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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강원랜드, 20년새 ‘채용 감사’ 딱 한 번…고장난 감시장치

등록 2017-09-18 05:00수정 2017-09-18 12:09

사장 ‘비리 몸통’, 감사위원장 ‘최다 청탁’, 지역 출신 ‘경영 장악’
국무총리실서 먼저 ‘비위 통보’했으나 유야무야
매출 1조6965억원, 영업이익 6186억원(2016회계년도). 강원랜드는 알짜기업이면서 거대한 복마전이었다. 화려한 성장세 뒤로는 검은 거래와 부정의 그림자가 짙었다. 투명성과 청렴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임에도 달콤한 열매는 오래도록 소수 힘 있는 집단의 몫이었다. 끈끈한 특권동맹에 끼지 못한 흙수저들과 일자리를 찾는 청춘의 가슴은 멍들었다. 최근 한달간 <한겨레>가 집중 취재한 ‘2013년 대규모 채용 비리’는 광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든 뒤 새운 미래를 꿈꿨던 폐광촌 보통사람들의 소외감을 볼모로 이뤄진 부정이었다.

강원랜드는 1995년 제정된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을 근거로 1998년 설립됐다. 2001년 코스닥 상장, 2007년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카지노 게임장의 촘촘한 카메라들만큼이나 정부와 시장의 감시가 엄격해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유독 채용·인사 분야에서 안팎의 감시 카메라는 작동을 멈췄다.

강원랜드에도 감사실(감사1·2팀, 청렴감사팀)이 있다. 2008년 3월에는 감사위원회도 꾸려졌다. 그러나 설립 20주년이 다 돼도록 강원랜드 감사 기구가 ‘채용 비리’를 적발한 것은 2015년 단 한 차례 뿐이었다. 함승희 사장이 취임 직후 7개월 동안 벌인 ‘2013년 하이원 교육생 부정선발’ 집중감사였다. 앞서 2007년 강원랜드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감사원 감사 대상 기관이 됐지만 지난 10년동안 감사원이 공개한 강원랜드 ‘채용’ 비리 적발은 한 건도 없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그 이전에는 상임감사가 감사기능을 담당했지만 ‘채용 비리’와 관련한 감사 실적은 없다”고 밝혔다. 오래된 부정채용 의혹에 초라한 감사 실적이다. 검찰은 2015년 강원랜드가 수사를 의뢰한지 14개월만인 올해 4월에야 최흥집 전 사장(2011~2014)과 당시 인사팀장 2명만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검찰 공소장에서 청탁자들은 ‘불상의 다수’로만 기록됐고,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실제로 강원랜드 채용 비리가 맨처음 적발돼 공론화된 건 함승희 경영진의 감사보다 훨씬 앞선다. 2013년 7월 국무총리실 공직기강 비서팀의 공직 복무 점검에서다. 국무조정실은 “(2013년 채용 당시)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인사팀장은 지역유지(사외이사, 지역단체 등)로부터 많은 전화청탁이 있었고, 이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고 진술”한다는 구체적 정보를 담은 ‘비위 자료’를 관리감독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에 통보하고 관련 규정에 따른 조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후로도 상급기관의 후속 감사나 외부 수사는커녕 내부 조사와 징계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묻히고 말았다.

당시 강원랜드 사장이 ‘비위’의 주범 최흥집씨, 감사위원장은 권용수 사외이사(2008~2014년)였다. 권씨는 그러나 엄격한 경영 감시자가 아닌 밀접한 이해 당사자였고, 급기야 ‘최다 청탁자’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그는 강원랜드 설립 이듬해인 1999년 삼척에서 광업장비업체를 설립해 지금도 대표를 맡고 있다. 삼척시와 강원랜드가 출자한 블랙벨리컨트리골프장 대표를 비롯해, 삼척상공회의소 회장, 삼척시연합번영회장, 강원 폐광지역 4개 시·군연합번영회장 등을 역임했다. <한겨레>는 그에게 해명을 들으려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강원 정선군 사북읍에 있는 강원랜드 전경. 강원랜드 제공
강원랜드는 지역 출신 유력자들의 먹이사슬로 폐쇄적 방어막을 둘러쳐왔다. 2002년 3대 사장 이후 현재 8대까지 내리 6대째 대표이사 사장이 강원도 출신(강릉 3, 양양 2, 동해 1)이다. 이사진 구성도 지역색을 벗어나지 못한다. 현재 사장과 부사장, 폐광지 4개 시·군 추천 몫 사외이사 4명을 포함해 전체 임원 10명 중 8명이 강원도 출신이다. 외부의 견제와 쓴소리가 작동하기 어려운 모양새다.

그렇다고 산자부와 감사원의 무능이 용인될 순 없다. 강원랜드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2007년 이후부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정보 시스템(ALIO·알리오)’에 주요 경영정보를 공시할 의무가 있다. 공시 항목에는 ‘감사원/주무부처 지적사항’도 포함돼 있다. 13일 현재 알리오에 공시된 해당 항목은 2012년초부터 최근까지 5년여 동안 모두 18건이 전부다. 같은 기간 감사원이 강원랜드를 상대로 한 감사에서 지적한 53건에 훨씬 못미친다. 더욱이 어느 쪽에서도 ‘채용’에 관한 지적은 한 건도 없었다. 감사원 감사도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강원랜드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전임 이사는 최근 <한겨레>에 “사외이사 대다수가 강원 출신이고, 사장도 지역 사람 아니면 안된다는 개념이 잡혀있어 일이 꼬인다”고 지적했다. 역대 정부가 현지 분위기를 의식해 강원도 출신자를 내려보냈고, 신임 사장들도 대부분 차기 강원도지사를 염두에 두면서 경영에 지역 ‘표심’이 반영되는 구조다. 위 전임 이사는 “지역 출신의 유능한 인재들조차 구조적인 먹이사슬 때문에 뒤로 밀린다”며 “정치인과 관료 출신이 아닌 전문가가 사장을 맡도록 거버넌스를 바꾸면 강원랜드는 싹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장인 임상훈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강원랜드의 채용 비리와 감사 실패에 대해 “정치인과 지역 유력자 등 이해 집단의 담합 구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폐특법이 ‘지역주민 우선 채용’(제13조) 등 폐광지역을 배려하고 있지만 청탁을 통한 채용 비리는 배려의 취지나 사회적 용인의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등 관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해 경영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일준 류이근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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