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추격속 지지율 30~40% 묶여
이언주는 “안철수 돕기 위해 탈당”
문 후보 페이스북에 시 올려 “더 낮은 곳으로”
이언주는 “안철수 돕기 위해 탈당”
문 후보 페이스북에 시 올려 “더 낮은 곳으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5일 경남 양산의 부친 묘소를 참배한 뒤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위한 정국 구상에 집중했다.
문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문 후보가 탄핵 정국 이후 당내 경선까지 쉼없이 달려왔다”며 “정권교체를 위한 본선에 대비하기 위해 양산 집에 머물며 생각을 가다듬었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날 저녁 양산에서 시인 정양의 ‘더 낮은 곳으로’라는 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세상에는 흘러야 할 낮은 데가 끝끝내 있다고…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누런 손자락으로 이 세상을 더듬고 있다”는 내용의 시다. 문 후보는 이 시 뒤에 “늘 두려운 마음으로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함께 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문 후보 쪽 관계자는 “후보 본인도 캠프도 당도 겸손한 마음으로 더 많은 국민들에게 스며들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전했다.
문 후보 쪽은 경선 후유증을 털고 당내 통합을 이끌어낼 ‘통합 선대위’를 꾸려 본격적인 본선에 대비한다는 계획이지만, 당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30%대로 급격히 치솟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의 지지율은 30~40%에 묶여 있는 점이 불안한 신호다. 이날 오후 발표된 <와이티엔>(YTN)-<서울신문>의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4일, 엠브레인, 그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38.2% 대 33.2%로 격차가 좁혀졌다.‘압도적 대세’를 확인한 경선의 컨벤션 효과를 보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문 후보 쪽에서는 “반기문→황교안→안희정 등으로 부유하던 중도·보수표가 일시적으로 안 후보 쪽으로 옮겨간 것일 뿐이다.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간 문 후보에 치중됐던 ‘검증’의 화살이 안 후보에게 돌아가면 지지율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얘기다.
안 후보에 대한 견제도 이어갔다. 문재인 경선 캠프의 특보단장으로 활동했던 김태년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올려 “39석 초미니 정당인 국민의당으로 국정을 어떻게 이끌 것이냐. 적어도 과반의 협조를 구하려면 누구의 협조를 구할 것인가 명확히 답해야 한다”고 안 후보에게 공개질의를 던지기도 했다. 문 후보가 지적해온,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과의 ‘적폐 연대’ 가능성을 겨냥한 것이다.
당내도 들썩이고 있다. 비문재인계인 이언주 의원은 이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돕기 위해 6일께 탈당하겠다”고 밝혔다. 당 안에선 치열한 경선과 ‘문자폭탄’을 양념에 비유한 문 후보의 발언 등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에서, 비문계 다선의원 등 10여명이 국민의당으로 옮기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은 아니어도 선거대책위 구성과 안 후보의 지지율을 보고 결단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통합’의 메시지를 담기 위해 박수현 전 의원, 강훈식 의원 등 안희정 캠프에 있던 이들을 선대위 공보단에 포함시킨 인선안을 서둘러 발표했다. 문 후보는 이날 오후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와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부인 김정숙 씨가 5일 오후 경남 양산시 상북면에 위치한 부친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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