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이어 이상득 압수수색
검찰, MB성명 개의치않고 초강수
검찰, MB성명 개의치않고 초강수
검찰이 22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83) 전 의원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은, “정치보복을 위한 표적수사”라는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반발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검찰식 재반박’이다. ‘이상은-이상득-이명박’ 등 이 전 대통령 일가 삼형제를 동시에 수사 대상에 올리는 검찰의 초강수에도, “(검찰은) 나에게 물어라”던 이 전 대통령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에게 이 전 의원은 ‘형님’ 이상으로 각별하다. 6선 의원에 국회부의장,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 정치 이력도 화려하다. 자신보다 먼저 정치에 입문해 당내 세력이 약한 이 전 대통령의 정치적 조언자 구실을 했다. 2007년 대선 때는 이 전 대통령 당선에 주도적 역할을 한 ‘6인회’ 소속이었다. 집권 직후 정두언 전 의원 등이 “형님 2선 퇴진”을 요구했지만, 오히려 정 전 의원 등이 내쳐지며 ‘모든 것은 형님을 통한다’는 ‘만사형통’ 시대가 열렸다. 이명박 정부의 ‘상왕’으로 불리고, 고향 이름을 따 ‘영일대군’으로도 불리던 최고 실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레임덕이 찾아온 이명박 정권 말기에야 본격화한 이유다.
앞서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으로 맏형인 이상은 다스 회장이 검찰 압수수색을 당했다. 이 전 대통령 쪽은 고령인데다 다른 뇌물 혐의로 대법원 재판이 진행 중인 이상득 전 의원 쪽으로 또다시 검찰이 치고 들어가는 상황은 예상치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저축은행 불법 정치자금 수수(징역 1년2개월 수감)와 포스코 뇌물 혐의(재판 중)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다. 사면초가에 처한 이 전 대통령은 20여명의 참모들과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모여 대책을 숙의했다. 측근들은 원세훈 전 원장이 국정원장을 계속하고 싶어 이상득 전 의원에게 특수활동비를 직접 건넸다는 혐의사실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다고 한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그 무렵 원세훈이 원장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했지만, 내가 남북관계 등을 고려해 계속하라고 했다. 국정원장을 더 하고 싶어 청탁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답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회의 뒤 사무실을 나온 이 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에 “비가 많이 온다”는 말만 남긴 채 차를 타고 떠났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권과 그 일가의 총체적 부정부패를 공격하고 나섰다. 김현 대변인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까지 국정원 자금을 받은 혐의로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국정원 특활비를 이 전 대통령 쪽이 쌈짓돈처럼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더 커지게 됐다”며 “이 전 대통령은 사과하고 국민에게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새해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통령은 우리 당을 탈당한 분이다. (검찰 수사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은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에도 “이번이 세번째다.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만 했다. 김남일 송호진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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