 간담회가 끝나도록 양쪽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군청을 빠져나갈 때도 밖에서 기다리던 주민들은 곡소리를 내며 장례 퍼포먼스를 이어갔다.
성주/이경미 김일우 기자 kmlee@hani.co.kr
영상 취재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편집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이슈사드 배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