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월19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감사방향 등을 밝히고 있다. 감사원 누리집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감사원 감사가 예정된 기한(지난 2월29일)을 넘겨 9개월째 이어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급기야 일부 언론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는 감사 결과를 도출하느라 감사원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접 입장문을 내어 우려를 표명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몇몇 언론이 월성 1호기 감사와 관련해 내놓은 보도는, 지난 4월 감사위원회에 올라간 감사 결과 보고서에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저평가됐고, 따라서 한국수력원자력의 조기 폐쇄 결정은 문제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언론 보도 중에는 감사 지연 배경엔 최 감사원장과 친여 성향 감사위원들의 갈등이 있었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 보도들이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월성 1호기 감사가 기한(2월)을 넘겨 이어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이유는 “보고서의 완결성, 완성도가 떨어져 보완이 필요”(6월1일 감사원 대변인)해서라는 게 감사원의 해명이다. 최 감사원장도 지난 5일 입장문에서 “추가적인 조사 없이 최종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사무처에 추가 조사를 지시했다” “외압에 의해 또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감사 결과의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 아니다”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대로 4월 제출된 감사 결과 보고서는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을 다뤘을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를 운영해온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제적 타당성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그 근거를 살펴보는 일이 이번 감사의 핵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한수원의 2018년 3월 내부 보고서, 같은 해 6월 열린 이사회 회의록과 안건자료 등을 보면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자의적이거나 서로 충돌한다. 월성 1호기 존치론자들이 주요 논거로 삼는 2018년 3월 보고서는 월성 1호기의 미래 이용률을 85%로 추산하지만, 폐쇄 결정 직전 해인 2017년 이용률은 40.6%에 불과했고, 이전 3년 평균 이용률도 57.5%에 그쳤다. 따라서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 경우 투입돼야 할 비용에 안전성 보완을 위한 비용 등을 더하면 경제성은 더 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2018년 6월 한수원 이사회 안건자료에도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하려면 노심 손상 빈도, 격납용기 파손 조기 방출 빈도, 세슘 초과 방출 빈도 등의 사고관리계획서 요건을 만족시키기 위한 추가 안전설비 투자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최 감사원장의 설명처럼 감사가 지연된 배경이 정치적 이유가 아니라면, 사안의 복잡성 탓에 보고서 채택이 미뤄졌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참에 노후 핵발전소 수명 평가에 대한 기준이 수립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를 지낸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핵발전소 폐쇄 결정에 경제성뿐 아니라 안전성이나 지역 주민 수용성이 종합적으로 검토됐는지를 보는 게 핵심”이라며 “지금까지 경제성 분석 방식이 굉장히 자의적일 수 있는데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수명 연장을 어떤 절차로 했고,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더 적극적으로 밝혀지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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