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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정치일반

‘촛불혁명 완결’ 주권자의 주문…진영논리 틀부터 깨자

등록 2020-05-31 18:50수정 2020-06-01 02:38

[현장에서]
21대 국회 임기가 지난 30일 시작됐다. 이번 국회는 177석의 안정적 과반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협치의 첫발을 내디뎌 오는 5일 법정시한 내 개원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1대 국회 임기가 지난 30일 시작됐다. 이번 국회는 177석의 안정적 과반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협치의 첫발을 내디뎌 오는 5일 법정시한 내 개원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대통령제에서 권력의 절반은 국회에 있다. 주권자인 국민은 대선과 총선으로 대통령과 국회에 각각 권력을 위임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견제와 협력으로 국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입법권과 예산안 심의권을 가진 국회가 멈추면 국정이 멈춘다.

21대 국회의원 4년 임기가 5월30일 시작됐다. 21대 국회의 의미는 긴 호흡으로 짚어야 한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주권자는 10년 주기로 정권을 교체했다. 노태우-김영삼, 김대중-노무현, 이명박-박근혜 정부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다.

대통령 임기와 엇갈려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주권자는 그때그때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기도 했고 밀어주기도 했다. 1988년, 1992년, 2000년, 2016년 총선은 대통령 권력에 대한 견제였다. 1996년, 2004년, 2008년, 2012년 총선은 밀어주기였다.

그런데 2020년 21대 총선은 10년 주기 정권교체와 대통령 권력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기존의 분석 틀로 설명하기 어렵다. 도대체 뭐가 다른 것일까?

21대 총선은 2016~2017년 촛불혁명의 완결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2016~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은 무능과 불의로 국정 파탄을 초래한 기득권 세력에 대한 심판이었다.

그런데도 기득권 세력은 시대에 뒤떨어진 ‘자유 우파’의 깃발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를 색깔론으로 공격했다. 주권자의 뜻과 시대정신을 거역한 것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의 결과는 참혹했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 결과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좌파나 진보라서가 아니다. 북핵 한반도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코로나19 사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홍준표 대표의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표의 미래통합당에 등을 돌린 이유는 자유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이 우파나 보수라서가 아니다. 한반도 긴장이 높아가는데도,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는데도 문제를 해결할 능력과 의지를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김종인 전 의원과 주호영 원내대표로 구성된 것은 다행이다. 두 사람은 정당의 이념이나 가치보다는 문제 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실용적 스타일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의 인적 구성은 두 사람이 실용적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게 되어 있다. 무소속으로 당선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좌파 2중대 흉내 내기를 개혁으로 포장해서는 우리는 좌파 정당의 위성정당이 될 뿐”이라며 “새롭게 출발하는 한국 보수 우파 정당에 대한 기대를 걸어본다”고 했다. 미래통합당 의원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 미래통합당에는 미래가 없다.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코로나19로 야기된 경제·사회 체제의 붕괴를 막아내고 위기를 넘기는 일이다. 정치 개혁의 과제도 안고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지난 28일 ‘20대와 21대 국회의 정치제도 개혁’을 주제로 토론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21대 국회의 정치 개혁 과제 세가지를 제시했다. 여야 간 합의의 정치 복원, 선거제도 개정, 헌법 개정이다. 21대 총선으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됐으니 여야 모두 강성 지지층의 영향에서 벗어나 협상과 타협에 의한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태년, 주호영 원내대표의 28일 청와대 오찬 회동이 바로 이러한 정치 복원의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법 개정도 불가피하다. 22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선거법을 손대면 또다시 졸속 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21대 국회 개원 직후 정치개혁특위를 구성하고 시한을 정해 선거제도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 강원택 교수의 조언이다. 선거제도를 어떻게 바꾸든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크게 늘려야 한다.

개헌은 이미 20대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 상당한 수준의 합의가 이뤄졌고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전면적 개헌보다는 권력구조 중심 개헌이 현실적이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수평적, 수직적 권한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강원택 교수의 제안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에게 21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를 물었다.

“국회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진영과 정당을 넘어서서 헌법기관의 권능과 소명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영 국회’ ‘정쟁 국회’에서 ‘입법 국회’ ‘정책 국회’로 전환하는 지름길이다.”

박명림 교수는 19대 국회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일, 20대 국회에서 여당 의원 60여명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일, 2018년 12월 5당 원내대표의 정치 개혁 합의 등을 국회가 의회 민주주의 본령에 충실했던 사례로 들었다.

박명림 교수는 “이제는 180석 가까운 여당 의원들이 폐쇄적인 진영 구도와 논리를 넘어서서 국가 개혁과 여야 타협을 동시에 성취하는 정치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충고했다. 여당 의원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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