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2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청와대 업무추진비 및 회의 자문료 부정 사용 의혹을 해명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의 비공개 예산정보에 접근해 확보한 내용을 공개하고 있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행보를 두고 위법이냐, 행정부 감시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정당한 의정활동이냐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이번 논란을 ‘국가기밀 불법탈취 사건’이라 규정하고, “비정상적 방법으로 국가재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열람 권한이 없는 정부 자료를 고의적으로 빼내고 반복적으로 누설한 범죄행위”라고 밝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가 심 의원 쪽을 고발한 데 대해 “도둑이 제 발 저려 몽둥이 드는 꼴”이라며 정부의 공금 유용 여부를 따지는 의정활동이라고 맞서고 있다.
■ 정보 취득은 정당했나
우선 쟁점은 심 의원 쪽이 정보를 얻는 과정에서 해킹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비공개 정보인 것을 알 수 있었는데도 47만건 자료를 내려받았는지 여부다. 정부는 심 의원 쪽이 정부의 정식 발급 아이디로 시스템에 접속한 것은 정상이지만 이후 여러 절차를 거쳐 열람 권한이 없는 비인가 자료를 무더기로 내려받은 것은 위법이라고 본다. 정보통신망법 48조는 ‘정당한 접근 권한 없이 또는 허용된 접근 권한을 넘어 정보통신망에 침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한 부장판사는 심 의원 쪽이 비공개 사항임을 알 수 있는데도 정보를 내려받은 것은 “(불법 취득의) 주관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인다”고 했다. 반면 다른 판사는 “해킹 등 불법행위 없이 시스템의 기술상 결함으로 얻은 정보라면 문제 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심 의원실은 “시스템이 느려져 백스페이스키를 몇차례 누르는 상황에서 (해당) 폴더가 나왔고, 기밀 표시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 등 원내지도부와 의원들이 법원의 심재철 의원실 압수수색 영장 발부를 항의하기 위해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비밀누설인가?
해킹이 아니었다 해도 ‘우연히’ 발견한 자료를 열람하고 제3자에게 유포하는 것이 적법하냐는 논란이 남는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이웃집의 문이 열렸다고 들어가서 물건을 빼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심 의원 쪽이 내려받은 정보에 통일·외교·치안 활동이나 고위직 인사의 동선 등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상당하고, 실제로 이런 정보의 일부를 공개하는 행위가 심각하다고 주장한다. ‘타인의 비밀을 침해·도용 또는 누설하는 행위’(정보통신망법 제49조), ‘행정정보를 권한 범위를 넘어 처리하는 행위’(전자정부법 35조 등), 공무상 비밀누설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 적용 가능한 법 조항이 될 수 있다. 장정진 기재부 재정전략과장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거래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식자재 업체 등의 이름이 들어 있는 운영경비 전반을 심 의원실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심 의원이 ‘누가 어디에서 얼마를 먹었다’는 식이 아니라 통계 수준으로 공표하는 등 구체성이 떨어져 공무상 비밀누설까지 보기 어렵다”(검찰 관계자)는 의견도 있다.
■ 알 권리?
자유한국당은 “청와대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 제기 등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심 의원의 폭로가 즉각 청와대 반박에 부닥치는 등 허위 사실 유포 논란에 휩싸이고 있어 공익적 가치가 떨어진다는 반론도 많다. 전 소장은 “심 의원 건은 (사실관계 등) 내용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유진 변호사(법무법인 한결)는 법원 판례들이 절차 정당성을 중시 여긴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공익 목적만으로는 ‘위법성 조각사유’(위법으로 보지 않는다)가 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정유경 이경미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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