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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재인, ‘사드 배치 재검토’서 선회…중도 붙잡기 나서

등록 2017-01-15 21:39수정 2017-01-17 16:16

‘득보다 실, 원점 재검토’ 주장서
‘사실상 재협상 어렵다’ 물러서
“다음 정부서 공론화 과정 거쳐
외교 노력 뒤 결정하겠다는 것”

민주당·지지층선 불만 목소리도
“자신감 갖고 정면돌파 못해 답답”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주장했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실상 재협상이 어렵다’고 한발 물러섰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미-일 공조체계를 깨는 ‘안보 무책임 세력’이란 프레임에 갇히지 않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드 배치 방침이 발표됐을 때와 사뭇 다른 태도를 취함으로써 ‘말 바꾸기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고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추모사를 한 뒤 자리로 돌아와 눈물을 닦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오후 고 신영복 선생 1주기를 맞아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미가엘성당에서 열린 추도식에서 추모사를 한 뒤 자리로 돌아와 눈물을 닦고 있다. 앞줄 오른쪽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문 전 대표는 그동안 사드 배치와 관련해 조금씩 입장을 바꿔왔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 계획을 공식 발표한 지난해 7월에는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며 계획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구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드 배치와 관련된 제반 절차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북핵을 완전히 폐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다시 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결의안이 통과된 이후인 지난달 15일에는 “사드 재검토가 한·미 동맹을 해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와 외교적 노력을 하면서 합리적 결정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물론, 문 전 대표가 이날 인터뷰에서 “한미 간 이미 (사드 배치) 합의가 이뤄진 것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을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사드 문제를 다음 정부로 넘기면 국회 비준을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성공회대에서 열린 ‘신영복 선생 1주기 추도식’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를 그대로 강행하겠다거나 반대로 결정을 취소하겠다거나 이런 어떤 방침을 가지고 그렇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다음 정부에서 충분히 공론화 과정 거치고 또 외교적인 노력도 기울이고 해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발언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문 전 대표가 협상 재검토가 아니라 ‘설득 과정의 노력’을 강조한 것은 현실적으로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선 보수적인 입장을 선택하는 것도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민주당에선 문 전 대표뿐만 아니라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등 다른 대선 주자들도 “사드의 일방적인 폐기는 불가능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집권 시 무조건 이전 정부의 외교 정책을 뒤집을 수도 없지 않냐는 현실론이 반영된 것이다. ‘본선 경쟁력’ 강조를 위해 전통적 지지층인 진보층 외에 중도보수 쪽으로 ‘확장성’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드 배치 반대 당론 채택’을 주장했던 민주당 내 의원들을 비롯해 야권 지지층 사이에선 이런 입장 선회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사드 문제로 중국을 방문했던 송영길 민주당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전 대표가) 국회 비준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으니 지켜봐야겠지만,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정면돌파하지 못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 다소 답답하다”고 말했다. ‘사드 배치 현실론’을 주장했다가 야권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당초 사드 설치 반대 입장에서 사실상 설치 수용으로 선회한 이유를 공개질의한다”며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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