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융성 시대와 융·복합 스포츠 산업의 성장 시기에 발맞추어…”
최순실씨가 회장으로 있는 더블루케이 누리집 소개 글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문화융성’, ‘융·복합’ 등의 단어를 자신들의 ‘비전’으로 차용했다. 리본처럼 구부린 케이(K) 문자 로고부터 사업 목적, 조직은 청와대와 최씨가 설립 등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난 ‘케이스포츠재단’과 빼닮았다. 출자금 288억원짜리 재단과 자본금 5000만원짜리 소규모 스포츠 업체가 최씨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얽혀 있다는 의혹이 더해지는 배경이다.
18일 더블루케이의 누리집 등에 드러난 회사의 상징(CI)은 ‘붉은색과 푸른색의 조화’ ‘유선형의 움직임으로 표현한 케이(K)’ 등의 설명과 함께 제시돼 있다. 케이스포츠재단의 K와 색, 모양 등에서 흡사하다.
더블루케이가 사업 목적으로 ‘체육 분야 우수인재 양성 및 발굴, 교육, 훈련’, ‘체육 분야 올림픽 메달 은퇴선수 기량 활용 및 교육사업’ 등을 제시하는 것도 케이스포츠재단과 닮은꼴이다. 케이스포츠는 정관에 ‘종목별 인재 양성’, ‘인재 발굴 국가대표 선수로 양성 및 지원사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기재했다.
누리집에 게시된 더블루케이의 조직도는 케이스포츠와 유사한 본부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인재양성본부’(케이스포츠)는 ‘스포츠인재양성본부’(더블루케이)로, ‘사업기획본부’는 ‘스포츠사업기획본부’로 같은 이름 앞에 스포츠만 붙인 조직으로 구성됐다.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더블루케이를 두고, “케이스포츠재단의 자회사가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더블루케이와 케이스포츠의 설립 날짜는 불과 하루 차이다.
송 의원에 따르면 올해 1월 설립된 재단은 지난 5월 갑작스레 한국관광공사 산하의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운영하고 있는 장애인 펜싱팀의 업무 대행 계약을 맺기도 했다. 미르와 케이스포츠 문제가 불거진 뒤, 계약은 3개월 만에 해지됐다. 송 의원은 “블루케이가 최씨의 회사라면, 결과적으로 공공기관이 최씨 쪽으로 일감을 몰아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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