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5월22일 충남 논산에 있는 육군 항공학교에서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전력화 기념행사를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결함 사실을 보고받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를 공개하고, “감사원이 대통령에게 수시보고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은 배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이 감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통령 수시보고 현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12일 감사원으로부터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 관련 비리 기동점검’ 결과를 보고받았다. 보고 내용에는 수리온의 △엔진 사고 현황 및 원인 △윈드실드(전방유리) 파손 현황 등이 포함돼있었다.
수리온은 2006년 6월부터 6년간 1조2950억원을 투자해 2012년 6월 개발이 완료된 국산 기동헬기인데 최근 감사원 감사결과 각종 결함이 발견되고 수차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8월엔 메인 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가 충돌해 엔진이 정지했고,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윈드실드가 5차례 파손됐다. 이밖에 중앙동체 프레임 균열, 기체 내부 빗물 유입 등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됐다. 정 의원의 공개한 자료를 보면 결함 사실이 청와대에 보고된 것이다.
감사원 감사위원회는 두 달 뒤인 10월20일 감사결과를 최종 의결했고, 11월22일에는 결과를 공개했다. 하지만 정 의원은 “당시 감사원은 수리온 결함 내용을 공개대상에서 제외했고, 최근 16일에 관련 비위와 수사 의뢰 내용을 발표 했다”며 지난해 감사결과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감사원은 수리온 결함을 공개대상에서 제외한 사유로, “공개할 경우 국가에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수 있다”는 공공기관정보공개법 9조1항을 근거로 들었다. 정 의원은 “하지만 지난 16일 감사원은 당시 공개하지 않았던 수리온 결함 내용을 수사 의뢰까지 포함해 공개했다. 즉 8개월 만에 정보공개에 대한 판단이 바뀐 것이다”고 꼬집으며 “당시 감사원이 수리온 결함을 감추었던 경위에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지난해 수리온에 대한 감사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되어 일부 결함은 적시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두 보고서 모두 감사위원회에서 최종 의결을 한 날짜가 2016년 10월20일로 동일하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할 당시 이미 수리온의 주된 결함에 대한 보고가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지난해 감사결과가 어떻게 처리됐는지, 당시에는 방위사업청장 등에 대한 수사요청은 없었는지, 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수리온 관련 비리를 조사해 놓고도 은폐·방치한 감사원도 진상규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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