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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중대범죄 채용 청탁, 넌 해고야

등록 2017-09-29 05:00수정 2017-09-29 14:07

[공공기관 부정채용 민낯] 공공기관 채용비리 줄이려면

구직자 100만 시대, 부정채용 청탁은 중대 범죄다. ?좋은 일자리를 위해 20년은 공부해야 하고, 수백 혹은 수천 대 1의 관문을 뚫어야 한다. 어학연수는 기본이고, 가산점을 위한 인턴도 필수다.

힘 있는 누군가에겐 손쉬운 일이다. “그게 뭐 대수라고.”

눈을 부릅떠야 할 검찰도, 법원도 질끈 눈을 감는다. “이 정도로는 부정채용 지시라고 볼 수 없다.” 상하 관계가 확실한 공조직에서 눈빛만으로 채용 지시가 이뤄질 수 있는 현실은 법 잣대론 소홀히 취급된다.

열 자리 가운데 서너 자리는 도둑맞지만, 취업준비생은 제대로 알 수 없고 신경쓸 겨를도 없다. “알아도 못 본 척해요. 일단 붙어야 하니까.” 그냥 참는다.

이런 부정 채용청탁을 둘러싼 악순환을 바꾸기 위한 5가지 제안을 부정채용이 난무한 기관의 ‘스펙’(명세표)과 함께 정리했다. 다들 알고 있지만 제대로 안 돼온 것들이다. 이것만이라도 제대로 하면 청탁은 줄지 않을까. 편집자주

Ⅰ. 낙하산 사장 근절해야

1. 기관명: 중소기업진흥공단(상급기관: 산업통상자원부)

2. 부정채용 내역: 2012~13년 4명 부정채용

3. 주요 청탁자: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송아무개 전 중진공 이사장 등 10여명

4. 청탁집행자: 박철규 이사장 등

5. 사법처리 내역: 박 이사장 등 2명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10월(항소), 최경환 의원 재판중

☞ 교훈점: 낙하산 사장이 ‘낙하산 채용’을 부른다. 좋은 자리에 대한 보은, 향후 더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한 투자다. 기획재정부 기조실장 출신 박철규씨가 2012년 1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공공기관 관리감독 부처 고위직이 피감 기관장에 앉은 것이다. 직후 2012~13년 세 차례 공채 때, 상급기관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회의원들과 기획재정부 전·현직 고위 간부들, 전직 중진공 간부들이 대거 그를 통해 인사청탁을 했다. 대개 그와 직업적 인연으로 엮인 이들이다.

채용 압박 의혹으로 재판중인 최경환 의원도 기재부 전신인 경제기획원 출신이다. 검찰 조사로 성적 조작이 드러난 것은 4명이지만, 실제 청탁은 10건이 넘는다. 자리를 얻으면서 진 신세는 빚으로 남아 청탁에 쉽게 흔들리게 한다.

합격자 중 청탁 대상자가 493명에 이르는 강원랜드 채용 부정 당시 최흥집 사장도 강원도 정무부지사 출신 ‘낙하산’이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Ⅱ. 특채 줄이고 투명하게

1.기관명: 농어촌공사(상급기관: 농림축산식품부)

2.부정채용 내역: 2012~16년 최소 390차례 직원 추천과 면접으로만 514명 특채

3. 주요 청탁자: 내부 직원 및 그 ‘지인들’

4. 부정채용 지시: 사장

5. 사법 처리: 없음

☞ 교훈점: 공기업·준정부기관 인사운영 지침(기획재정부 고시)은 직원 채용 때 “공개경쟁시험을 원칙으로 한다”고 못박았다. 특수분야 전문직종은 제한경쟁방식을 허용하되 구체적 자격 요건을 미리 공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공개 특채는 감사원의 단골 지적사항이자 채용 특혜와 편법, 비리의 온상이다.

감사원은 2015년 5월 농어촌공사의 31개월 연속 특채를 적발하면서도 “앞으론 그러지 말라”며 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데 그쳤다. 부정한 청탁이나 거래가 있었는지는 드러나지 않았다. 공사는 ‘제도 개선’을 약속한 뒤에도 다시 공개경쟁채용이 가능한 계약직을 내부 추천으로 특채하고 일부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감사원 2017년 9월 보고서)해줬다. 특채가 부정채용의 등용문이었던 셈이다.

“특채 제도의 공정하고 투명한 운영 방안을 강구하라”는 감사원의 재권고가 또다시 허공의 메아리로 흩어지진 않을까.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Ⅲ. 꼬리 아닌 몸통 처벌을

1. 기관명: 광물자원공사(상급기관: 산업통상자원부)

2. 부정채용 내역: 2012년 12월 점수 조작하고 채용 증원해 2명 부정채용

3. 주요 청탁자: 드러나지 않음

4. 주요 청탁수행자: 박아무개 재무처장, 공아무개 자원기반본부장 등 5명

5. 사법처리: 업무방해, 사문서 변조 및 행사 등 혐의로 모두 기소

☞교훈점: 공사의 고위 간부들이 실무자들에게 부정을 지시한 명분은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라는 것이었다. 들통날 경우 형사처벌의 부담을 감수해가며 적극적으로 범죄행위를 모의, 실행한 이유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약하다.

청탁의 배후나 대가성 여부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와 검찰 공소장에도 ‘합리적 의심’을 풀어줄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검찰은 감사원 발표 1년 뒤에야 전·현직 임직원 5명만 기소했다. “청탁자를 밝히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1년9개월째 1심 재판이 진행 중이고, 범행은 어느덧 5년 전 일이 됐다.

바로 그 기간 동안, 공공기관 채용비리 사건 중 ‘힘 좀 쓴다’는 권력형 청탁자가 기소된 사례는 단 한 건(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뿐이었다. 처벌된 실무자 뒤 채용 비리의 시발점인 진짜 뒷배가 밝혀지고 처벌받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되는 먹이사슬을 끊기란 난망한 일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Ⅳ. 내부고발 보호·보상 강화

1. 기관명: 대전도시철도공사(상급기관: 대전시)

2. 부정채용 내역: 2016년 3월 점수 조작해 1명 부정합격

3. 주요 청탁자: 지역언론사 부회장, 권선택 대전시장 측근

4. 청탁집행자: 차준일 전 사장, 박아무개 인사팀장, 내외부 면접위원 등

5. 사법처리 내역: 차 전 사장 1심 무죄(항소)

☞ 교훈점: 기관장이 부정을 적극 주도한 이 사건은 황아무개 전 경영이사의 내부고발이 없었다면 묻히고 말았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대전시는 “직무상 비밀준수 의무 위반과 성실의무 위반”을 구실삼아 정년퇴직이 1년여 남은 황씨를 되레 해임해버렸다.

황씨는 법원과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임처분 무효’ 결정으로 복직했지만 다시 설 자리는 없었다. 포상은커녕 상처뿐인 명예회복이었다. 복직 뒤 곧바로 퇴사했다. 공직자의 부정청탁 신고를 의무화하고 보호와 포상을 약속한 법규가 없는 건 아니다. 공익신고자보호법(2011년 제정)에 이어, 28일 시행 1년을 맞은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충실히 담겨 있다.

내부고발자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전혀 다르다. 황씨는 말했다. “마음고생과 상실감은 말로 할 수 없다. 가족들은 지금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그런데 불의마저 덮인다면 앞으로 누가 옳은 소리를 하겠나.”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Ⅴ. 감사기관 독립·엄정 감시를

1. 기관명 : 강원랜드(상급기관: 산업통상자원부)

2. 부정채용 내역 : 2012~13년 공채 518명 중 493명 청탁·지시로 “별도관리”

3. 주요 청탁자 : 권성동·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 시의원 등 ‘청탁명단’에 분류

4. 청탁집행자 : 최흥집 사장, 김아무개 부사장, 권아무개 인사팀장 등

5. 사법처리 내역 : 최흥집 사장, 권 인사팀장 2명만 업무방해 혐의 기소

☞ 교훈점: 감시자가 되레 청탁과 연루됐다. 예산·감사 등을 책임지는 국회 상임위 소속이던 의원들도 ‘청탁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통상자원부 퇴직 공무원도, 조직 내부 권용수 감사위원장도 청탁자로 둔갑했다. 석탄공사의 경우, 노조위원장도 제 딸을 부정청탁했다. ‘투명경영 제고’ ‘부정채용 금지’ 따위 구호는 그럴싸하나 영이 설 리 없다.

이해관계자의 부정청탁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 외에 당장 대책 모색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강원랜드만 보자면, 사장 퇴직자의 피선거권을 일정 기간 제약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법하다. 퇴직공무원의 유관기관 취업을 일시 제한하듯 말이다.

함승희 강원랜드 사장은 “향후 강원도지사 출마 같은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사람이 사장으로 와선 안 된다”고 말한다. 한 사외이사 출신도 “지역 먹이사슬 구조에서 자유로운 사람만 와도 많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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