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염동열 쪽 작성한 청탁명단에 포함
6명 추천해 1명 합격…“추천했지만 누군지 몰라”
“너도나도 없이 관행처럼 청탁” 대가성은 부인
6명 추천해 1명 합격…“추천했지만 누군지 몰라”
“너도나도 없이 관행처럼 청탁” 대가성은 부인
“여기 와서 당시 사회지도층 중에 청탁 안한 사람 있는지 한번 물어봐라.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원도 한 현직 군의원이 <한겨레>에 강원랜드에 채용청탁을 했다고 말했다.
2012~13년 강원랜드에서 발생한 ‘초대형 채용비리’ 사건과 관련해, 청탁사실을 인정한 첫 사례다. 다만 이 군의원은 “정확히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청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돈을 받거나 어떤 대가를 받고 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이 의원은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쪽이 지난 2013년 1월 작성한 강원랜드 채용 청탁 명단에 지원자 6명의 추천자로 이름을 올렸다.([단독] 염동열 ‘강원랜드 채용 청탁’ 55명 명단 입수) 이 가운데 합격자는 1명이었다. 이 의원은 2010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처음 군의원이 됐으며 염 의원과는 “지역구 의원이라 아는 사이”라고 했다.
본인이 ‘추천’했다고 적힌 6명에 대해선 “(누군지) 잘 모르겠다”고 한 그는 2012~13년 당시 채용 청탁이 광범위했고, 본인도 여러 ‘채널’로 청탁을 시도하거나 했다고 고백했다. <한겨레>는 당시 “400~500명의 청탁자가 응시자 1000명가량을 청탁했다”는 강원랜드 핵심 관계자의 증언을 보도한 바 있다. 군의원의 이야기는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밑단에서 보여준다.
“그때는 지역에서 너도나도 없이 관행처럼 (청탁을) 했다. (나도) 누구한테 (청탁 명단을) 전달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강원랜드) 인사팀장에게 요구하려 했는데 계속 전화를 안 받더라. 결국 전달을 못했는데 강원랜드 채용이 여러 차례 있었잖아. 그 가운데 뭐가 하나 (염 의원실 쪽에) 전달됐는지는 모르겠다.”
청탁 사실은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전달 경로 등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청탁 관행을 지역의 특수한 사정과 연결시켰다. 또 돈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 자체가 폐광 지역 경제회생을 위해 탄생한 것이다. 아버지들이 광산에서 실직을 당했다. 강원랜드가 설립된 뒤 자녀들이 취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얘들이지만 부모들이 (채용을) 부탁하면 거절할 수 없었다.”
“그때는 이런 청탁이 죄가 되는지도 모르고 했다. 금전을 받았거나 하면 영창에 가야 하지만 10원 한 장 받은 거 없다. 그 친구들 얼굴도 모르고, 아버님들한테 커피 한 잔 얻어먹은 적도 없다.”
‘청탁 연줄이 닿을 정도면 지역에서 힘 좀 쓰는 사람들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 힘이 있으면 본인들이 직접 청탁을 했을 것이다. 내가 추천했다는 사람 6명 이름을 쭉 대는데, 그 친구 아버지들 직업이 뭔지 살펴봐라. 힘 있는 얘들이 청탁했다면 내가 받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의 다른 기초 의원은 이 정도의 끈을 갖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채용 청탁을 당시 관행이라고 하는데, 지역의 기초 의원에게 채용 청탁을 하려면 끈이 있어야 한다. 군의원이든 시의원이든 선거 때 도와줬다든가 하기 때문에 부탁을 할 수 있다.”
2012~13년 강원랜드는 518명의 신입사원을 뽑았고 493명(95%)이 청탁자와 연결됐다는 게 이후 강원랜드 감사결과다. 당시 전국에서 5200명이 지원했다. 청탁의 힘이 약했거나 그마저도 없던 이들, 그러한 지역사정을 알지못한 4600여명이 떨어진 셈이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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