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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반문재인’ 내건 후보 단일화 모두 무산

등록 2017-05-08 21:27수정 2017-05-09 00:04

빅텐트론·제3지대론 등 소멸
정권교체 프레임에 문재인 우위 지속
홍+유, 안+유 노선·지지층 이질성 커
“정치공학적 연대에 유권자 호응 낮아”
큰 틀에서 ‘문재인이냐, 아니냐’의 구도로 진행돼온 5·9 대선에서, ‘반문재인’을 본질로 하는 각종 합종연횡 시도들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올해 초 ‘빅텐트’의 구심점으로 떠올랐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검증을 거치며 지지율이 급락해 대선 출마를 서둘러 접었다. 이어 김종인 전 의원과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시도한 ‘제3지대’,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등이 가세한 ‘개헌 연대’ 등이 힘을 못 쓴 채 소멸했다. 1997년 김대중-김종필의 디제이피(DJP) 연합,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2012년 안철수·이정희 후보 사퇴 등 역대 대선의 판세를 뒤흔든 후보 단일화가 이번엔 사라진 것이다.

후보 단일화 없는 대선이 치러지게 된 것은, 대선 구도가 여야 대결이 아닌 ‘야야 대결’로 짜이면서 탄탄한 정권교체 프레임이 작동한 점이 우선 꼽힌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안정적 우위가 지속되면서, 합종연횡을 하더라도 문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이른바 비문·반문 후보들과 그 지지층의 이질성이 컸던 점도 후보 단일화가 어려웠던 이유다. 보수 진영 안에서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차로 연대가 불가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대북 정책 등 노선 차이와 호남 지지층의 이탈 우려 때문에 결합 가능성이 애초부터 낮았다. 보수층의 결집도가 약해진 상황이라,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한 진보층의 후보 사퇴 압박도 사라졌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내다볼 때, 이번 대선에서 독자 완주하는 것이 각 정당의 존재감을 유지하며 ‘훗날’을 도모하는 데 낫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성 정치권 중심의 공학적 선거 연대에 대한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강조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빅텐트나 3자 후보 단일화 등에 대한 호응도가 낮다는 점이 여론조사 지표상으로도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전통적으로 선거 막바지에는 군소후보들의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심상정·유승민 후보의) 후반 지지율이 올랐다”며 “유권자들이 진영 논리가 아닌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유권자 재편성’이 일어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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