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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 동서병진 ‘통합행보’…안, 지역 ‘안풍몰이’…홍, 동남풍 ‘진지전’

등록 2017-05-07 21:16수정 2017-05-08 10:24

[각 후보 22일간 유세 동선 살펴보니]
문, 대구서 시작 경기 6회·서울 4회
수도권 중심 촛불·전략지역 훑어


안, 광주 3회·대구 3회·충청권 4회
집토끼 잡고 외연확장 화력 집중


7일 저녁 광주시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한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광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7일 저녁 광주시 광주송정역 앞 광장에서 시민들이 한 대통령 후보의 연설을 듣고 있다.광주/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지난달 17일 시작한 총 22일간의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8일 자정으로 마무리된다. 대통령 후보들은 이 기간 내내 분 단위로 짜인 촘촘한 유세 동선을 하루에 많게는 10여개씩 소화했다. 후보별 총 이동거리는 1만㎞를 넘나든다. 선거에선 동선이 곧 메시지이자 전략이다. 후보들은 유리한 지역에서는 참호와 진지를 더욱 단단히 쌓았고, 불리한 지역에서는 과감한 백병전으로 표심 쟁취를 시도했다.

문재인 ‘촛불중심’ 서울 거점, 영호남 동서병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운동 초반부터 “전국에서 고른 지지를 받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공식 선거운동의 첫 지역유세를 민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시작한 것도 이런 의지 표명 차원이었다. 당시 문 후보는 “대구 대통령, 부산 대통령, 광주 대통령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대통령이 되고 싶다”며 “정권교체의 문을 대구에서 열겠다. 통합의 문을 대구에서 열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대구에 달려왔다”고 밝힌 바 있다.

문 후보의 이런 기조는 지역유세의 동선을 짜는 데도 반영됐다. 가장 많은 6번의 지역유세를 경기지역에서 했다. 유권자 수가 많을 뿐 아니라 지역색이 옅은 만큼 후보 간 경합도 치열했던 지역이다. 수원·성남·의정부·고양·안산·포천 등 경기 남부와 북부를 고루 훑었다. 다음으로 유세를 많이 한 곳은 서울이다. 강남·신촌·광화문·홍대앞에서 4차례 했다. 하나같이 ‘촛불’의 주력이었던 20~40대 젊은 유권자들이 밀집하는 지역이다. 8일 마지막 집중유세 장소 역시 광화문이다.

다음으로 많이 찾은 곳이 경남과 광주로, 각각 3회씩이다. 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김해)과 문 후보의 자택(양산)이 있는 지역으로 지난해 총선을 계기로 민주당의 ‘신흥 전략지역’으로 떠오른 곳이다. 광주는 호남 민심을 선도하는 ‘야권의 심장부’라는 점이 고려됐다. 인구 규모(148만명)에 견줘 상대적으로 방문 횟수가 많았다. 선거 초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면서 문 후보 쪽은 광주 민심을 잡는 데 각별히 많은 공을 들인 것은 물론, 문 후보 부인 김정숙씨가 선거운동 기간 상주하다시피 했다. 부산·인천·대전·강원·전남·전북·충남·충북은 각각 2회씩 유세를 했고, 대구·경북·울산·제주는 1회 방문했다. ‘촛불 민심’의 중심인 수도권을 거점 삼아 충청을 거쳐 영·호남을 고루 공략하는 ‘동서병진’ 전략인 셈이다. 문 후보 선대위의 전병헌 전략본부장은 “그동안 타 후보에 견줘 기세·규모·격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였다고 자평한다”며 “선거운동 마지막날까지 ‘통합 대통령’이란 목표를 향해 전국을 동서남북 종횡무진 누비는 합동유세전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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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는 호남 거점, 영남·충청 외연 확장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동선은 ‘지지기반 다지기’(호남)와 ‘외연 확장’(영남), ‘부동층 흡수’(충청)라는 세개의 축을 중심에 두고 짜였다. 안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첫날 전북 전주에서 첫 지역유세를 진행하는 등 선거운동 기간 동안 호남을 모두 7차례 방문했다. ‘야권의 심장’이자 개혁의 중심인 호남에서 승기를 잡아야 선거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갈 곳 잃은’ 보수표와 부동층 흡수에도 공을 들였다. 안 후보가 같은 기간 대구와 부산, 경북·경남 등 영남권을 방문한 횟수는 9차례에 이른다. 안 후보는 특히 광주(3차례) 방문 횟수와 동일하게 대구를 찾았다. 지난 4일 ‘뚜벅이 유세’를 처음 시작한 곳 역시 대구였다.

안철수 캠프 관계자는 “호남의 지지를 강고하게 굳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캠프 입장에선 특히 영남과 충청 쪽에 ‘마음’을 줬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공식 선거운동 시작 뒤 호남에 이어 찾은 곳이 대전이고, 대선 전날 마지막 유세를 벌이는 곳도 대전이다. 이번 대선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안희정 충남지사가 본선의 벽을 넘지 못해 ‘뜬 표’로 분류된 충청 표심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안 후보 쪽 관계자는 “반 전 총장과 안 지사를 향한 지지를 받아안을 수 있는 이는 안철수 후보뿐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안 후보 쪽은 영호남과 충청에 비해 수도권은 자주 찾지 않았다. 같은 기간 동안 경기와 인천을 각각 한차례씩 찾았을 뿐이다. 지역에서 형성된 표심이 수도권으로 ‘북상’해온 과거 흐름에 맞춰, 이번에도 지역에서 ‘제2의 안풍’을 일으키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 캠프의 설명이다. 안 후보 쪽은 방문한 지역에서는 청년과 4차 산업혁명 등 ‘미래’의 메시지에 맞춰 대학가나 정보기술(IT), 창업 관련 현장 쪽을 주로 찾았다.

홍, TK 표심 탈환 진지 구축 뒤
부산·경남→충청→강원→수도권

심, 서울 9회·경기 4회 수도권 집중
부산·인천·광주 전남 등 2차례씩

유, 인천상륙작전식 ‘기동전’ 펼쳐
서울 8회·경기 6회 등 수도권 공략

홍준표 대구·경북 중심 진지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유세 동선 전략의 출발점은 ‘티케이(TK) 진지론’이다. 한자릿수 지지율에서 출발한 홍 후보 캠프는 선거운동 초반 서두르지 않고 지루할 정도로 대구·경북에 공을 들였다. 차곡차곡 흙포대를 쌓으며 단단한 진지를 구축했다고 판단한 홍 후보 쪽은 선거운동 중반 ‘4말5초 총공세’를 통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부터 이 지역 보수 표심 탈환에 성공했다. 캠프 관계자는 “표가 많은 수도권은 처음부터 열외였다. 더디지만 준비된 프로세스에 맞춰 과욕을 부리지 않았다. 한발 한발 계단 올라가듯이 계산된 행보였다”고 자평했다. 당 내부 통합→보수 표심 통합→대구·경북에 반격의 진지 구축→부산·울산·경남→충청→수도권 북부→강원·호남·제주→서울로 진격하는 ‘동남풍 구상’이 도상훈련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선거전에 충분히 위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심상정 서울·경기 타깃 공략

경기 고양시 지축 차량기지에서 첫 유세를 시작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서울과 수도권에 유세 일정을 집중했다. 특별한 강·약세 지역이 없는 소수정당 후보인 만큼 유세의 효율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거리가 가깝고 유권자 수가 많은 수도권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9회, 경기도에서 4회 유세를 했다. 이어 부산·경남·인천·광주·전북·전남을 2차례씩 방문했다. 마지막 유세를 젊은층이 많이 모이는 서울 신촌으로 잡은 것은 심 후보의 최대 지지층으로 떠오른 20대 유권자들을 겨냥한 것이다.

유승민 서울·경기에서 기동전

반면, 조직과 실탄(선거자금)에서 절대 열세인 바른정당은, 가벼운 몸집의 캠프가 가지는 한계를 역으로 이용해 기동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유세 전략을 짰다. 선거운동 첫날이던 지난달 17일 강조했던 ‘인천상륙작전식 선거운동’인 셈이다. 조직이 달리는 유 후보 캠프는 유세 전선을 넓히는 대신 서울(8회)·경기(6회) 등 ‘합리적 보수층’이 많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공개유세 동선을 짜며 소규모 참호를 구축했다. 그러면서도 ‘기동전’을 통해 선거운동 기간에 주요 현안이 발생한 지역을 곧바로 찾는 기민함을 보이며 ‘현안과 소통하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심었다. 노동절에 발생한 경남 거제 삼성중공업 크레인 붕괴사고 유족들을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이나, 7일 오전 강원도 산불 피해 현장으로 유세 일정을 급변경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김남일 이세영 최혜정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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