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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문 대통령은 ‘14년 전 실패’를 어떻게 뛰어넘을까

등록 2017-07-21 21:34수정 2017-07-21 21:38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7월5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가 7월5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초동 서울고검에 마련된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석진환 사회에디터석 법조팀장 soulfat@hani.co.kr

문무일 검찰총장 후보자를 검증하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24일 열린다. 별다른 자질 논란이 제기되지 않아, 결정적 흠결이 돌출하지 않는 한 문 후보자가 무난히 검찰의 수장이 될 듯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순간, 정부는 험난한 검찰개혁의 긴 여정에 오르게 된다. 첫 관문은 ‘인사’다. 문 대통령은 총장 임명 직후 국정농단 수사와 대통령 탄핵심판 등으로 반년 가까이 미뤄진 검찰 고위간부 인사와 부장검사, 평검사 인사를 해야 한다. 이미 박상기 법무부 장관, 문 총장 후보자와 협의 및 조율을 거쳐 세밀한 밑그림을 그려놓았을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그만큼 인사가 쉽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특히 검찰 인사처럼 외부 수혈이 아닌 내부 재배치만으로 거대 조직의 체질을 바꾸는 일은 조금만 삐끗하면 수포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더구나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은 전략에도 밝고 위기 돌파에 능숙한 집단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14년 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이런 검찰을 개혁하려다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그 실패의 시작도 바로 ‘인사’였다.

14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법무부 장관에 검찰총장보다 기수가 11회나 낮은 판사 출신 강금실 변호사를 발탁했고, 40여명의 검사장 중 가장 후배 격인 정상명 검사장을 고검장급인 법무부 차관에 임명했다. 기수와 성별, 직역을 뛰어넘은 파격으로 치면, 현 정부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임명한 것보다 더한 ‘강수’였다.

당시 평검사들은 ‘윗선’의 묵인 아래 “밀실 인사”라며 연판장을 돌렸다. 법무부 장관의 인사 제청권을 검찰총장에게 넘기라고 하고, 장관이 개별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지 말라고도 했다. 권한만 갖고 아무런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발상이었다. 2003년 3월9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이런 요구들이 쏟아진 ‘검사와의 대화’를 지켜본 문 대통령은 훗날 이 장면을 “목불인견”이라고 했다.

당시 검사들의 황당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검찰이 잃은 것도 없었다. 평검사들의 배후에서 기득권을 지키려던 검찰 간부들은 ‘유능하고’, ‘강직하고’, ‘수사 경험이 많고’, ‘지역 안배가 필요하다’는 이런저런 이유로 참여정부에서도 승승장구했다. 2004년엔 대검 중수부를 폐지하려던 청와대가 “내 목을 치라”고 배수진을 치며 저항했던 송광수 검찰총장을 넘어서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참여정부 검찰개혁의 좌초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강금실 장관이 1년5개월 만에 경질되고, 후임에 다시 검찰 출신이 장관 자리를 꿰차면서 ‘한여름 밤의 꿈’은 끝났다. 인사를 잘못한 탓이다.

14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때도 비슷했다. 대통령 지지율이 높았고, 검찰개혁을 원하는 여론도 거셌다. 하지만 잠시 웅크린 듯했던 검찰은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같은 대형 사건으로 존재감을 과시했고, 그 뒤로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도, 수사권 조정도 흐지부지됐다.

공교롭게도 현재 검찰은 14년 전 그때처럼 대형 수사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검찰총장 후보자와 서울중앙지검장 모두 내로라하는 ‘특수통’이다. 전 정권을 겨냥한 ‘캐비닛 자료’가 쏟아져 들어오고, 방산비리, 면세점 인허가 등 권력형 비리와 기업 수사도 대기 중이다. 누가 수사를 주도할 것인지만 정해지지 않았다. 다시 인사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 검찰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14년 전 실패를 어떤 전략으로 뛰어넘으려는지 알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청와대와 검찰 인사에 대해 교감을 나눴을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인사청문회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권력 편향적이지 않은 검사들로 핵심 부서가 이뤄져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뒤에 “(중견 간부인) 부부장부터 차장검사까지 인사에 검찰개혁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세습되는 식의 인사는 끊겠다”고 강조했다. 기획부서, 공안부, 특수부 등 소수 ‘성골 엘리트’ 선후배 검사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는 ‘짬짜미 인사’를 없애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인사권을 무기로 검찰을 줄세우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넘어, 검찰의 이런 ‘세습 인사’까지 언급한 대목은 기대가 된다. 어떻게 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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