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대선을 하루 앞둔 8일 저녁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마지막 유세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① 문재인 50% 넘을까…5자구도·소신투표 늘며 낙관못해
87년 이후 과반은 박근혜가 유일
정권교체 안도감에 표 분산
막판 지역구도 되살아나
전문가 “호남서 70% 얻어야 과반”
민주당 “숨은 5% 모으면 가능”
대통령선거 투표일을 하루 앞둔 8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쪽의 시선은 ’당선 여부’를 넘어서 ’과반 득표’로 향해 있다. 득표율이 50%를 넘어야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정운영의 동력을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연정이나 협치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마지막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에서 “기적의 투표율, 압도적 득표율이 대한민국의 새 시작을 여는 힘”이라며 “국민들의 위대함을 믿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최근 현장 유세에서도 “50%가 넘나, 안 넘나, 문재인의 득표율이 관심사”라며 과반 득표율을 직접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과반은 도달하기 쉽지 않은 목표다. 우선 대결 구도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지난 대선 때 문 후보가 48%를 얻었지만 그때는 양자구도였다”며 “다자구도 그것도 5자구도에서 치러지는 선거에서 과반을 한다는 건 무척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후 치러진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한 것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51.55%)가 유일했다. 13대 노태우(36.64%), 14대 김영삼(41.96%), 15대 김대중(40.27%), 16대 노무현(48.91%), 17대 이명박(48.67%) 후보 등 나머지는 모두 50% 이하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전략 투표’가 아니라 ’소신 투표’를 하겠다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과반 득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부대표는 “문재인 후보 당선이 점차 굳어지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사람들 사이에서 안도감이 커지는 한편 심상정 유승민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선전하는 걸 보고 소신 투표하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지역 구도가 희미하게나마 되살아나고 있다. 박 부대표는 “부산·경남의 경우 문 후보가 우위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유승민 후보가 선전하면서 문 후보 표를 잠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문 후보가 과반을 얻으려면 호남에서 70% 이상을 득표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수치”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쪽은 ‘숨은 5%’를 찾아내면 과반 득표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문 후보의 과반 득표율 달성 관건은 투표율과 지지층 결집”이라며 “이를 위해 9일 저녁 8시까지 ’압도적 정권교체’를 호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의겸 선임기자
kyummy@hani.co.kr
② 안철수-홍준표 ‘초접전’…끝에 웃는 사람은?
홍쪽 “실버크로스 넘어 골든크로스”
흩어진 보수표 회귀할 것으로 기대
안 캠프 “문과 초박빙 양자대결”
“안풍 다시 불어” 부동층 결집 희망
8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캠프 모두 1주일 전 실시한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1강(문재인) 2중(홍준표·안철수)’ 구도는 그 사이 뒤집혔다고 주장했다. 서로 ‘내가 1위로 올라설 것’이라는 것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후보가 2일 오후 국회 의사당 앞 계단에서 `대한민국 안보단체총연합 합동 지지선언'에 참석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를 앞서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했던 홍 후보 캠프는 이날 자체 여론조사와 밑바닥 판세 분석 등을 근거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따라잡거나 앞서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를 앞서는 ‘실버크로스’에 이어 문 후보까지 따라잡는 ‘골든크로스’를 이뤘다는 것이다. 특히 홍 후보 쪽은 선거 막판 터져나온 문 후보 쪽의 ‘막말’이 영남권과 보수층 유권자 집결의 촉매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 후보 쪽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의 “보수 궤멸” 발언, 문용식 전 가짜뉴스대책단장의 “패륜집단 결집” 발언이 투표를 주저하던 보수 유권자들의 속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이철우 자유한국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홍 후보가 39%를 득표해 문 후보를 2% 정도 앞서며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팽팽한 보수-진보 대결로 가고 있는데, 문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뺏기는 진보표에 견줘 홍 후보가 안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빼앗기는 보수표가 적다는 셈법이다.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결국 투표장에 가면 유권자들의 사표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게 된다. 투표장에 들어서는 순간 안철수·유승민 후보에게 갔던 보수표 상당수가 돌아오게 돼 있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8일 오후 대전 중구 중앙로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안철수 후보 쪽도 선거 막바지 안 후보의 지지세가 회복되며 3월 말~4월 초 ‘양강 구도’가 최근 복원됐고, 8일 안 후보와 문재인 후보 사이 ‘골든크로스’를 넘어 ‘우세’로 자리잡았다고 자체 평가하고 있다. 문 후보는 지지율이 40%대 박스권에 갖혀있는 가운데 호남에서 하락하고 있으며, 특히 문 후보를 지지했던 20~30대 유권자들이 안철수·심상정·유승민 후보로 분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동시에 홍준표 후보의 경우 잇따른 막말 등으로 티케이(TK) 등에서 지지율이 빠지고 있어 보수 표심도 안 후보에게로 다시 집결하고 있다고 안 후보 쪽은 보고 있다. 특히 안 후보의 ‘걸어서 국민 속으로’ 유세 시작 뒤 다시 ‘안풍’이 불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 쪽은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이 초박빙 ‘계가’(바둑을 둔 뒤 승부를 가리기 위해 집 수를 세는 것) 싸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손금주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세대별 투표율과 유보·부동층 분석을 통해 판세를 예측한 결과,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안 후보와 문 후보 사이 초박빙 양자대결을 하고 있다”며 “승부를 결정지을 유보·부동층 표심은 결국 안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김남일 송경화 기자
namfic@hani.co.kr
③ ‘진보의 꿈’ 심상정 10% 돌파하나
TV토론 맹활약에 이번 기대
“지지자들이 대세론 좇을까 걱정”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대선에서 진보정당이 거둔 최고 성적은 2002년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3.9%(95만7148표)였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지며 목표치를 5%로 잡았다. 지난해 총선에서 정의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 7.2%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총선에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정하지만 대선에서는 승자가 단 1명뿐이어서 ‘사표 방지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다른 정당에 비해 집권 가능성이 떨어지는 원내 6석의 소수정당으로서 대선 5% 득표가 결코 낙관할 수 없는 꿈이었던 이유다.
심상정 정의당 대통령 후보가 8일 낮 서울 신촌 차없는 거리에서 `촛불시민과 함께하는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시민들과 포옹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러나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한 뒤 정의당은 이변을 기대하고 있다. 티브이(TV)토론 과정에서 심 후보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 상승세를 타면서 애초 목표치 5%를 넘어 10% 득표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심 후보는 “국도를 달리며 신호등에 걸리고 대형차가 오면 비켜주다가 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세게 내는” 상황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심 후보가 선전하면 정의당은 향후 공동정부 구성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비례대표제 강화와 결선투표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정치개혁을 추동할 수도 있다. 10%를 득표할 경우 법정 선거비용의 절반을 국고에서 보전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인 목표다.
정의당 내부에서는 긴장감이 돈다. 심 후보는 이날 서울 신촌에서 열린 마지막 필리버스킹 유세에서 “우리 세가 달리니까 막판 가서 촛불의 열망이 왜소해지지 않을까, 심상정 찍을 표가 대세를 좇아갈까봐 걱정된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박원석 공보단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추세적으로 봤을 때 심 후보 지지율이 두 자릿수 문턱에 와있다고 본다. 사표방지 심리를 관리하고 신촌에서 벌이고 있는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에스엔에스(SNS)에서 확대하고 전파하면서 간절하게 한 표를 호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④ 유승민 막판 도약 어디까지…
바른정당 탈당사태가 전화위복
“막판 지지율 놀랄만큼 상승세”
일주일 전만 해도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제 유 후보 쪽은 탈당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성북구 안암역 고려대학교 정경관 후문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학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세연 선거대책본부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지지율과는 지금 확연히 다른 추세로 하루하루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놀랄 만한 결과를 볼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지난 1~2일 실시된 한국갤럽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전주보다 2%포인트 오른 6%를 기록한 바 있다. 유 캠프 쪽은 이 조사엔 2일 벌어진 집단 탈당 이후 당에 쏟아진 응원과 지지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득표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다. 캠프 관계자는 “유세 현장에 나가보면 ‘문재인 지지자이지만 이번에 유승민을 찍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호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이 호소하는 것은 ‘소신투표’다. 유 후보는 이날 충남대 유세 뒤 기자들에게 “양심·소신과 다르게 ‘될 사람’에게 투표하는 게 사표(死票)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후보, 자기의 소신과 양심대로 투표하는 게 저는 진정한 표,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은 유 후보의 개혁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전날 프랑스 대선에서 이변을 일으킨 에마뉘엘 마크롱 신임 대통령과 연관 짓기도 했다. 유 후보 쪽 지상욱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정치적 세력도 없었고 좌우 어느 한쪽도 치우치지 않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유승민은 유사한 점이 많다. 프랑스 국민이 마크롱을 선택했듯 대한민국 국민들도 극좌나 극우에 치우친 패권세력이 아닌 유승민을 찍어달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당락에 상관없이 얼마나 득표를 하느냐가 향후 그의 위상과 행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유 후보의 득표율이야말로 보수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대선 이후 밀어닥칠 정계개편의 물결에서, 유 후보가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구심점 역할을 할지는 득표율에 달려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