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회’ 해법 경쟁…문 “연차 소진 의무화” - 안 “퇴근뒤 11시간 쉴 수 있게”

‘쉴 권리’ 공약도 봇물
문 “관광지 공기관 연수원 개방”
안 “근로기준법상 휴일 확대”
홍·유·심 노동시간 단축 등 제시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쉴 권리를 돌려드리겠습니다.’

5·9 대선을 앞두고 각 당 후보들이 ‘과로사회’ 대한민국 현실에 ‘휴식권’을 보장하는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 공략에 나서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경선 후보가 내걸었던 슬로건 ‘저녁 있는 삶’이 이번에도 불려나온 모양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5일 “‘쉼표 있는 삶’을 국민들에게 드리고 싶다”며 ‘휴가·레저공약’을 발표했다. 주어진 연차휴가를 전부 사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을 기본 바탕에 깔고, 현행 명절과 어린이날에 국한된 ‘대체휴일’을 단계적으로 전면 확대해나가는 한편, 비정규직과 소외계층 등의 휴가권을 보장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1년 미만 비정규직에게도 월별 1일에 해당하는 유급휴가를 부여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내 관광지 곳곳에 있는 공공기관 연수원도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홍종학 민주당 국민주권선대위 정책부본부장은 “‘시간도 없고 돈도 없어 휴가를 갈 수 없다’는 국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라며 “적절한 휴식은 노동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 활성화로 내수 진작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우리나라를 ‘만성적 과로국가’로 규정하고 연평균 근로시간을 1800시간대로 단축해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상태다. 안 후보는 이를 위해 법정근로시간인 1주 40시간 원칙과 근로자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근로기준법 규정을 준수하는 것을 국정과제로 내놓았다. 또 퇴근 후 출근까지 1일 11시간 이상 최소 연속휴식시간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포괄임금제와 고정 초과근무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 쪽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은 2113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2346시간) 다음의 장시간 근로국가”라며 “근로시간을 줄여 삶의 질은 높이고, 일과 가정은 조화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022년부터 ‘5시 퇴근제’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2025년까지 ‘노동시간 주 35시간’ 시대를 열겠다”며 노동시간을 파격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휴식권을 보장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퇴근 뒤 에스엔에스(SNS) 등을 통한 업무 지시를 제한하는 등의 ‘칼퇴근법’을 내놓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도 주당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임금 축소 없이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 등을 통해 공약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정애 최혜정 김남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