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신임 수석비서관들과의 오찬장에서 옷을 벗을 때 청와대 직원이 도와주려 하자 “제 옷은 제가 벗겠습니다”라며 스스로 옷을 벗고 있다. 사진 순서는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민정수석비서관에 조국(52)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사수석비서관에 조현옥(61) 이화여대 초빙교수, 국민소통수석비서관에 윤영찬(53) 전 네이버 부사장을 임명했다. 총무비서관에 이정도(52) 기획재정부 행정안전예산심의관, 춘추관장에 권혁기(49) 전 국회 부대변인을 임명했다.
전날 임종석 비서실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 인사 원칙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밝힌 “젊고 역동적이고 탈권위적이고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 참모들이 격의 없이 대화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청와대”의 면모를 착착 갖춰가는 수순이다.
지금까지 임명된 청와대 참모들은 거의 다 50대로 젊은 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직 경험을 주로 청와대에서 했다.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냈다. 누구보다도 청와대를 잘 안다. 해봤기 때문이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바로 ‘젊은 비서실장’이었다.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도 문재인 대통령의 오래된 소신이다. 여기엔 내력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시절 교수 출신인 김성재 민정수석으로부터 민정비서관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비검찰 출신 인권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거절했다. 그랬던 김대중 정부가 검찰을 다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검찰 고위간부 출신을 민정수석에 앉히는 과거 체제로 돌아가 버렸다.
이를 안타깝게 생각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검찰을 장악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비검찰 법조인’ 문재인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앉혔다. 심지어 민정비서관은 반드시 검찰 출신을 써야 한다는 충고를 물리치고 부산에서 올라온 이호철씨를 민정비서관에 임명했다. 민정수석실의 역할을 앞선 정부와 전혀 다르게 설정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는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청와대 인사에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분명한 특징은 ‘개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혁명’과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적 요구로 대통령이 됐다. 청와대를 개혁 기반을 확충하고 개혁 드라이브를 총지휘할 사령탑으로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03년 참여정부 첫 조각을 하면서 “개혁적 인사들이 일거에 내각과 청와대의 대세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힌 일이 있다. 앞으로 이어질 청와대 인사에도 좀더 개혁적이고 파격적인 인사들을 과감하게 대거 발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조정실장에 홍남기(57)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임명했다. 국무조정실장은 국무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제청이 필요하지 않다. 국무회의에 올라갈 안건을 조정하는 차관회의를 주재한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주요 보직을 맡았던 사람을 국무조정실장에 앉힌 것은 정권교체기에 공무원들의 동요를 막고 당분간 국정 운영에 각 부 차관과 차관회의를 활용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성한용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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