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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자유한국당은 박근혜를 넘어설 수 있을까

등록 2018-11-02 19:39수정 2018-11-04 10:27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22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22일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앞장서고 당에 침을 뱉으며 저주하고 나간 사람들이 한마디 반성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못해서 탄핵을 받았나. 탄핵백서를 만들어달라.”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의 금기어, ‘박근혜’와 ‘탄핵’이 지난 31일 공식회의 석상에 드디어 등장했다. 한국 보수 세력을 ‘궤멸’로 몰아넣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 요구가 당 내에서 공식화된 셈이다. 대표적인 친박근혜계(친박계)인 홍 의원은 다음 날엔 “당의 분수령이 됐다고 하는 탄핵에 대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분명하고 확실한 이정표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른바 ‘복당파’들의 고해성사까지 요구했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돼 온 친박계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탄핵 재평가’를 요구하며 기세를 올리는 것은 다음달 치러질 원내대표 선거와 내년 2월로 예상되는 당 대표 선거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2020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차기 대표는 의원들의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 친박계도, 박근혜 탄핵을 주장하며 탈당했다 돌아온 ‘복당파’도 자신의 명운을 좌우하게 될 당 대표 선거에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친박 쪽은 ‘박근혜’라는 비빌 언덕이 있다. 친박계 쪽은 이번 6·13 지방선거의 결과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확인했다고 한다. 당시 당선자 지도가 파란색(더불어민주당)으로 물들었지만, 박 전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대구·경북 지역은 그 와중에 ‘신의’를 지켰다. 대구·경북이 살아있고 극렬 지지층인 ‘태극기 부대’가 존재하는 이상, 친박계는 언제든 재기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박근혜 사면설’ 역시 이들의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997년 대법원으로부터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지만, 전 전 대통령은 2년20일, 노 전 대통령은 2년1개월을 복역한 뒤 김영삼 정부의 사면조처로 풀려났다. ‘전직 대통령의 복역 기간은 2년’이라는 대전제 아래, 2017년 3월31일 구속된 박 전 대통령 역시 늦어도 내년 하반기 안에는 사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박근혜 탄핵을 주장하며 탈당했다 돌아온 복당파는 현재 당의 주류이지만 앞날을 가늠할 수 없다. 당 쇄신을 위해 영입된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새로운 보수 가치 정립”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등을 만나며 ‘무차별적’ 영입과 세불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탄핵 재평가 요구에는 “갈등이 심할 때 갈등을 한 순간에 덮을 수 없다. 새로운 우산 아래 조금씩 덮어가야 한다”며 알듯 모를듯한 말만 남겼다. 복당파의 대표 선수인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위해 태극기부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 애를 쓰는 모습이다. 투표권이 있는 책임당원에 가입한 태극기 부대원이 지방선거 이후 8000여명에 이른다니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자유한국당이 박근혜를 넘어서지 않으면, 이들이 연일 강조하는 보수대통합은 요원해 보인다. 자유한국당이 망가진 원인이 박 전 대통령의 헌정 유린과 국정 실패 때문인데,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자는 주장에 ‘합리적 보수’가 동조할 순 없다. 자유한국당 복당파의 한 의원은 “친박계는 우리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했기 때문에 보수가 망했다고 생각한다. 같이 가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자유한국당의 가까운 미래가 ‘통합’ 아니라 ‘분열’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 이유다.

최혜정 정치팀장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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