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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후보님들, 우린 그냥 늙으면 되나요?…1인가구 유권자의 ‘방백’

등록 2017-04-19 08:00수정 2017-04-19 14:33

[기자가 그린 대선여지도] ②나홀로가구
‘다인가구=정상가구’ 차별…세금혜택·대출주택지원도 열외
노인·청년 주거 중심 ‘3060’ 아우르는 1인가구 공약 희박
나는 혼자 사는 40대, 눙쳐 ‘비혼 1인가구’입니다. (언제까지일진 몰라도)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겠다는 파렴치 싱글입니다. 그래 봐야 ‘3040세대’겠거니 여유 부리다 ‘4050’에 묶이는 걸 보며 몸을 떨고 결국 날 건사하는 건 나 자신, 그리고 국군의날 입어 어린이날 벗는 내복뿐임을 안 어리석은 싱글이지요.

“이것저것 자잘하게 인터넷 쇼핑으로 사는 편이에요. 얼마 전엔 1만4000원짜리 계란찜기(에그스팀)를 샀어요. 아침 먹을 게 없는데 물에 삶자니 너무 피곤한 거예요. 미샤데이라고 할인할 때 로션도 하나 샀어요. 늘 여동생이 사주곤 했는데 요즘 애들이 크면서 정신이 없나봐요. 생수는 티몬이 저렴해요. 아고, 칼라·소매용 세제도 사야 하는데….”

아들만 셋인 또래 남성 지인이 신기한 듯 “인터넷 쇼핑이 뭐가 그렇게 좋아요?” 묻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 내 안에서 불쑥 나왔습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적어도 퇴근할 때 날 기다리는 뭐가 있구나 생각하게 되거든요.” 그는 폭소했고 나는 놀랐습니다. ‘그거였네.’

부지깽이를 심어도 싹이 난다는 계절, 대선후보들 공약이 여기저기서 뿌려집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 나 같은 1인가구가 추수할 공약은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청·노년 중심의 주거대책 정도라 30대~60대 초반 1인가구는 열외로 됩니다. 잘해야 고독하고, 까딱하면 고립되는 1인가구의 삶이죠.

2017년 너도나도 “새로운 꿈을 꾸어보아요” 노래하는 대선 마당, 가장 보편적인 가구유형인 1인가구도 낄 자리 좀 없겠습니까?

내가 아는 그녀도 싱글입니다. 도도했고 욕망도 의지도 강해 힘이 들 때, 그러니까 어쩌다 직장에서 쫓겨날 때도 웃어 이겨내던 놀라운 사람. 서울 강남 마당이 딸린 집에서 살고 또래들한테 인기도 많았지만 그다지 끌리진 않았습니다. 틈이 없어 보였거든요. 결핍을 알까, 소외를, 세계의 그늘을 알까. 그런 생각을 할 때, 그를 잘 아는 누군가 그더러 “갑옷을 입은 여자”라고도 비유했어요. 내가 아는 그녀는 싱글이지만, 나와 같은 싱글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알지 못한 건 나였습니다. 그도 처연하게 고립된 싱글의 삶을 감내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 가족간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습니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순실씨로부터 도움받았고 왕래하였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 주변 사람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아, 다 가진 듯 보인 그도 실은 ‘외로우니까 최순실이다’ 할 만치, 대통령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1인가구의 삶을 살아내고 있었던 것이죠.

2017년 대선 전야, 1인가구 대책이 부실해 저렇듯 범죄도 양산될 수 있다, 이 나라에 무엄한 싱글이 되겠다 협박하려는 건 아닙니다.

싱글이 청와대에 있던 즈음에만 1인가구는 421만(2010년)에서 520만가구(2015년)로 늘었습니다. 가장 흔한 가구유형이 되었지요. 더군다나 나는 이 나라 1인가구 수의 증가를 주도하는, 40대 1인가구입니다.

국내 1인가구 현황 및 생활실태. 그래픽 노수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그 벌이겠거니 나는 달게 받는 ‘열외인간’이지요. 출산·결혼 회피가 만연하여 대선후보들이 다투어 내놓는 육아·보육·일자리·주거·복지 대책에서 나는 대개 열외로 되어 있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까지 가세한 아동수당처럼, 대부분 ‘내 삶’을 구원하는 약속은 아닙니다. 물론 나는 다음 정권에 아일랜드에서처럼 ‘1인가구 수당’(Living Alone Increase)을 달라 떼쓸 만큼 무모하지 않고, 나의 처지가 수많은 소외계층이나 미래세대보다 위급하다 보지 않아요. 대선후보들 약속대로 육아휴직 늘고 ‘칼퇴근’이 장려될 때 생기는 업무공백? 그래요, 명절근무 ‘몸빵했듯’ 싱글들이 메울 수 있다 생각합니다.

사회 진입하며 주거·일자리 불안

마흔 넘자 돌연 건강 위기 닥쳐

1인가구의 불만은 이런 데 있습니다. 서울연구원 변미리 글로벌미래연구센터장은 “한국 사회의 1인가구 연구는 가족·복지영역에서 ‘혼자 사는 노인’에 대한 연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도시에서 혼자 사는 것의 의미> 2015년)라고 말합니다. 제도도 마찬가지예요. 2005년 통계청 조사에서 비로소 ‘1인가구’ 분류가 등장(이전엔 단독가구로, 학계에선 노인 1인이나 노인 부부를 의미했음)하고, 2009년께 소형임대주택 공급량 확대 등 최근 청년 주거대책으로서 1인가구 정책이 조금 진화했을 뿐입니다.

올해가 전환점이 될진 모르겠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의해 1인가구가 처음 독립된 공약 표적층이 된 덕분입니다. 그로서도 ‘1인가구’ 주제로 공약을 묶긴 처음인데, 동거가구 등을 부부처럼 법적으로 보호하는 ‘동반자등록법’ 제정, 소형임대주택·공공원룸 주택 확대, 사회주택협동조합 지원, 20대 단독세대주에게 전세자금대출 허용, 서울형 여성안심주택 확대를 뼈대삼았습니다.

반면, 2012년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주거정책을 마련하면서 1인가구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며 주거복지 정책을 발표한 문재인 후보는 이번에 “(2012년 복지정책에 비해) 소득보장과 저출산 대책이 크게 강화됐다”고 강조하고, 안철수 후보도 “1인가구 중심으로 공동임대주택을 확대해 청년 주거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연 5만호씩의 공동임대주택 증설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간의 정부 정책처럼 청·노년 주거정책, 여성 안전대책 등의 틀 안에서 가지 치는 모양새죠.

그럼에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1인가구가 많아지면서 최저임금이 유일한 소득원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노출해주는 것만으로, 후보 대부분이 ‘부양의무자 기준’(☞열쇳말)을 폐지하리라 던진 약속(안철수 후보는 부분폐지-참여연대 평가, 홍준표 후보는 관련 공약 없음)만으로, 싱글들은 위로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요.

문제는 ‘적선형 지원’ 차별 방조

‘보편시민’ 대접 못받는 1인가구

진짜 문제는 대개가 ‘적선형 지원’에 치중하며, 차별을 방조 내지 심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젊거나 늙기 전까지, 1인가구는 ‘보편시민’이 아니라는 사회 도처의 신호 말입니다. ‘건강가정기본법’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가족을 ‘사회의 기본단위’로 보고, 사회보장 법제 대부분은 3~4인가구를 ‘표준가구’로 삼아 구축됩니다. 1인보다 가족을 중시하는 이 나라 오래된 지배 관념엔 복지와 연대의 책임을 가족 단위에 전가하는 오래된 위악이 있지 않나, 자꾸만 묻고 싶어지는 겁니다. 물론 ‘네가 애 똥기저귀라도 갈아보고 하는 말이냐’ 반박할 때 나는 바로 침묵하는, 허약한 싱글입니다.

‘1인가구’가 대통령을 해도 ‘행복주택’은 지지부진하고, 생뚱맞게 ‘싱글세’(☞열쇳말2)가 의제화되고,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만드는 세계에서의 고립감·절망감을 말할 순 있어도, 가족 중심의 조세제도 탓에 비혼 1인가구가 두 자녀 가정(외벌이)보다 한해 79만원가량의 세금을 더 낸다는 분석(‘가구 유형에 따른 소득세 세 부담률 차이 분석’ 2016년)을 강조하긴 쉽지 않습니다. ‘동정’을 구하는 태도가 아니니까요.

부양가족 수에 따라 가점을 받는 국민임대주택 분양제도, 전세자금 대출의 단독세대주 제한, 그리하여 비싼 월세 감수하고 둥지 튼 오피스텔에선 전입신고도 할 수 없는 처지 또한 입에 담지 않습니다. 애도 낳지 않은 죄인은 차별과 열외를 내면화할 뿐입니다.

어머니는 저녁마다 “밥은 먹었냐” 휴대폰 문자를 보내시고 나는 먹지 않아도 “네” 답합니다. 싱글의 삶은 속일 게 없을 만큼 단조로워 외려 감추려는 삶입니다. 유행이 뭐든 본인 식사를 위한 주방 조리 자체를 거부하는 40대 돌싱남과 술 한잔 없인 잠을 잘 수 없다는 30대 미혼녀, 직장이 없어 결혼도 못하겠다는 이제 갓 서른살 된 독신도 상투적이라 드러내기 어려운 삶들을 홀로 새기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박근혜의 최순실’ 같은 것인가요? 아, 죄짓기 전 차라리 우릴 가둘 순 없나요?)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사랑 대신 눈 안으로 날파리가 들어와 앉았습니다. 비문증. 그리고 당뇨가 찾아왔습니다. 63kg이던 체중이 몇달 새 56kg대로 줄었습니다. 두어주 숨기다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주말 부모님을 뵈러 간 날, 두 분이 평소 드시던 음식은 모두 채소류로 바뀌었고, 가난의 기억을 혐오하시는 아버지의 고기 반찬이 줄었습니다. 그리 데려오라던 처자식 대신, 두 분도 한번 앓아본 적 없는 병을 품고 간 꼴이라 현미밥이 목구멍에서 참 까끌거렸습니다. 섭식은 귀찮아 피하면 되던 일에서 더 부실해질 수 없는 내게 이젠 하루하루 ‘숙제’가 된 터, 음식도 잔뜩 받아 들었죠.

사회 진입하며 시작된 주거·일자리 불안은 중년에서 건강, 심리적 위축, 일자리 안정 문제 따위로 심화하고, 이것이 60대 중반을 넘어서며 완벽히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세대별 특징을 1인가구는 관통합니다. 온전히 스스로 해결해야 하므로, 제도가 ‘반려자’가 되지 않을 경우 저마다의 처지대로 삶의 질은 휘청일 수밖에 없는 셈이죠.

육아·보육·일자리·주거복지 등

결혼·출산 대책 대상서 제외

이번 대선 전환점 될까

새 전셋집을 구하겠다 나선 4월 첫주, 서울 대흥역 일대를 걷고 걸었습니다. 경의선숲길공원은 갓 만개한 벚꽃만큼 가족·연인들로 가득해 입 다물기 어려웠습니다. 신수·대흥동은 재개발이 무산되며 최근 새 연립주택이 많아진 곳입니다. 조건은 간단했어요, 새집이어야 한다, 방 2개는 작아도 좋고 거실이 커야 한다, 반려식물들 위한 조광·통풍이 필요하다. 혼자 살기 적합한 집은 ‘정말’ 한 채를 만나기 어려워 또 입 다물지 못했습니다. 13~14평은 방 너비를 확보하느라 소파조차 놓기 어려운데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을 웃돌았고, 조금 큰 곳은 예외없이 방만 3개였습니다. 아파트는 무조건 4억원이 넘었지요.

오후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몇곳을 더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고 끝내 당도한 14평 복층. 책장·수납장, 무엇보다 다락(9평 정도) 밖으로 트여 화초들이 좋아 죽을 베란다까지 독거 노총각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문 앞에 서자 집주인에게서 번개처럼 온 문자. “계약했음.”

“어쩌죠?” “기왕 왔으니 다락방이라도 한번 올라가 볼게요.”

날 바라보는 중개인 둘을 뒤에 두고 당당한 척 실내계단을 올라 너른 다락방 부럽게 둘러본 뒤 귀가하자마자 소파에 널브러졌습니다. 한참 넋을 놓다 저 앞 오른쪽 발바닥 쪽 ‘말라 비틀어진 복숭아’를 보았던 것일까요. 검은 양말 구멍이 나 볼품없이 튀어나온 뒤꿈치를 소스라치게 보고 탄성했습니다. “아! 놔!~”

1인가구는 예고치 않게 돌출하는 삶의 금들을 저 혼자 직면하는 이들입니다. 운동으로 관리하고 사회적 지위로도 남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40대 독거녀(‘골드족’이라고 구분합니다)는 “지금은 버틸 만해. 내가 우선순위도 아니잖아. 그런데 늙어서가 걱정이지. 그게 정말 무서워”라고 말합니다. 40대 또다른 독거남은 이런 말을 합니다. “사실 내가 이 사회 시민이라고 할 수 있나? 여기저기 기부도 많이 하는데 가족들만 세제 혜택 크잖아. 이렇게 늙을 게 뻔한데 그땐 도대체 어떻게 해?”

내가 말했습니다.

“걱정 말아요. 기사 쓰겠다고 좀 살펴보니 60살 넘으면 차라리 덜 외로워질 거예요. 어르신 대책은 꽤 되거든.”

그래요, 후보님들, 우리는 걱정 말아요. 비뚤어진 1인가구들은 입 다물고 얼른 늙으면 될 테니까요.

☞부양의무자 기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선정 기준으로, 신청자의 소득·재산이 적어도 직계혈족, 그 배우자(며느리·사위 등)에게 일정의 소득이 있으면 탈락시킨다. 성인 자녀와 사실상 관계가 단절된 중장년 세대가 극단의 빈곤을 겪는 경로가 되고, 특히 1인가구의 최저 생계선마저 허물 가능성을 높인다. 2012년 대선 땐 여야 후보 모두 폐지 대신 ‘기준 완화’를 얘기했고, 2013년 사회복지망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이 발생했다.

☞싱글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비혼들에게 징벌성으로 더 부과하겠다는 취지의 세목. 박근혜 정부 때 거론되어 크게 논란이 됐고, 이전 정부에서도 때때로 제기되었으나 실행된 적은 없다.

☞당뇨: 40대 들어서며 건강 위기에 돌연 봉착하며 좌절하는 1인가구가 급증하고 사회문제로도 부각됩니다. 받아들이기부터 쉽지 않아 숨겨 버릇하지만 ‘나’만의 문제가 아니란 점을 공유하고자 밝힙니다.

지난 16일 일요일 아침식사(좌상)는 10여분 준비해 5분만에 뚝딱 해치웠다. 매번 숙제라, 기본원칙을 세웠다. ‘1인분의 음식을 찾아라, 그리고 전자렌지에 돌려라.’ ‘삶은계란’은 그중의 건강식 대안인데, 어느 순간 “누가 좀 까줬으면…” 하다 “아고, 다른 사람 계란까지 까야할지 모른다” 맘을 바로 잡는다. 화초가꾸기(좌하·우상)는 게 그나마 가내 취미인데, 반려식물은 음식고민을 나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얻은 병으로 혈당을 체크(우중)하고, 세탁(우하)하고 이 기사를 쓰려고 출근한 게 오후 1시였다. 그것만 하면 되었냐고요? 정말 그랬을 것 같아요? 남편이 모르는 아내의 일, 아내가 모르는 남편의 일까지 1인가구는 끝내야 산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지난 16일 일요일 아침식사(좌상)는 10여분 준비해 5분만에 뚝딱 해치웠다. 매번 숙제라, 기본원칙을 세웠다. ‘1인분의 음식을 찾아라, 그리고 전자렌지에 돌려라.’ ‘삶은계란’은 그중의 건강식 대안인데, 어느 순간 “누가 좀 까줬으면…” 하다 “아고, 다른 사람 계란까지 까야할지 모른다” 맘을 바로 잡는다. 화초가꾸기(좌하·우상)는 게 그나마 가내 취미인데, 반려식물은 음식고민을 나눌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 얻은 병으로 혈당을 체크(우중)하고, 세탁(우하)하고 이 기사를 쓰려고 출근한 게 오후 1시였다. 그것만 하면 되었냐고요? 정말 그랬을 것 같아요? 남편이 모르는 아내의 일, 아내가 모르는 남편의 일까지 1인가구는 끝내야 산답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1인가구 520만…유권자의 12.1%

2·3·4인보다 많은 ‘보편가구’

40~50대 비중 늘어 33%

다인가구보다 ‘자살생각’ 4.5배

1인가구는 2015년 현재 520만3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27.2%다. 2인(26.1%), 3인(21.5%), 4인(18.8%)을 앞서는,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이번 대선 유권자 10명 중 1명꼴로 1인가구일 게 추정 가능하다. 2년 전 20살 이상 1인가구가 514만6000가구(명)이고, 19대 대선 유권자 수가 4239만574명이어서 단순 계산해도 12.1%가 나오기 때문이다.

국내 1인가구 정책은 노인 정책으로 시작되어, 청년 주거대책 등 세대별 정책이나 여성 안전대책으로 더디지만 진화되어 왔다. 그럼에도 사회 기본단위를 ‘다인 가족’으로 삼기에 30~60대 1인가구는 기존 접근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커진다. 1인가구를 사회병리로 간주하는 시선은 사회적 소외·고립감의 뿌리다.

2015년 1인가구에서 60대 이상 비중(30.3%)은 2005년(30.9%)보다 줄었다. 20대도 마찬가지(21.4%→17%)다. 하지만 40대, 50대는 다들 늘어 전체의 33%를 넘어섰다. 2005년(26.5%)보다 7%포인트가량 커져, 1인가구 셋 중 하나는 마흔이고 쉰인 셈이다.

이혼·사별·비혼·기러기족 등이 증가한 결과로 분석된다. 40~64살 1인가구의 ‘자살 생각’ 비율이 13.9%로 다인가구(3%)의 4.5배 이상인 것처럼, 건강·심리적 안정이 다른 세대 내 격차를 압도한다. 1인가구 정책이 세분화하지 않을 때, 이들이 노년층이 되며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요구할 여지가 크다.

공동주거 유도하고, 1인수당 주는 나라도

유럽의 1인가구 정책

1인가구 확산은 세계적이기도 하다. 2025년 국내의 1인가구 예측비율(31.3%)을 이미 넘어선 국가들이 적지 않다. 노르웨이(38.5%), 독일(37.5%), 프랑스(32.6%), 일본(32.4%·이상 2010년대) 등이 대표적이다.

국외 역시 1인가구 정책의 시작은 주택 부문이다. 다인가구에 맞춤된 주택공급은 1인가구의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집 규모가 동일한 이상 다인가구와 주거비도 같아 1인가구의 주거비 부담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1인가구 10명 중 7명꼴로 임차인인 독일(2010년 기준)에서도 주거비 부족분을 지원하는 ‘집세보조금’ 제도를 운영하며 1인가구에도 적용한다. 최저생계비 보장 땐, 주거비와 난방비의 실비 지급이 원칙이다.

직접 지원만큼 서구사회에서 주력한 건 사회문화적 인프라 구축이다. 15평 안팎의 소규모 주택 공급 확대는 물론이거니와 1970년대부터 번져온 ‘공동주거 정책’을 꼽을 만하다. 한집 또는 한 건물 내 공동사용 공간을 두어 자연스레 다양한 인자들과 교류하고 연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거대 자본국가’인 미국에서도 주거비용과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건축법상 최소 주거면적을 27㎡에서 2년여 전 20㎡(6.6평)로 낮췄다.

아일랜드는 66살 이상 장애 등이 있는 1인가구에 매주 9유로씩 1인수당(LAI)도 지급하고 있다. 같은 조건의 다인가구들보다 추가 비용이 들 것을 고려한 까닭이다. 지난해 초 총선 이후 ‘세대행동’이라는 유권자 단체 등이 1인수당을 3유로씩 더 올리겠다는 총리의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등 늘 정치사회 쟁점이 된다.

국내에서 그나마 1인가구 정책을 특화하는 데라면 박원순 시장 이후의 서울시다. 공동주택, 소형 임대주택 확대를 넘어, 서울시(의회)는 2015년 ‘1인가구 지원 기본조례’도 제정했다. “1인가구의 공동체 회귀와 사회적 가족도시 구현을 목적으로” 복지격차 해소, 공동생활가정, 식생활 지원 사업 등을 시장이 할 수 있게 했다.

☞참고 : <1인가구 지원에 관한 헌법적 고찰>(2016년) <서울특별시 1인가구 대책 정책연구>(2015년) 등

글·사진·영상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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