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21일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했다. 현실정치에서 지방분권은 나눠진 권한을 지방의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나눠 먹는다는 뜻으로 변질된다. 두 거대 정당이 6·13 지방선거에 적용할 기초의원 선거구를 ‘2인 선거구’로 쪼개 1·2등만 지방의회에 진입할 수 있도록 장벽을 쌓았기 때문이다.
기초의회 선거구 획정이 난장판 속에 마무리되고 있다. 국회와 지척인 서울시의회도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는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중당, 녹색당, 노동당 등 중소정당을 지지하는 이들의 민의 대변 통로인 ‘기초의회 4인 선거구(안)’를 모두 2인 선거구로 장작 패듯 쪼개버렸다.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 10명은 본회의에 앞서 속기록도 영상도 남지 않는 정회 시간에 자기들끼리 쑥덕거린 뒤 선거구획정안을 의결했다. 행정자치위원은 민주당이 절대다수다. 김창수(위원장·마포2), 문영민(양천2), 김용석(도봉1), 박래학(광진4), 박호근(강동4), 서윤기(관악2), 이순자(은평1), 조규영(구로2) 등 8명이다. 자유한국당은 이명희(비례), 김현기(강남4) 등 2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방분권 개헌안에 담긴 주민소환 대상으로 모자람이 없다.
지방분권 개헌 발언만 모아도 전집 수준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유독 지방의회의 선거구 획정 난장판에는 단 한마디도 보태지 않고 있다. 중소정당에서 ‘선거구 쪼개기 10적’으로 꼽는 박래학 시의원은 민주당 추미애 대표 지역구(광진을)다. 민주당 우원식(노원을), 자유한국당 김성태(강서을) 원내대표의 지역구도 서울이다.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 광역·기초의원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한다. 4인 선거구 하나를 2인 선거구 두개로 쪼개면 민주당·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자기 지역구를 지켜주는 골목대장 수를 손쉽게 2배로 ‘증식’할 수 있다. 반대로 4인 선거구로 합치면 정의당 등 다른 야당 소속 의원의 원내 진출로 골목대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지방분권 개헌안을 설명하며 “수도권 1등, 지방 2등 국민으로 지역과 국민이 분열됐다” “지방분권 강화는 이번에 선출되는 지방정부와 함께 시행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문 대통령 발언을 앞세웠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지방의회도 선출된다. 지금, 지방의회는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라는 1등과 2등만 존재한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총리를 국회에서 추천·선출하는 정부형태 개헌안에는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다”며 난색을 표한다. 지방분권 개헌의 진정성을 말하려면 집권여당이 방치·조장한 ‘지방의회 독식 구조’에 대한 해명부터 내놓아야 한다.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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